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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개월과 5개월에 접어든 두 아이를 키우는 우리 집은 첫째 임신 중기부터 두 가지를 배달시켜먹는다. 우유와 달걀.

필요할 때 그때그때 시장에서 사 먹을 수 있는 두 식품이지만, 믿을 수 있는 목장과 농장에서 100% 생산되는 원유와 달걀을 먹기 위해 비싼 가격을 감수하고 배달을 신청해 먹고 있다(두 제품 모두 시중에선 구매할 수 없어 오직 배달을 신청해야 한다).

우유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그래도 '우유'하면 완전식품으로 건강을 위해 꼭 섭취해야 하는 식품인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3년 동안 임신과 출산, 수유를 반복하고 있는 나와 하루가 바쁘게 자라는 아이들을 위해 늘 냉장고에 자리하고 있는 우유와 달걀.

제주도에서 배달되어 오는 우유는 일주일에 두 번, 전라도에서 오는 달걀은 2주에 한 번.  가끔 양이 부족해 시중의 우유와 달걀을 이용하기도 한다. 다음 달 둘째가 이유식을 시작하면 배달 양을 1.5배 늘리거나, 시중에서 정기적으로 추가 구입을 더 해야 할 듯하다.

비싼 가격을 감수하더라도 무항생제 축산물을 먹이고 싶은 엄마 마음이지만, 올 초 구제역 파동 때 한 번에 1000원이나 오른 우윳값 때문에 선뜻 배달 양을 늘리기 쉽지 않다. 그런데 시중 우윳값이 오를 것이라고 하니 가계부앞에서 한숨이 절로 난다.

8월 우유 파동이 나기 직전 타결된 원유값 인상 이후 우윳값 인상은 예견된 일이었다. 원유값이 ℓ당 138원 인상되었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의 일환으로 농림수산식품부가 우유가격 인상 시기를 내년까지 연기할 것을 우유업계에 요청한 바 있어 그나마 유지되고 있던 우유가격이었다. 그러나 원유값 인상 이후 우유업계들은 매일 수억 원의 적자가 나고 있어 우유가격 인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1위 서울우유는 더 이상 적자를 안고 갈 수 없어 농림수산식품부와 협의를 거쳐 곧 원유값 인상분을 반영해 우유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우유의 눈치만을 보고 있던 기타 업계들도 뒤따라 우윳값을 인상할 것이다. 이렇게 우윳값이 오르면, 분유, 요구르트, 두유, 치즈, 과자, 빵 등 유제품들 가격도 줄줄이 오를 것은 당연할 일.

껑충껑충 뛰는 물가에 장바구니가 썰렁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안 먹일 수 없는 일이다. 콩가격 인상으로 오른 두유값 때문에 우유와 두유를 병행하던 첫째 간식을 우유만으로 줄인 바 있어 여기서 더 아껴 먹이는 건 어려울 듯하다.

분유·두유 사재기도 임시방편... 가계부 보면 한숨만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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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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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가격 인상이 임박하다는 뉴스가 보도되자 주위 엄마들은 유통기한이 짧은 우유와 달리 수개월에 이르는 유통기한을 가진 두유와 분유를 사재기라도 해 가계부의 숨통을 트이게 해볼까 계산기를 두드려보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멈추지 않고 계속 오르는 사료값 때문에 원유값을 올릴 수밖에 없는 축산농가와 원유값이 인상되어 우윳값을 올려야만 하는 우유업계의 사정은 이해하지만, 가족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엄마들은 아이들 성적과 남편 월급 빼곤 다 오른다는 우스갯소리만을 씁쓸하게 하고 있다.

(자료사진)
▲ 텅 빈 축사 (자료사진)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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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최근 유기농우유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어 엄마들의 머리가 더욱 지끈거린다. 유기농우유와 일반우유의 성분이 별 차이가 없다는 둥, 유기농 원유에 일반 원유를 섞어서 유기농 우유를 만들었다는 둥 우윳값 인상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불안한 뉴스들이 들려온다.

문제는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정부가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작 하는 일이라곤 물가안정을 위해 우윳값 인상을 연말까지만 늦춰달라는, '언 발의 오줌누기'식의 부탁이 전부이다. 도대체 문제의 심각성은 인지하고 있는지. 어쩌면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소위 '기업 프랜들리' 정책과 '친서민' 정책의 결합판인지도 모른다.

총선과 대선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정치의 계절, 내년에 정부는 과연 어떤 꼼수로 또 국민들을 기만하려 들까? 부디 말로만 아이 낳으라 하지 말고, 실제로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당신네들이 그리 좋아하는 아파트값 유지를 위해서라도 인구수의 유지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윳값부터 해결하시라.


태그:#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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