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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과 축제를 알리는 대형풍선
 청사초롱과 축제를 알리는 대형풍선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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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이 붓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짜랑짜랑한 햇살을 듬뿍 묻혀 커다란 붓놀림으로 널따란 대지에 가을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벼 톨이 토실토실하게 영글어 가는 논에는 노란색 물감을 연하게 칠하고 있고, 사과가 주렁주렁하게 달린 과수원에는 빨간 햇살을 묻혀 연지곤지를 찍듯 콕콕 찍어가고 있었습니다.

가을이 성큼성큼 익어가는 예당 벌판을 달려 제7회 홍성내포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는 축제장엘 다녀왔습니다.

만해 한용운과 백야 김좌진 장식
 만해 한용운과 백야 김좌진 장식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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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 한 그릇으로 점심을 때우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보니 호상놀이가 시연될 시간이 다돼갑니다. 상여가 꾸려져 있는 곳으로 가니 발인제를 지낼 제상을 차리고 있습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감 놔라, 대추 놔라'

제상을 어떻게 차리느냐를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습니다. 어동육서니 포를 동쪽(우측)에 놔야 한다며 포(脯)를 우측으로 놓고 소고기를 구운 적(炙)을 좌측으로 진설합니다. 이를 보고 있던 다른 사람이 좌포우혜니 포를 좌측(서쪽)으로 놔야 한다며 포를 다시 우측으로 옮겨 놉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상차리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제상차리기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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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동육서와 좌포우혜라는 말은 알고 있지만 포와 적을 진설하는 줄이 다르다는 것을 미처 떠올리지 못한데서 비롯된 엇갈림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제사상이 차려지는 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감 놔라 대추 놔라가 재현되고 있는 현장입니다.

발인제를 지냅니다. '영이기가 왕즉유택 재진견례 영결종천(영가시여 상여에 오르셨으니 이제 가면 곧 묘지입니다. 보내는 예를 갖추며 영원한 이별을 아룁니다.)'하고 축관이 독축을 하니 잠시 멈췄던 곡성이 행사장 주변에 낭자합니다. 

나이 지긋한 상여꾼들

축제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상여는 6명씩 4줄, 연춧대를 길게 하여 24명의 상여꾼이 메도록 되어 있었지만, 연춧대만 짧은 것으로 바꾸면 12명이 메기에 딱 좋을 크기였습니다.   

상여를 둘러멘 상여꾼들 모두가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로 충남무형문화제 제20호로 지정된 <홍성결성농요보존회> 회원들이라고 하였습니다. 어르신들의 지긋해 보이는 모습에서 상여의 의미가 더해집니다.

상여에 앞서는 만장 행렬이 아주 독특합니다. 모자라는 인력, 만장을 들어야 할 사람들을 대신하는 고육지책이라는 생각에 애잔함이 느껴집니다. 만장을 한 사람이 하나씩 드는 게 아니라 만장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줄을 두 사람이 들고 행렬을 이루는 형식이었습니다.  

상여행렬에 앞서 흔드는 요령
 상여행렬에 앞서 흔드는 요령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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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령잡이가 딸랑딸랑 요령을 흔듭니다. 여느 곳에서는 요령잡이가 상여에 올라서서 선소리를 넣으며 요령을 흔들었는데 홍성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요령잡이는 상여에 앞서 뒷걸음으로 걷고 상여에는 북 잡이가 올라서서 북을 쳤습니다.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너를 두고 나는 간다   아~하~아~하~ 에~헤~여~하~
언제 와요 언제 와요 이제 가면 언제 와요   아~하~아~하~ 에~헤~여~하~

요령잡이가 선소리를 넣으면 상여꾼들은 후렴소리를 메기며 답을 합니다. 자박자박 내딛는 발걸음처럼 선소리와 후렴소리가 끊이지 않고 이어집니다.

행사장을 출발한 상여 행렬이 홍성 시가지로 들어섭니다. 잠시 멈춰 노잣돈도 받고 노제도 지내지만 계획된 시간이 촉박하니 서두르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12명 또는 24명이 멜 수 있는 횡성 상여
 12명 또는 24명이 멜 수 있는 횡성 상여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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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 장식하고 있는 장식물들
 상여 장식하고 있는 장식물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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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가 출발할 때부터 시작된 딸내미의 아이고땜은 그치지 않습니다. 목소리의 크기도 줄어들지도 않았습니다. 행사로 치러지는 상여행렬이지만 아이고땜 소리에 애별이고의 아픔이 가슴으로 스며듭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요령잡이가 없어 녹음기로 선소리를 대신하고 있었지만 홍성에서는 요령잡이가 두 분이나 되었습니다. 최용식(74세) 어르신이 먼저 요령을 잡고 30여분 정도를 진행하니 조광성(68세) 어르신이 이어 받아 요령을 흔들며 선소리를 넣습니다.

외국인 여성 어깨로 박자 맞출 만큼 경쾌

서두르는 상여소리는 상여행렬을 구경하던 외국인 여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어깨로 박자를 맞출 만큼 경쾌하기까지 합니다. 촘촘한 발걸음으로 외나무다리를 건넌 상여행렬이 어느새 출발을 하였던 행사장으로 들어옵니다.

▲ 홍성 호상놀이 제7회 홍성내포문화축제에서 시연된 호상놀이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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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를 내려놓고 회다지를 시작합니다. 보리밭 밟기를 하듯 줄을 맞춰서더니 자박자박 밟아갑니다. 일자로 들어섰던 회다지 꾼들이 어느새 동그라미를 그리며 밟아갑니다. 

몇 바퀴 빙글빙글 돌고나더니 시간이 촉박하고 마이크시설까지 시원찮으니 하는 둥 마는 둥 끝을 맺습니다.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이 합일을 이루는 구성진 달구질 소리대신 영결종천을 외치던 독축소리가 아쉬움으로 귓가에 걸리고 있었습니다.

모자라는 것은 횟수를 더해가며 채우고, 틀리거나 잘못 된 부분은 묻고 답하여 반듯하게 잡아 내포의 전통문화로 오롯이 발전하고 계승되길 기원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행사장에는 25일(일요일) 다녀왔습니다.



태그:#전통상여행렬, #전통장례행렬, #요령잡이, #홍성내포문화축제, #결성농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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