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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잎사귀도 붉은색으로 물들고 있는 요즘. 출퇴근길에 보는 들녘의 벼는 노란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가을을 상징하는 것 중 하나가 추석. 추석을 쇠자 여기저기서 가을이라는 자명종을 울리고 있다. 제주의 가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추석연휴를 쇤 15일과 16일 제주여행을 다녀왔다. 그 동안 제주에 여러 차례 여행을 했지만, 말 테마 파크 공연 관람은 이번이 처음. 몽골제국의 건국자인 칭키즈칸의 일대기를 그린 야외공연으로, 웅장한 음악과 전문 기마공연단의 연기는 혼을 빼 놓기에 충분했다. 그 중 가장 볼 만한 것은 역시 말 타는 기술. 어릴 때부터 몽골평원에서 말 타기를 해서인지, 말을 다루고 타는 기술은 말로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말 타는 기술도 그야말로 다양하다. 말 위에서 꼿꼿이 선채 달리는가 하면, 말 등 양쪽을 이리저리 넘나드는 기술, 한 발을 땅바닥에 닿았다가 다시 말 등 위로 올라서는 묘기를 보노라면 박수를 안칠래야 안 칠 수가 없을 정도.

 

공연은 웅장한 음악을 깔고, 몽골단원이 전통악기를 연주하면서 시작된다. 놀랍게도 귀에 익은 아리랑 연주다. 이어 본격적인 공연의 시작. 몽골 기마단원이 한꺼번에 나오면서 혼돈의 시대를 암시한다. 관중석과 공연장의 경계 펜스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얼마나 빠른 속도로 달리는지 휙 하는 바람이 인다.

 

공연은 영웅의 탄생을 알리면서 치열한 전쟁으로 이어진다. 테무친의 어릴 적 친구였던 자무카와 최후의 만남, 그리고 죽음. 50분간 진행되는 야외공연, 실제 전쟁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그 느낌과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공연 중간 중간 특별한 장면도 볼거리. 아이들이 조랑말을 타고 펼치는 연기는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한편의 코미디 같기도 하다. 어른 단원들의 성숙된 연기는 숨을 멎도록 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세련된 모습이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거의 한 시간의 공연이 끝이 났다. 모두 기립박수로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다. 나 역시 주머니에서 용돈을 꺼내 남녀 단원 한 명에게 각각 1만 원씩의 격려금(?)을 주며 악수를 청했다.

 

해외여행을 포함하여 여행을 하다보면 각 지역의 공연을 관람하는 코스가 있다. 제각각 그 지역의 전통과 특성을 살린 공연이 여행자에게 감동을 주고 있지만, 이 공연만큼이나 감동을 받은 적이 없다는 느낌이다. 있다면 몇 해 전 관람했던 '명성황후'. 무대, 조명, 의상, 음향 그리고 배우의 연기는 세계 최고의 공연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았던 명성황후 공연. 15일 일정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는 내내 몽골 공연관람의 감동이 전해 옴을 느낄 수 있었다.

 

16일 일정.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에 있는 안덕계곡. 이 계곡에도 어김없이 가을이 찾아왔다. 계곡으로 들어서자 길게 늘어진 잎사귀는 햇빛을 받아 노란빛을 뿜고 있다. 안덕계곡은 마을 청년들이 힘을 모아 아름답게 꾸몄다고 한다. 실제로 산책로는 데크길로 잘 정비돼 있었고, 나무는 자신을 설명하는 이름표를 달고 여행자에게 자랑을 하고 있다. 아쉽게도 냇가를 흐르는 물이 무슨 이유인지, 여느 국립공원 계곡의 물처럼 맑지 못했다. 단체여행인지라 여유로운 시간을 갖지 못한 채, 다음 목적지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서귀포시 호근동에 위치한 석부작 관련 관광지. 이곳 '마음의 정원'에는 제주의 야생초를 비롯한 전국 방방곡곡에서 자라는 야생화 1000여 종이 꽃을 피우고 있다고 한다. 제주 화산석 위에 키운 여러 가지 분재는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짐작이 가고 남을 정도.

 

이 공원은 제주의 감귤 농사를 줄이는 과정에서 테마공원으로 조성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관람코스를 도는 중간 중간 이름모를 야생화와 작은 폭포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또한, 이 공원 특징 중 하나가 산삼 배양근 기술을 개발하여 각종 건강식품을 만든다는 것. 이는 제주도청에서 공식적으로 공인한 것이라고 한다.

 

선선한 바람을 만끽해야 하는 가을인데도, 무더운 더위는 희망을 꺾어 놓는다. 다음 목적지는 주상절리. 시원한 에어컨을 튼 버스에서 내리기 싫지만, 그래도 안 보면 후회할 것 같아 억지로 내려 일행과 동참했다. 주차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눈을 사로잡는 광경이 펼쳐진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흐르다가 바다와 만나면서 굳을 때 육각 기둥모양으로 굳어져 생긴 지형을 말한다. 제주도 남부해안에서 볼 수 있다는데, 제주여행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유명지로 알려져 있다.

 

바닷물이 쉼 없이 출렁인다. 작은 물결이 여럿 힘을 모은 큰 물결은 좁은 협곡을 따라 이리저리 소용돌이치며 흰 거품을 연신 만들어내고 있다. 드디어 엄청나게 많은 양의 바닷물이 주상절리 암석 위로 올랐다. 다시 쏟아져 내리는 바닷물은 그냥 물이 아니라 폭포를 이루고 있다. 정말로 장관이다. 이런 풍경을 제주 주상절리 아니면 어디에서 볼까.

 

조금 전 버스에서 내리지 않았다면, 정말로 후회할 뻔 했다는 생각이다. 뉴스에 따르면 이날 1만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도를 찾았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관람코스를 따라 도는 목재 계단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려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눈 앞 제주 바다에는 요트 몇 척이 한가로운 세일링을 즐기고 있다. 행복 가득한 모습이다.

 

마지막 여행지는 성을 주제로 한 테마 조각공원. 버스 안 일행들이 수군거린다. 역시 남녀 할 것 없이 성을 주제로 한 것은 관심 제일인 모양이다. 역시 이곳도 처음 가 보는 이유로 가이드 안내에 열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막상 가 보니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느낌. 너무 큰 호기심을 가져서일까. 여행자끼리 공원을 한 바퀴 돌며,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는 선에서 제주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1박 2일의 제주여행. 시간이 빠듯하다 보니, 마음도 바쁘고 별로 본 것도 없다는 느낌이다. 단체여행, 편리한 점도 있지만 개인여행이 주는 즐거움은 더 못하다는 생각이다. 언제 다시 한번 2박 3일의 제주여행을 꿈꿔 보리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으며, 거제지역신문인 거제타임즈와 뉴스앤거제에도 송부합니다.


태그:#제주여행, #안덕계곡, #석부작테마공원, #더 마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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