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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부르크에서 뮌헨공항으로 가는 길

킴 호수
 킴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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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부르크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국경에 있는 도시다. 그러므로 잘츠부르크 서쪽 잘라흐강을 건너면 바로 독일 땅이 된다. 우리는 E52번 고속도로를 타고 서쪽 뮌헨으로 향한다. 뮌헨에서 오후 4시 25분에 출발하는 카타르 도하행 비행기를 타야하기 때문이다.

E52번 고속도로의 왼쪽으로는 알프스 산맥이 펼쳐지고 오른쪽으로는 바이에른 평야가 펼쳐진다. 중간에 커다란 호수가 나타는데, 이것이 킴 호수(Chiemsee)다. 독일에서 세 번째 큰 호수로 면적이 80㎢이다. 길이가 13.7㎞, 폭이 7.2㎞, 평균 수심이 25,63m다.

이 호수는 독일인들의 여름휴양지로 인기가 높다. 이 호수 안에는 남자들 섬(Herreninsel)과 여자들 섬(Fraueninsel)이 있다. 남자들 섬에는 두 개의 성이 있는데, 그 중 바이에른 왕 루드비히 2세에 의해 만들어진 새로운 성(Neues Schloss)이 유명하다. 이 성은 1878년 베르사유 궁전을 본떠 짓기 시작했으나, 1886년 왕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면서 미완성으로 남게 되었다. 여자들의 섬에는 수녀들만이 사는 수도원이 있다.

뮌헨 가는 길
 뮌헨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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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 호수를 지나 로젠하임 방향으로 가다 보면 인(Inn) 강이 나온다. 이 강은 알프스에서 발원, 북쪽으로 흘러 로젠하임을 지난 다음 파사우에서 도나우강과 합류한다. 로젠하임을 지나면 길은 서북쪽으로 이어진다. 로젠하임은 잘츠부르크와 뮌헨의 중간쯤에 위치한다. 정확히 동쪽의 잘츠부르크까지는 80㎞, 서북쪽의 뮌헨까지는 60㎞, 남서쪽의 인스부르크까지는 110㎞ 떨어져 있다.
 
로젠하임에서 뮌헨공항까지는 1시간쯤 걸린다. 우리는 오후 3시쯤 뮌헨공항 근처에 도착했다. 우리는 터미널 2에서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그런데 우리 버스 기사가 뮌헨공항에는 처음이란다. 그래서인지 버스정류장을 찾는데 애를 먹는다. 갔던 길을 한두 번 왔다 갔다 한 뒤 우리를 제자리에 내려준다. 이제 정말 발칸관광이 끝난 셈이다. 동쪽 끝 부쿠레슈티에서 서쪽 끝 뮌헨까지 우리와 함께 한 버스와 이별할 시간이다. 사실 버스보다는 운전기사 다니엘과의 이별이 아쉽다.

덩치가 크고 과묵하면서도 성실한 다니엘은 루마니아 사람이다. 열흘 동안 정말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었다. 과속하지 않고 짜증내지 않고 변덕부리지 않았으며, 길을 못 찾아 크게 헤맨 적도 없다.

몬테네그로의 부드바에서 조금 헤맸고, 베오그라드에서 도로공사 때문에 조금 우회했고, 이곳 뮌헨공항에서 잠시 헤맨 정도다. 그는 이곳 뮌헨에서 부쿠레슈티까지 돌아가려면 3일은 걸려야 한단다. 뮌헨공항에서 내려 발칸 쪽으로 가는 관광객이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런 행운은 만나지 못한 모양이다. 마지막까지 그는 우리의 가방을 일일이 꺼내준다.

뮌헨에서 도하로 가는 길에 만난 정치와 예술

뮌헨 공항
 뮌헨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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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공항 안은 생각보다 한가하다. 그래서인지 수속이 비교적 일찍 끝난다. 짐을 붙이고 안에서 여권검사를 받고 나니 30여분쯤 시간이 남는다. 남은 돈으로 간단한 기념품을 사고, 바로 게이트로 간다. 뮌헨의 공항 면세점은 프랑크푸르트나 우리 인천공항만큼 다양하거나 크지 않은 편이다. 게이트에 가니 함께 갈 우리 회원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다. 나는 그들에게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 일부를 보여준다. 시간이 많지 않아 다 볼 수는 없었다.

비행기에 오르면서 보니 독일 신문이 있다. 독일어를 읽을 줄 아는 나는 독일의 대표신문 <남독일 신문(Die Süddeutsche Zeitung)>을 가지고 자리로 간다. 주말판이라 모두 82면이다. 책으로 만든다면 320쪽이나 되는 책이다. 신문의 값을 보니 2.2유로다. 우리 돈으로 계산하면 3000원이 조금 넘는다. 신문 1면에서 눈에 띄는 것은 교통체증 기사와 에스파냐 정부의 부채위기에 대한 기사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도로 정체가 늘어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리스 채무 위기가 에스파냐에까지 영향을 끼쳐 에스파냐 정부는 선거를 앞당기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2012년 1월부터 새 지도부가 정권을 잡고 경제와 재정문제를 해결하라는 뜻에서란다. 13면에서부터 시작되는 문화면은 화가이자 건축가였던 지오르지오 바사리(Giorgio Vasari: 1511-1574)를 소개하고 있다. 올해가 바사리 탄생 500주년이기 때문이다.

지오르지오 바사리
 지오르지오 바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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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사리는 르네상스에서 매너리즘으로 넘어가는 시대의 화가, 조각가, 건축가로, 르네상스 시대를 자리매김하고 13세기부터 16세기까지 예술가의 삶과 예술을 정리한 위대한 예술평론가이기도 하다. 그는 화가나 건축가보다 예술평론가로 후대에 더 많은 영향을 끼쳤다.

바사리는 르네상스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고, 그 시기 가장 위대한 예술가 200여 명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그가 다룬 유명한 예술가로는 지오토, 기베르티, 브루넬레스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티치아노 등이 있다.

그는 예술가의 창조성을 중시하고, 예술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천재성으로 표현되는 창조성이 예술가의 입장에서 주관적으로 표현된 생각이라면, 자율성은 작품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나타난 형식이다. 그는 또한 예술가로서 신의 경지에 올라있다고 생각한 미켈란젤로에게 레오나로도와 라파엘로라는 길동무를 붙여주었다. 레오나르도는 세례 요한과 같은 존재고, 라파엘로는 젊은 신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들 세 사람의 작품을 모델과 규범으로 하는 학교와 학파(Akademie)를 만들어냈다.

이탈리아로 여행하는 괴테
 이탈리아로 여행하는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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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특집에서도 독일 사람들이 이탈리아를 동경하는 기사를 볼 수 있다. 수십 년 동안 독일 사람들은 행운을 찾기 위해 알프스 브렌너 고개를 넘어 이탈리아로 몰려간다는 내용이다.

"독일의 여름. 사람이고 거리고 비고 온통 회색이다. 눈은 보이는 것이 아닌 멋진 것에 도취되어 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까지 카프리의 태양을 동경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필자는 "이탈리아를 동경한 결과, 남은 게 뭐야?"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신문을 보는 동안 뮌헨을 출발한 비행기는 잘츠부르크 상공을 지나 발칸산맥을 따라간다. 그리고 발칸반도의 동쪽 끝에 있는 바르나를 지나자 비행기는 흑해로 들어선다. 밖에는 이미 어둠이 내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잠시 잠이 든다. 그동안 비행기는 터키와 이라크를 지나 페르시아만으로 들어선 모양이다. 비행기는 밤 9시 101분 카타르의 도하공항에 도착한다. 공항에 내리니 더운 공기가 확 끼쳐 온다. 기온이 40℃가 넘는다.

지난 열흘간 본 유네스코 세계유산 이야기

도하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
 도하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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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공항 라운지로 이동한 우리는 도하에서 서울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렸다. 밤 1시50분에 비행기가 떠나니 아직도 3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그리고 도하를 떠난 비행기는 9시간 정도 비행한 후 오후 4시 15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도하에서 부쿠레슈티로 갈 때 나는 이슬람 문화를 알기 위해 공항 라운지를 왔다갔다 했는데, 이제는 공항에 사람도 별로 없고 피곤하기도 해 그냥 쉬기로 했다.

나는 의자에 앉아 지난 열흘간의 여정을 되돌아본다. 정말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나라를 다녀왔다. 다녀온 나라는 모두 9개국이다. 이들 나라를 순서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루마니아, 불가리아, 세르비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독일. 거기에 중간 기착지 카타르까지 포함시킨다면 모두 10개국이 된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문화유산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보고 또 파악했는지 모르겠다.

플리트비체 폭포
 플리트비체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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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8개국의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 중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유산은 4개국에 모두 7개였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모스타르, 몬테네그로의 코토르,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 스플리트, 플리트비체 호수,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할슈타트. 이 중 플리트비체 호수 하나만 자연유산이고 나머지 6개는 문화유산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으로 나뉜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모두 936개다. 그 중 문화유산이 725개, 자연유산이 183개, 복합유산이 28개이다. 그러므로 내가 이번 여행 동안 본 세계유산은 전체의  0.75%에 불과하다. 그러나 발칸과 옛 유고슬라비아 여러 나라, 동방정교와 이슬람 문화를 아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와 오스트리아의 같음과 다름을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지리적·역사적·문화적으로 공통점과 함께 차이점도 가지고 있다.

이슬람교, 동방정교, 가톨릭의 유산

모스타르 구시가지
 모스타르 구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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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모스타르는 이슬람교 지역이다. 그리고 다리를 중심으로 한 모스타르 메디나(구시가지)는 터키 지배시대의 유산이 많이 남아있다. 19세기 후반 이곳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지배하에 되면서 다시 가톨릭 문화가 들어왔지만 상대편을 배척하지 않고 공존하면서 사는 지혜를 보여주고 있다. 모스타르는 다른 문화와 인종과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도시로 그 의미가 크다.

몬테네그로의 코토르는 로마시대까지 그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성곽도시 코토르는 16세기 들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오래된 교회들은 12세기부터 세워지기 시작했다. 특히 1195년에 세워진 성 루까 교회는 동방정교와 가톨릭의 공존을 보여준다. 19세기에 가톨릭과 정교회 신자들을 위한 두 개의 제단이 만들어졌을 정도다.

성곽도시 두브로브니크
 성곽도시 두브로브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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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는 아드리아해 연안 국가 중 가장 아름답고 유서 깊은 유산을 가지고 있다. 두브로브니크와 스플리트는 역사와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문화유산이고, 플리트비체 호수는 자연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자연유산이다.

두브로브니크는 아드리아해의 진주라 불리는 성곽도시다. 성곽은 12세기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14-15세기에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성곽 안에는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의 교회와 수도원, 궁전과 분수 등이 있어 건축의 시대적인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달마티아 해변에서 가장 큰 도시인 스플리트는 300년 전후에 만들어진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과 중세 때 만들어진 대성당으로 유명하다. 이들 문화유산은 도시의 1700년 역사와 문화적인 전통을 잘 보여준다. 이곳에 있는 건물이나 건축, 조경 등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1979년 세계유산이 될 수 있었다. 플리트비체는 이번 여행 동안 본 유일한 자연유산으로, 아름다운 호수와 동굴 그리고 폭포로 유명하다.

스플리트
 스플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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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와 할슈타트 역시 세계 문화유산이다. 잘츠부르크는 알프스 산맥이라는 큰 장애물 주변에 위치하면서도 소금이라는 자원을 이용, 문화와 예술의 중심도시로 발전할 수 있었다.

특히 바로크 양식의 건물이 많으며, 이 도시의 아들인 모차르트와 카라얀 등을 통해 문화와 예술 그리고 축제의 도시가 될 수 있었다. 할슈타트도 이웃하고 있는 잘츠캄머굿과 함께 1997년 세계 문화유산이 되었다.


태그:#뮌헨공항, #킴 호수, #바사리, #유네스코 세계유산, #종교의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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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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