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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이후 나타난 경기침체와 더불어 중앙정부의 만성적 재정 적자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시카고학파에 의해 등장한 신자유주의는 소위 자유 시장, 정부 규제완화, 재산권의 중시라는 이름으로 강대국들에 의한 세계화로 나타나면서 국제금융의 자유화, 공공복지의 축소, 노동시장의 유연화 및 공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했다.

힘의 불균형이 깔린 세계화 속에서 피동적으로 끌려가던 여러 약소국은 경제적 파탄만이 아니라 사회전반에 걸친 인간 파괴의 모습을 겪게 되었고, 사회적 연대와 공공성 및 사회정의의 소실은 심화되었다. 사회보장제도나 완전고용의 시도는 사라지고 불황과 실업, 비정규직의 확대, 양극화 심화, 단기성 투기자본들로 인한 막대한 부의 유출, 사회적 공공재 감소, 그리고 노조 권리의 퇴행으로 이어졌다. 태생적으로 실업과 양극화 사회를 잉태하고 출발한 셈이며, 특히 신자유주의에서 미덕으로 삼는 무한 경쟁을 위해 가속화된 대량생산과 대량교역으로 인해 발생한 화석연료의 엄청난 소비는 환경파괴와 더불어 해법 없는 지구 자원의 고갈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가 99%다, 서울을 점령하라' 포스터
 '우리가 99%다, 서울을 점령하라' 포스터

소수 거대자본과 특정 강대국의 이익을 위한 제국주의적 행태에 불과한 신자유주의는 이를 주창한 미국사회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양극화와 대량 실업 사태로 인한 사회빈곤층의 확대와 더불어 의료보험의 민영화에 따른 빈곤층의 의료 공공성으로부터의 소외 현상은 사회적, 경제적 불안만이 아니라 사회 저소득 계층에서의 다양한 질병의 유행이나 새로운 변종 병원체의 등장에까지 불러오고 있다.

우리사회도 1990년대 말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투기적 외국 금융자본에 대하여 문호를 개방하였고, 그들의 탐욕스런 경제적 제국주의 행태를 최대한 보장해 주고 있다. 이 와중에 우리는 그 의미를 생각해 보기도 전에 국제통화기금 (IMF), 세계무역기구(WTO), 우루과이라운드(UR), 자유무역협정(FTA) 등 강대국의 끊임없는 이익 창출을 위한 국제 무역 장벽 철폐와 시장 개방 요구에 너무도 익숙해졌고, 매년 대규모 국가적 부의 유출이 발생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국가 무역 규모가 커지고 재벌이나 대기업의 순이익 달성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렇게 외국으로 빠져 나가고 있는 자산은 결국 대기업 횡포 속에 시달리는 중소 하청기업과 비정규직과 같은 서민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이루어진 것임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이런 왜곡된 상황에서 부의 분배는 과거 팔레토의 법칙이라고 불리던 자연스런 20:80의 비율은커녕, 1:99가 되어 극소수 집단에 의한 99%의 빈민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이제 많은 수치가 보여주고 있고, 이 상황은 수치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우리 모두가 직접 생생하게 피부로 실감하는 현실이 되었다.     

미국 뉴욕 월가에서 생겨나 국제적으로 파급되고 있는 '월가를 점령하라'는 젊은이들의 외침과 행동은 결코 우연적 발생이 아니라 필연적 결과이다. 신자유주의의 사회와 삶의 모습에서는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등장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아름다운 말로 포장한다 해도 사회적 강자에 의해 자신이 당연히 가져야 하고 누려야 할 권리가 약탈당하고 박탈당하고 있는 상황을 언제까지고 일반 서민들에게 속이고 지속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1999년 시애틀 투쟁 이후 지속되어져 온 반세계화운동이 이제 특정 의식화된 시민만이 아니라 일반 대중이 호응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보인다.

이번 뉴욕 상황이 필연적이고 자연스럽다는 것은 이들의 모임이나 구호가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이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시작되어 노동자와 일반인에게까지 자연스럽게 확산된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회 1%의 비정상적인 탐욕과 착취에 대한 자연스런 항거와 분노의 목소리가 이런 불균형 사회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투기적 금융자본을 직시하고 있지 않은가.

미국 뉴욕을 바라보면서 그 동안 우리사회가 흘린 땀과 눈물과 피를 되돌아본다. 국가 경제를 살리겠다면서 신자유주의의 끝자락을 붙잡고 등장한 현 정권 하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희생되어 갔는지 우리는 안다. 허물어져 가는 미국을 마치 구세주인양 등에 업은 채 미국 이익의 대변자에 불과한 현 정권이 아무리 미사여구로 국민을 속이려 해도 해를 손으로 가릴 수 없다.

희망버스로 상징되는 우리사회의 땀과 피와 눈물에 대하여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대적 흐름은 이제 분노의 외침으로, 저항의 행동으로 이 흐름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재벌과 대기업이 자신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사회구조 속에서 눈뜨고 강탈당하던 우리사회의 청년, 노동자, 농민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나 대부분의 시민, 그리고 그동안 재벌과 야합한 정치권력, 언론권력에 그 언로가 봉쇄되었던 지식인들의 연대가 '월가를 점령하라'는 억압되고 소외된 이들의 외침에 부응할 때다. 이번 토요일이 '전지구적 공동행동'의 날이다. 전 세계의 수백 시위대와 함께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금융가에서 인간의 목소리가 들릴 것이며, 국제적 연대의 꽃이 핀다. 허물어질 것은 허물어지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1%를 위한 돈과 권력을 향해 99% 인간의 분노와 항거가 서서히 움직인다.


태그:#월가를 점령하라, #우희종, #신자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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