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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갈대섬
 순천만 갈대섬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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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주리에서 시작한 앵무산 산행

순천만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어딜까? 순천만을 내려다 보는 산은 전망대가 있는 용산이다. 순천만 반대편에는 화포에서 오르는 봉화산도 있다. 하지만 등산도 겸하고 순천만 풍경을 한눈에 담고 싶다면 앵무산으로 올라보기를 권한다. 앵무산은 해발 396m로 순천과 여수 경계에 있다. 오르는 길도 여러 갈래다.

원점회귀 산행을 하려면 여수 방향에서 오르는 것이 좋다. 산수리 평여마을에서 완주코스로 5.3km를 걸을 수 있다. 길게 걸어가려면 순천 해룡면 신흥마을에서 천황산, 곡고산, 앵무산을 너머 하사마을로 내려가는 7.3km 짜리 산길을 이용하면 된다.

앵무산 산행을 하면서 '순천만도 보고 산과 들을 걸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앵무산을 올라갔다가 내려서서, 강변을 따라 넓은 들판을 걸어보고, 순천만 전망대인 용산까지 가는 길을 그려보았다.

앵무산과 용산을 연결하는 길. 총 거리 11.3km로 바다를 즐기면서 한나절 걸을만한 길이다.
 앵무산과 용산을 연결하는 길. 총 거리 11.3km로 바다를 즐기면서 한나절 걸을만한 길이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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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점은 어디로 할까? 순천만 일몰이 유명하다지만 나는 일몰을 보기 위해 기다려 본 적은 없었다. 용산전망대에서 일몰을 보고 가장 가까운 곳으로 나올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앵무산 오르는 기점인 동시에 용산 아래에 있는 농주리로 정했다.

억새와 어울린 순천만 바다풍경

농주리 마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준비를 한다. 마을 사람들이 "사진 찍으러 온 거에요?"라고 묻는다. 앵무산 등산한다니까 "앵무산 좋지!" 한다. 산행은 도로를 건너 묘 사이로 오르며 시작된다. 산길은 사람 하나 다닐 정도의 오솔길이다. 등산객들이 잘 다니지 않는 길인지 한적하다.

산행을 할 때 사람이 너무 없으면 심심하기 마련이다. 산길은 소나무 숲이었는데 산불로 탄 흔적이 있다. 나는 그저 앞만 보고 오른다. 억새가 길을 가린 숲길을 조금 헤쳐 오르니 이정표가 보인다. 하사마을로 내려가는 삼거리다. 뒤를 돌아보니 장관이다. 억새와 어우러진 순천만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순천만을 한눈에 내려다보면 자연이 그린 선의 예술이 보인다.
 순천만을 한눈에 내려다보면 자연이 그린 선의 예술이 보인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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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산들이 어울린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다. 순천만에서 점점 넓어진 바다는 장도와 여자도를 품고 여자만으로 흘러간다. 건너편으로 별량 첨산이 우뚝 섰다. 높지 않은 산인데도 우뚝 선 모습 때문에 첨산이라는 이름을 가졌나 보다. 아름다운 풍경에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한참을 서서 바다를 바라본다.

선의 예술이 펼쳐지는 바다

산길을 부드럽게 올라간다. 팔각정을 지나고 한 번 오르내리더니 앵무산 정상이다. 앵무산에 서면 순천만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한다. 산들과 어울린 바다풍경은 벼들이 익어가는 들판과 어울린다. 둥글게 퍼져가는 갈대섬과 붉게 물들어가는 칠면초 군락이 잘 어울리고 그 사이 갯골이 아름다운 곡선을 만들어 준다. 순천만은 직선과 곡선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있다.

정상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쉰다. 순천만에 햇살이 부서지는 풍경에 넋을 잃는다. 움직임이 없는 바다, 그 끝에는 물막이 하듯 지키고 있는 야트막한 산들. 넓은 바다를 품은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넓어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산길은 앵무산재로 내려섰다가 다시 가파르게 오른다. 오르막 끝에는 곡고산이 있다.

앵무산 정상에서 본 순천만 풍경
 앵무산 정상에서 본 순천만 풍경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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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고산에서 본 풍경, 해룡천이 휘감아 돌아 순천만으로 흘러든다. 머리보이는 도시가 순천시
 곡고산에서 본 풍경, 해룡천이 휘감아 돌아 순천만으로 흘러든다. 머리보이는 도시가 순천시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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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고산에 서면 순천만은 한쪽으로 비켜서고 넓은 들판이 펼쳐진다. 그 사이로 하천이 구불구불 흐른다. 무려 세 개의 하천이 들판을 가로지른다. 순천 시내에서부터 흘러오는 동천은 이사천과 하나가 되고, 하나가 되려고 노력하는 해룡천은 끝내 만나지 못하고 서로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면서 순천만으로 흘러간다.

넓은 들 끝자락에는 순천 시내가 아스라이 보인다. 도심의 번잡함도 풍경의 끝자락에 있으니 아득한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도시는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나면 다시 그리워지는 어쩔 수 없는 삶의 공간이 되어 버렸다.

황금들판을 가로지르는 강변을 걸어서

산길은 내리막이다. 한참을 내려가면 삼거리가 나오고, 직진을 하면 천황산을 지나 신흥마을이 나온다. 곡고산에서 본 강과 들판을 걷기 위해 삼거리에서 해창마을로 내려선다. 도로를 건너 들판으로 들어선다. 집 한 채와 정자가 있다. 해진정(海津亭)이라고 현판을 달았다. 옛날 이곳에는 배가 들어올 수 있는 포구가 있었다고 한다. 강변과 어울린 정자가 여유롭게 보인다.

황금들판을 가로지르는 해룡천
 황금들판을 가로지르는 해룡천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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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가 핀 길을 따라 걷는다.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억새가 핀 길을 따라 걷는다.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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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을 따라 걷는다. 곡고산에서 본 구불구불한 해룡천이다. 강변에는 억새와 갈대가 어우러져있다. 가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한가한 가을 풍경이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벼논은 말 그대로 황금 들판이다. 하얗게 반짝이는 억새와 잘 어울린다.

강변길 끝은 순천만과 이어진다. 길은 막혔다. 순천시에서 순천만 입장료를 받으면서 길을 통제했다. 순천시의 속 좁은 행정에 조금 불쾌하다. 길은 길 다워야 하는데, 입장료를 받는다며 길을 막아놔서야 될까? 용산 오르는 길 아래에는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들이 잠시 쉬고 있다. 입장료 때문에 길을 막아 놓았다며 불평이다. 나는 용산으로 오른다.

내 마음 같은 풍경, 순천만 일몰

용산은 많이 변했다. 예전에 가파르게 오르던 계단길은 빙 돌아서 올라가는 평탄한 길로 바뀌었다. 용산 능선을 오르내리던 길은 다리를 놓아 평지를 걸어가는 것처럼 바뀌었다. 사람들도 많이 찾았다. 많은 사람들이 걷다보니 산길은 바짝 말라 먼지가 많이 일어난다.

산길에 가끔 보이는 순천만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다. 앵무산에서 보던 풍경을 가까이서 보니 둥근 갈대숲이 생생하게 보인다. 용산 전망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북적인다. 아직 해가 떨어지려면 한 시간 정도 더 남았는데,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은 벌써 자리를 잡았다. 전망대에서 순천만을 보고 있으니 붉은 칠면초 군락이 나를 유혹을 하는 듯하다. 해가 떨어지면 칠면초 군락을 보기 힘들 텐데….

붉은 빛의 유혹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용산을 내려서서 칠면초 군락으로 향한다. 갯벌을 붉게 물들인 칠면초 군락은 가까이서 보면 큰 감동을 주지는 않는다. 역시 멀리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더 아름다운가 보다. 다시 용산전망대로 오른다. 일몰을 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순천만 칠면초 군락지 풍경.
 순천만 칠면초 군락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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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일몰을 즐기는 사람들
 순천만 일몰을 즐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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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일몰은 해가 완전히 진 후에 더 아름답다. 해가 떨어지는 뾰족한 산이 첨산이다.
 순천만 일몰은 해가 완전히 진 후에 더 아름답다. 해가 떨어지는 뾰족한 산이 첨산이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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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일몰은 바다로 해가 떨어지지 않지만, 그래도 아름답다. 해가 산에 가까이 갈수록 변하는 풍경들이 장관이다. 순천만의 자랑인 'S'자 물길은 해가 넘어가면서 점점 또렷해진다. 산 위 구름이 붉게 물들고, 물길도 붉게 물든다. 순천만 일몰은 내 마음 같은 풍경이다.

덧붙이는 글 | 순천에서 여수가는 17호선 국도에서 863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면 앵무산 등산로 입구인 해창마일이 있고 조금 더 가면 농주리가 있다.

'내 마음 같은 풍경'을 지닌 순천만에는 지난 3일 다녀왔습니다.



태그:#순천만, #일몰, #앵무산, #용산, #칠면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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