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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푸른 하늘에 흰구름...그 아래 은빛 억새 물결...
▲ 억새... 맑고 푸른 하늘에 흰구름...그 아래 은빛 억새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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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평전의 억새...
▲ 시월... 장군평전의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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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억새, 억새산행하면 다시 찾아도 좋은 영남알프스의 신불평원과 부산 승학산, 금정산 장군봉 등이 먼저 떠오른다. 억새는 몇 개씩 흩어져 있는 것보다는 군락을 이루고 있어야 아름답다.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그 유명한 억새산들도 많지만 그렇다고 멀리 멀리 간다고만 좋은 것은 아닐 터. 뽀드득 소리가 날 것 같은 맑고 투명한 시월의 하루, 모처럼 남편과 함께 억새꽃 피어 은빛 바다를 이룬 가까운 산을 찾기로 했다.

시월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때. 바람은 깨어 있어 날이 서 있고 볕은 따습다. 상쾌한 바람은 머리도 마음도 깨워 사색의 도수를 높이고 눈은 더욱 깊어진다. 오늘(10월 3일) 가기로 한 산은 금정산 장군평전. 등산 배낭을 메고 길 건너 맞은편에서 32번 버스를 탔다. 남부시장에서 내려 다시 부산가는 버스를 탔고 부산 범어사역에서 하차. 거기서 약 100미터 거리에 있는 90번 버스 종점에서 범어사까지 가는 90번 버스에 올랐다. 잠시 후 버스는 범어사 앞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하늘은 더없이 푸르고 소슬한 바람, 따사로운 가을볕, 전형적인 시월이다. 오늘 같은 날 내남없이 자연의 품에 뛰어든 듯 제법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범어사에서 금정산 계곡길 쪽과 반대방향인 장군평원 가는 길(오른쪽)로 접어들었다. 길에서 만나 잠시 스쳐가는 사람들은 갈림길에서 서로 다른 길로 접어들고 길은 길에서 길로 이어진다.

범어사 내에서 오른쪽 길로 들어서고 약수터 앞 나무 평상에 앉아 잠시 쉬었다. 약수터에서 물을 담고 숲속으로 들어선다. 여기서도 두 갈래 길이 나온다. 하나는 금정산 고당봉으로 가는 길이고 또 다른 길은 장군봉 가는 길이다. 장군봉 표지판이 서 있다. 숲길로 접어들면서 고도는 점점 높아진다. 길은 조용하고 호젓하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한동안 계속되고 제법 땀이 등을 적신다. 오르막길에서 잠시 휴식하며 앉아있노라니 금방 땀이 식고 한기가 돈다. 다시 일어나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따라 걷다보니 조망바위가 있는 곳에 이르렀다.

억새...
▲ 장군평전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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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쯤 오면 장군평전이 지척이다. 이어지던 오르막길 끝에 만난 조망바위에 올라 탁 트인 하늘과 펼쳐진 풍경을 일별하고 큰 숨 한 번 몰아쉰다. 조망바위 바로 옆에는 들국화가 피어 흐드러졌다. 산길 오르는 내내 여기저기서 한두 개 혹은 무더기로 피어 있는 들국화를 만났다. 조망바위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니 이정표가 보이고 바로 눈앞엔 장군평전이 펼쳐져 있다. 이정표 앞에는 전에 없던 표시석이 보인다. 갑오봉(720m)이라고 적혀있다.

장군평전 억새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고 아담한 것이 특징이다. 억새는 순광보다는 역광으로 볼 때 억새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 얼마쯤 걷다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았을 때, 그때서야 장군평전 억새꽃의 은빛물결이 눈에 들어왔다.

하얗게 나부끼는 억새의 물결, 그 위로 펼쳐진 가을 하늘. 바람이 흰 구름 빌려 쓰기라도 한 것일까. 바람결 따라 하얀 구름들이 시시때때로 여러 모양의 문양을 그리고 있었다. 청명한 가을 하늘에 흰 구름이란 붓을 들어서 바람의 손끝을 빌어 그리운 이들에게 편지라도 쓰는 모양이다. 오늘 하늘은 그런 하늘빛이다. 가을 억새 속에 나는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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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국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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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따라 나부끼는 억새길을 걸어서 장군봉에 이르렀다. 장군봉에서 다시 내려와 억새풀 숲 도시락 자리를 찾았다. 이곳저곳 사람들이 앉아 쉬던 억새가 누운 나리들이 더러 보였다. 자리를 깔고 앉아 정수리 위로 떨어지는 가을볕을 바로 받고 앉아있으니 가을볕 속에 눕고 싶어졌다. 꽤 오랫동안 그렇게 누워 있었다. 따사로운 가을볕이 머리 위에서 떨어지고 바람은 소슬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사이로 사람들 소리도 들려왔다. 누워서 쉬기에 딱 좋다. 이대로 누워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다. 바람이 억새를 흔드는 소리, 억새의 비명 사이로 사람들 목소리가 섞여 들고 햇살은 따뜻해 낮잠 한 번 자도 되겠건만 정신은 맑게 깨어있어 눈만 감고 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내친김에 금정산 고당봉도 간다. 장군평전에서 금정산 고당봉까지 이어지는 길은 비교적 한산하고 사람 인기척이 드문 편이다. 장군평전에서 다시 고당봉 쪽으로 연계 산행하는 이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장군평전에서 저 멀리 내다뵈는 금정산 고당봉 쪽으로 바라보며 호젓한 숲길을 걸었다. 좀 빠른 걸음으로 숲길을 통과해 숲길과 조망하기 좋은 길로 갈라지는 길에서 숲길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꺾어 오르막길로 올라선다.

장군봉에서 고당봉 가다가 잠시 앉아 망중한...
▲ 시월... 장군봉에서 고당봉 가다가 잠시 앉아 망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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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조릿대 숲을 조금만 지나면 하늘이 툭 트인 조망권이 좋은 길이 나온다. 좁은 산 조릿대 길을 지나 조금 지나자 펼쳐지는 풍경들. 기암괴석들로 이뤄진 거대한 화강암바위들 뒤로 양산 시내와 낙동강 줄기 굽이굽이 펼쳐진 먼 산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반대쪽으로는 부산 시내와 동해바다와 광안대교, 멀리 대마도까지 아련히 보인다. 적당한 곳에 이르러 바위 위에 올라앉았다. 금방 추워져서 겉옷을 껴입고 앉았다. 주변에도 몇몇 사람들이 앉아 있지만 그들도 우리처럼 자리를 털고 일어설 줄을 모른다. 자연 속에 있는 것이 이토록 좋은 것이다.

이렇게 청명한 가을날에 이 좋은 자연의 품속에 오롯이 담겨 오종일 산에서 노는 즐거움...신선이 따로 없다. 아쉬움을 달래며 일어선다. 금정산 고당봉에는 늦도록 사람들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우린 금정산 고당봉까지 올라가 다시 내려와 북문에 이르렀고 북문에서 범어사 쪽으로 내려왔다.

장군봉~고당봉 가는 길에...
▲ 금정산 장군봉~고당봉 가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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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당봉 주변에서 내려다 본 풍경...
▲ 금정산 고당봉 주변에서 내려다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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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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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종일 산에 있었지만 피곤한 줄 모르고 즐거웠던 금정산에서의 하루. 마음껏 자연 속에서 쉼을 얻은 날이었다. 머릿속은 맑아지고 두 눈은 높아진 하늘처럼 투명해지고 정신은 맑게 예민하게 깨어있어 독서하기에도 좋고. 바람은 소슬하고 햇볕은 가슬가슬하니 사색하기에도 좋은 계절. 등산을 하면 잠시 앉아 쉬어도 한기가 돌지만 조금 걸으면 금방 몸이 데워지고 땀도 적당히 나고 등산하기 좋은 달. 걷고 또 걸어도 지치지 않고 마음도 상쾌해서 산에서 온종일 있게 만드는 계절...가을 중에 시월은 그런 달이다.

<산행수첩>
1. 일시: 2011. 10. 3(개천절). 매우 맑음
2. 산행기점: 범어사
3. 정상에서의 조망: 탁월함
4. 산행시간: 6시간 55분
5.진행:범어사(10:40)-약수터(11:10)-조망바위(12:00)-갑오봉(720m.12:15)-장군봉(12:40)-점심식사 후 출발(2:00)-옹달샘약수터(2:15)-금정산 정상 고당봉(3:40)-금정산 등산문화탐방지원센타(4:05)-북문(4:15)-범어사(5:10)-범어사 주차장(5:35)


태그:#금정산, #장군평전, #고당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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