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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와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응원하기 위한 '3차 희망버스' 문화제가 부산역광장을 비롯한 부산 시내 곳곳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30일 오후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이 지지자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보이며 인사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와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응원하기 위한 '3차 희망버스' 문화제가 부산역광장을 비롯한 부산 시내 곳곳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30일 오후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이 지지자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보이며 인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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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 탁탁 타타탁 타탁. 그녀다. 35미터 허공에서 타전하는 그녀. 이 밤, 이 새벽, 이 아침, 이 오후. 그녀가 끊임없이 타전하는 구조 신호가 마침내 내게 온다. 그리고 그녀의 트위터 팔로어 2만3339명과 2만3339명의 또 다른 팔로어 수십만 명에게도 그 신호가 타전된다. 타타 타타탁 탁탁. 나도 그녀에게 타전한다. 스마트폰의 자음과 모음을 두드리는 그 소리가 19세기 전신연락용으로 사용되던 모스신호기 소리 같다는 생각을 한다. 볼 수도 없고, 만날 수도 없는 막막한 상황에서 끊임없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연대와 사랑을 전하는 신호 말이다.

나는 지금 자장면을 판다. 한 때는 시를 썼고, 한 때는 시를 쓰면서 평택 대추리에서 미군기지 반대 활동도 했다. 그러나 자장면을 팔면서부터는 오로지 나의 생존에만 매달렸다. 자영업의 특성이자 한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상사로부터 귀 막고 눈 감고 살게 된 건 단지 그 때문만은 아니다. 한나라당이 집권당이 아닌 시절에도 국가폭력은 가공할 위력으로 민중의 삶을 짓밟았고, 비정규직법도, 한미 FTA도 그때 시작되었다. 모두 먹고 사는 일에 매달렸다. 가난은 저주의 다른 이름으로 우리의 생을 하찮게 만드는 악마였다. 그렇게 다들 먹고 살기 위해 생각을 멈추고 말을 잃어갔다.

신자유주의를 이길 수 있는 대안이 없어 보였다. 무력했다. 국가는 더욱 폭력적으로 길길이 날뛰었고, 자본권력은 국가 위에 군림하며 인간성을 말살시켜 갔다. 상상조차 어려운 잔혹한 일들이 개미 한 마리 죽이는 일쯤으로 일어났다 금세 잊혀졌다. 끝도 없었다. 수도 없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이 치욕스러웠다. 알면 알수록 숨 쉬기조차 어려운 진실을 목도하기가 버거웠다. 더 힘든 것은 그럼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모두 뿔뿔이 흩어져 먹고 사는 일에 스스로를 유폐시켰다. 나도 그처럼 세상의 한켠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살고 싶었다. 우리의 존엄성은 그렇게 시궁창에 처박힌 채 썩어갔다.

한 여인이 왔다. 포털 사이트에 뜬 각 언론매체의 머리기사만 보는 것이 내가 세상을 흘깃흘깃 훔쳐보던 방식의 전부였던 때다. 저 멀리 부산 어느 곳 크레인 위에서 몇 달째 산다는 한 여인이, 신기했다. 고공농성이 낯선 것도 아닌데, 내가 그 기사를 와락 끌어안은 것은 일단은 그가 여자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차마 묻지는 못하지만, 몹시도 세속적인 궁금증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어떻게 반 평짜리 크레인 위에서 먹고, 자고, 싸고, 씻을 수가 있지? 그것도 여자라니! 나는 그녀를 탐독하기 시작했다.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조선소, 박창수, 김주익, 곽재규, 정리해고, 복직, 다시 정리해고, 소금꽃나무, 85호 크레인, 그리고 그녀 김진숙. 그녀의 역사를 읽는 동안, 나는 하루에 한 번씩 눈물을 쏟았다.

방방곡곡 아프고 슬픈 사람들 살리는 '김진숙의 사랑'

트위터를 시작했다. 그녀를 팔로잉하고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하루하루가 위독했다. 84호 크레인을 수리해서 85호 옆으로 옮길 무렵이었다. 그녀를 죽게 할 수는 없다는 절박함에 나도 말을 하기 시작했다. 팔로어가 수만 명에 달하는 인기 트위터러 몇몇에게 제발 그녀를 그냥 놔두라고 사정하고, 빌고, 협박했다. 물론 그 때문은 아니지만, 다행히 85호를 바닷가 쪽으로 끌고 가는 일은 없었다. 트위터 자체에 대한 호기심으로 유명인사들을 팔로잉했다가 그녀에 대해 한 마디 언급도 없는 '사회 저명인사'들은 단칼에 잘라버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그녀가 나를 돌아보았을 때, 내 몸에 전류가 짜르르 흘렀던 것 같다. 그리고 또 얼마 뒤, 그녀가 맞팔을 해왔을 때 신랑 몰래 애인을 만든 것처럼 쾌재를 불렀다(실제로 우리 신랑은 내가 누구와 뭘 하는지 다 알면서, 스마트폰만 들여다 보고 있으면, 또 연애질이냐며 샘을 낸다).

희망버스를 타고 갔다. 토, 일요일이면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들 덕분에 꽤나 바쁜 터라 자리를 비우기가 녹록치 않은 장사치 신세라서 3차 때에야 겨우 갔다. 이렇게 저렇게 잔머리를 굴려 어렵사리 대타를 구해서 자리를 메워 놓고 네 살배기 딸아이를 데리고 버스를 탔다. 운 좋게도 시댁이 부산에 있어(더불어 이번처럼 부산 사람들이 부러워 본 적이 없다. 85호 아래 자주 가볼 수 있으니 말이다) 아이는 제 사촌집에 맡겨두고 그 높디높은 영도를 타넘어 길바닥에서 노숙을 했다. 그러는 내내 85호 크레인이 도대체 어느 것인지 몰라 답답했고, 아침이 되어서 85호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는 사실에 아주 옛날, 대구에서 포천까지 군에 간 애인 면회 갔다가 얼굴도 못 보고 돌아오던 때가 생각날 만큼 말도 못하게 속상했다.

그러다 영도를 빠져나오기 위해 다시 산복도로를 타다 아파트 사이로 그 위용을 드러낸 85호 크레인을 만났다. 두 산등성이에 서 있는 것처럼 우리는 그토록 높은 곳에 이르러서야 그녀와 눈높이를 맞췄다. 그녀와 네 남자는 우리가 내지르는 소리를 알아듣고 두 팔을 번쩍 들어 흔들었다. 우리도 흔들었다. 행여나 잘 안 보일세라 크고 힘차게 휘둘렀다. 그리고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통제 불능이었다. 눈물방울이 그렇게 클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때, 그 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박일환 시인이 '사랑합니다!'라고 아주아주 크게 외쳤다.

그녀는 수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하게 만든다. 평소에는 한 이불 속 그에게도, 한 솥밥 먹는 살붙이에게도 쑥스러워서, 바빠서, 익숙해서 거의 하지 못하던 말을 남자고, 여자고, 아이고, 어른이고 하게 만든다(나는 아직 하지 않았다. 결정적일 때 써먹으려고 무지 아껴두는 중이다). 사랑! 우리가 먹고사는 일에 골몰하며 그 잔혹한 자본과 국가의 폭력으로 우리 이웃이 쓰러지고 죽어가도 못 본체 하는 동안,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조차 '잃어버린' 게다. 김진숙, 그녀는 시궁창에 처박힌 인간의 존엄을 그 높은 하늘 가까운 곳까지 끌어올려 놓고 우리들에게 이제 그만 축 처진 어깨를 펴고 발밑만 쳐다보던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고, 당신의 존엄을 보라고 한다. 

인간의 존엄은 사랑에서부터 시작된다. 김진숙, 그녀는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 사랑이 넘치고 넘쳐 다른 이의 목숨도 함께 구하고자 허공에 집을 짓게 만든다. 허공을 가득 메운 그녀의 사랑은 다시 넘치고 넘쳐 이 나라 방방곡곡 아프고 슬픈 사람들을 살린다. 나의 눈물은 나 자신을 되찾기 위한 의식이었다. 아무리 먹고사는 일에 매달려도, 아무리 죽어라 일을 해도 돈이 없다. 그녀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벼랑 끝에 서 있다는 걸 이제 안다.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을 스스로 떨어지라고 악마의 속삭임을 퍼붓는 이 정권과 자본을 더 이상 용서할 수 없다는 걸 이제 안다. 우리 모두가 더이상 비루해지지 않기 위해서, 그녀가 타전해오는 사랑의 밀어를 와락 끌어안고 모두 함께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한때 마라도에서 자장면을 팔았다. 그곳은 가로등이 없다. 어둠이 깔리면 천지간 구분이 안되는 암흑세상이다. 단 하나, 등대 불빛만이 일정한 간격으로 섬을 한 바퀴 비춘다. 제주도 남쪽, 서태평양을 지나는 모든 배는 마라도 등대 하나에 기대어 항해를 한다. 전 세계 항해사들이 대한민국은 몰라도 마라도 등대는 다 알 만큼 막중한 역할을 한다. 지금 이 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35미터 허공의 그녀에게 구조 신호를 보내는 중이다. 85호 크레인은 이 나라 곳곳에서 유령처럼 떠돌며 신음하는 산 자들의 아픈 영혼을 위해 불을 밝히는 등대다. 지금 이 시간에도 타전해오는 그녀의 전언은 끝끝내 사랑이다. 279, 280, 281…일. 상상이 되시는가. 이 사랑이 더는 추위에 떨지 않도록, 더는 공포에 질리지 않도록 그녀에게서 배운 사랑을 보여주러 가자. 우리를 살리러 가자. 10월 8일, 희망의 버스가 다시, 출발한다.

 10월 8일 떠나는'5차 희망의 버스' 소개

• 기조 :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5차 희망의 버스 "가을 소풍"
- 조남호를 처벌하고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를 반드시 철회시키자.
-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이 가능함을 같이 이야기하고 가능성을 만들자.
- 희망버스 참여자들이 주인이 되는 자리를 만들자.
- 문화적이면서도 공동체적이고 치유가 있는 집회문화를 만들자.

• 날짜와 장소
- 날짜 : 2011년 10월 8일(토)~9일(일)
- 장소 : 부산 85호 크레인 앞과 부산지역

• 세부 계획
- 8일 오후 6시 부산 도착 / 만남의 마당
- 8일 오후 8시 희망의 퍼레이드
- 8일 오후 9시 시민들과의 어울림
- 8일 오후 11시 연대 문화마당 "우리들이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가칭)
- 9일 오전 8시 / 약속과 결의의 마당
- 9일 오전 10시 출발

* 부산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
* 날씨가 서늘합니다. 따뜻한 옷이 필요해요.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을 위한 숙소를 마련할 계획이에요.

• 참가 방법
- 참가비 : 3만 원(서울 기준, 지역별로 다릅니다.)
※ 참가비와 참가비 입금계좌가 지역마다 다르므로, 지역 별 공지사항을 꼭 참고해 주세요.
※ 지역 버스 운행하시는 분들께서는 꼭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카페에 관련 내용을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 문의 : 다음 까페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http://cafe.daum.net/happylaborworld
070-7168-9194(서울), 메일 hopebus@jinbo.net, 공식트위터 twitter@hopebus85

• 지역별 출발 시간 및 장소
- 서울:8일(토) 낮 12시, 시청광장 재능교육비정규직 농성장 (070-7168-9194)
- 경기 이천 : 8일(토) 오후 1시, 이천 서희동상 앞 (010-7163-7296)
- 경기 여주 : 8일(토) 오후 1시 30분, 여주 농협 앞 (010-7163-7296)
- 강원 동해 : 8일(토) 오전 11시, 동해 종합운동장 (033-531-7908)
- 강원 삼척 : 8일(토) 오전 11시 15분, 삼척시청 앞 (033-531-7908)
- 강원 속초 : 8일(토) 오전 10시, 근로자복지회관 (033-636-9822)
- 강원 춘천 : 8일(토) 오후 12시, 태백가든 앞 (033-263-8614)
- 강원 강릉 : 8일(토) 오전 11시, 강릉시청 (033-642-0401)
- 강원 원주 : 8일(토) 오후 2시, 따뚜경기장 (033-745-5505)
- 충북 : 8일(토) 오후 1시 30분,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앞 (043-234-9595)
        ※ 충주/음성/제천/단양 등 충북 북부권은 추후 공지
- 대전 : 8일(토) 오후 2시, 대전시청 남문광장 (010-3114-3639)
- 대구 : 8일(토) 오후 3시, 대구시청 앞 (010-4810-0222)
- 울산 : 8일(토) 오후 4시, 동천체육관 (010-8174-0045)
- 광주 : 8일(토) 오후 13시30분, 광주시청 (010-4221-2560)
- 경기 수원 오후1시 경기도청 앞(010-2699-0817)
- 경기 안양 오후1시 만안구청 앞(010-3340-0419)
- 경기 평택 오후1시 원평주민센터 앞(011-755-6416)
- 경기 안산 낮 12시 화랑유원지 주차장(010-3016-9883)
- 인천 오전 11시30분 부평역(016-269-8458)
- 순천(여수) 오후3시 순천 조은프라자 앞(010-3612-8042)
- 충남 오후1시 아산시청앞 1시30분 천안 홍익스포츠센터(041-549-4081)
- 창원 오후1시30분 공설운동장 만남의광장(055-261-0058)
- 전주 오후2시 전주종합경기장(063-278-9331)
- 부산 오후3시(민중대회) 오후6시(희망버스) 부산시내곳곳(051-637-7460)
* 그 외 대부분의 지역에서 희망버스가 준비되고 있습니다. 늦은 지역은 이제라도 시동을!

• 더 넓은 희망이 펼쳐집니다

스머프 데이(1차)
- 9월 29일(목) 오후 3시 / 한진정리해고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선전 퍼레이드
                    오후 5시 / 희망버스 탑승객들과 함께 하는 청계천소풍(파이낸셜 빌딩)
희망버스와 함께 하는 문화예술인의 밤
- 9월 30일(금) 오후 7시 / 마포구청역 4번 출구 / 살롱 드 마롱

충남, 희망 토크 콘서트
- 9월 29일(목) 오후 7시 / 광명아파트 옆 '우산속 작은무대'

한진 정리해고철회 및 제주 강정마을 지키기 순천문화제
- 10월 1일(토) 오후5시, 순천조례호수공원  

김진숙과 영화를 보고 싶은 영화인 276인 선언 기자회견
- 10월 4일(화) 11시 / 세종문화회관 앞

희망버스 환영 / 정리해고 철회 부산지역 500인선언 기자회견
- 10월 4일(화) 10시, 부산시청

한진 정리해고 철회 및 경찰탄압 규탄 사회원로 기자회견(가칭)
- 10월 5일(수) 11시 /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

희망버스 환영 정리해고 철회, 국정조사 실시 부산 집중야간문화제
- 9월 30일(금), 10월 7일(금) 오후 7시 30분, 한진중공업 앞

MB정권 심판! 민중대회
- 10월 8일(토) 15시, 부산 / 장소 추후 공지

※ 서울비정규노동자 가을운동회
- 일시 : 10월 9일(일), 연세대학교
- 희망버스 타고 부산 다녀와 함께 합니다.

※ 함께 해요!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전진(가안)
- 일시 : 10월 22일(토) 오후 4시, 서울


태그:#김진숙, #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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