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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제계를 관통하는 화두는 단연 '동반성장'이다. 화재 피해를 입은 협력업체에 동반성장 기금을 내놓는가 하면, 한 대기업 회장은 "모두 협력사 덕분"이란 인사말을 공공연하게 내놓는다. 임원 인사고과에 동반 성장 실적을 반영하는 곳도 있다. 모두 과거에는 보기 힘든 모습들이다.

 

이는 현 정부의 동반성장 '드라이브'에서 기인한 바도 있지만, 그보다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중소협력업체와의 '상생'이 필요하다는 대기업들의 인식 변화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그 어느 때보다 기업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또한 세계적 추세이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 협력업체 거래대금 전액 현금 결제

 

이와 같은 변화는 현대모비스를 통해 잘 드러난다. 일단 '현금결제'가 먼저 눈에 띈다. 최근 현대모비스는 협력업체와의 거래대금 전액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제도를 도입·실시하고 있다. 과거 어음 지급 관행에서 완전히 탈피한 셈이다. 필요한 자금 규모는 연간 2조4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현대모비스는 협력업체 자금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펀드도 조성중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협력사들의 운용자금, 설비투자, 연구개발 등 자금지원이 목적"이라며 "현재 조성금액은 565억 원"라고 밝혔다.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협력사들을 위해서는 지급보증도 할 계획이다.

 

기술 협력 부문에서도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4월 KAIST 및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공과대학교수 34명과 협력사 CTO(Chief Technology Officer : 최고기술책임자) 60여 명을 한 자리에 초대해 개최한 'R&D 포럼'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래 기술 경쟁력 확보 관련 학계 전문가 자문을 목적으로 진행하던 '기술포럼'과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주제로 하는 'CTO 포럼'을 하나로 합친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이를 통해 "국내 최고 전문가들의 자동차 부품 개발 지식을 중소 협력업체와 공유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R&D 포럼'을 매년 실시할 계획이다.

 

기술 협력 2·3차 협력사로도 확산되는 추세

 

또한 현대모비스는 1차 협력사 뿐 아니라 2·3차 협력사와의 기술 협력 프로그램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1차 우수협력사 사업장에 2·3차 협력사 직원을 초청하여 생산기술이나 현장 개선을 통한 품질 향상 노하우를 전수하는 '우수협력사 벤치마킹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현대모비스 측은 "특히 2·3차 협력사 대부분이 영세한 점을 감안해 비교적 작은 규모에서도 실질적으로 생산성 향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설비관리, 재고관리, 품질관리 등의 즉시 수행 가능한 사례를 집중적으로 설명하여 효과적인 벤치마킹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 측은 이어 "최근에는 창원과 인천에서 총 95개사 125명의 협력사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며 "원자재 관리, 금형 및 설비 관리, 공정 관리, 품질 관리 및 기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총 55가지 개선 사례가 발표됐다"고 소개했다.

 

첨단 장비를 갖춘 중국 기술시험센터를 협력업체들에게 개방한 것 역시 기술 협력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해외 동반진출 협력업체들이 생산하는 부품들의 품질 확보를 위한 것"이라며 "이에 따라 자체적인 시험장비를 갖추지 못한 업체라 하더라도 140여 종에 이르는 최첨단 시험 장비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 개척에도 도움... 협력사와 동반 전시회 열어

 

최근에는 협력업체들의 해외 시장 개척에도 도움을 주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해외 자동차 업체를 대상으로 개최하는 부품 전시회에 협력업체들을 함께 참가시킴으로써 협력업체 수출 길을 넓혀주는 것이다. 이미 지난 6월 이탈리아 피아트에서 협력사와 함께 전시회를 연 현대모비스는 올해 하반기에도 추가로 '공동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다.

 

현대모비스 측은 "국내 중소업체들이 생산하는 부품이 가격과 품질경쟁력을 갖췄다 해도 해외 시장을 직접 개척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현대모비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바이어를 직접 발굴하고, 이미 해외에 진출해 기술력을 선보인 현대 및 기아차와 현대모비스의 브랜드 파워로 뒷받침함으로써 수출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부품업체인 센트랄을 '협력사 동반 해외전시회'의 대표 수혜자로 꼽고 있다. 센트랄은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5개 완성차 업체는 물론, 국내 부품업체로는 드물게 BMW와 아우디 등에도 납품하고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다.

 

보도에 따르면 센트랄은 2009년 BMW에 부품 공급을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아우디를 뚫는 데도 성공했다고 한다. "현대모비스와 함께 해외 완성차 업체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수주활동을 전개한 결과"란 것이 현대모비스측 설명이다. 센트랄 매출액은 2006년 3200억원에서 5년 만에 두 배나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기업은 동반성장을 등 떠밀려 추진할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은 현대모비스 사례는 이제는 동반성장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정책 체감도는 매우 낮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현실이다. 또한 현 정부의 '동반성장 드라이브'에 대응하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경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 6월 글로벌 오토모티브 뉴스가 발표한 세계 자동차부품사 순위에서 현대모비스는 10위를 달성하며 세계 유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에 왔다. 지난 1999년 자동차 부품회사로 제2의 창업을 선언한 후 12년 만에 얻은 쾌거다. 이렇듯 눈부신 성장 뒤에는 현대모비스와 함께 한 협력사의 공이 컸다."

 

현대모비스 보도자료 한 대목이다. 이 말의 '진정성'은 '지속성'으로 입증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대기업은 동반성장을 등 떠밀려 추진할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미래 전략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말에 그 '답'은 이미 나와 있다.


태그:#동반성장, #상생, #현대모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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