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코스모스의 계절이다.
어릴적 신작로마다 피어나 학교 오가는 길에 꽃을 따 공중으로 날리면 빙그르르 돌며 떨어지던 꽃, 까맣게 익은 씨를 따서 아무곳에나 흩뿌리면 이듬해 가을이면 어김없이 피어나 한들거리던 코스모스였다.
'코스모스'라는 그 이름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까닭에 외래종이면서도 우리 이름을 얻은 '달맞이꽃'처럼 이름으로는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는 꽃이기도 하다. '코스모스'라는 이름, 그 자체가 이국적인 꽃인 것이다. 아마도 그 이름을 바꿨더라면, 더 친근한 꽃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코스모스는 무리지어 피어 있어야 예쁘고, 몇 가지 색깔이 섞여 있어야 맛이다. 그리고 바람에 산들거리고 흔들려야 맛이다. 이제 이 꽃도 공원이나 가야 볼 수 있고, 서울을 벗어나야 길가에서 드문드문 볼 수 있는 꽃이 되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이 어디 코스모스뿐일까? 모든 꽃은 바람에 흔들리면서 피어난다. 그 바람의 상징은 '고난'이기도 하고 '아픔'이기도 하다. 고난과 아픔을 통해 연단되고, 그로인해 더 튼실한 꽃을 피워낸다. 인생과 닮은 것인지 아니면 인생이 닮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눈에 보이는 것을 담지만, 때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담아내기도 하는 것이 사진이다. 셔터를 누르는 것만으로도, 아무리 저속이라도 몇초 만에 한 장의 그림이 완성되는 것은 나같이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그리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너무도 고마운 일이다.
보이는 것을 담는 것도 의미있는 작업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담아 현실로 가져오는 일도 의미있는 작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