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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가 입속에서 살살 녹는군."

"봉계 한우불고기는 암소만을 쓰는 명품이래."

 

지난 주말(17일(토)~18일(일)), 같이 울산광역시 울주군(http://www.ulju.ulsan.kr)으로 여행은 간 몇몇 친구들은 이미 두동면 봉계리의 한우타운을 너무 잘 알고 있는 눈치였다. 숯불 한우 불고기 맛에 대한 감탄사가 대단하다.

 

울주군의 언양읍과 함께 두동면의 봉계리는 전국 유일의 한우 먹거리 특구로, 특히 봉계는 3~4년 된 암소만을 이용한 소금+숯불구이로 갓 잡은 생고기에 1년 이상 묵혀 간수를 어느 정도 제거한 왕소금을 뿌려 참숯불에 구워먹는 형식의 불고기로 과연 그 맛이 일품이었다.

 

이웃한 언양읍과 함께 지난 1999년부터 두 곳을 오가며 한우불고기 축제를 여는데, 올해는 봉계리를 중심으로 한우 먹거리 광장과 인근 논밭에 조성된 8만평의 가을꽃단지를 둘러 볼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가을꽃과 함께하는 봉계 한우불고기 축제(http://www.bonggye-bulgogi.co.kr)>가 9월 23일(금)~10월 3일(월)까지 열린다고 한다.

 

일제 때부터 우(牛)시장이 유명했던 봉계리에 암소숯불소금구이불고기 요리가 본격적인 규모로 상업화된 것은 80년대 중반부터로 현재 시장과 터미널을 중심으로 44개의 업체가 영업을 하고 있을 정도로 대 성황이다.

 

울주군 서부에는 1,000M 높이의 산봉우리가 즐비한 '영남알프스'가 있어 이곳을 기반으로 4만 여두의 암소가 사육되고 있다고 한다. 이 암소들이 언양과 봉계에서 전국의 소비자들을 상대로 팔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새벽같이 서울에서 출발한 우리일행들은 봉계리에 도착하기 무섭게 한우불고기로 식사부터 했다. 원래 예정은 한우타운 전체와 시장을 크게 한번 둘러 본 다음, 8만평 규모의 꽃 단지를 살펴본 후에 식사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맛있는 불고기를 뒤로 하기에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속담이 먼저 떠올라 밥부터 먹었다.

 

숯불에 서서히 익혀 먹는 한우불고기가 일품이었다. 고기를 먹고 있는 도중에 맛배기로 나온 육회도 울주의 특산품인 배와 함께 버무려져 그 맛이 절묘했다. 난 고기를 먹고 냉면을 한 그릇 더하고 싶었는데, 여름에만 냉면을 한다고 하여 포기하고 말았다.

 

식사 후 커피를 한잔하고는 바로 봉계시장과 꽃 단지를 살펴보았다. 정말 입이 쫙 벌어질 정도로 불고기집과 정육점이 많았다. 다가오는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수많은 주민과 공무원들이 꽃 단지를 조성하고 있는 모습이 더더욱 놀라웠다.

 

꽃 밭 가운데 원두막과 허수아비, 황소 조형물, 아치형의 꽃 장식 입구, 넝쿨식물들을 이용한 반원형의 터널 등이 인상적이었다. 본격적으로 축제가 시작되면 먹고 마시고 보고 즐길 수 있는 입체적이고 환상적인 공간이 될 것 같아 보였다.

 

아직은 경황이 없는 봉계를 뒤로 하고, 일행은 울주에 있는 두 개의 국보 중에 하나인 '천전리 각석'이 있는 곳으로 버스를 10여분 타고 이동했다. 533M의 연화산길을 굽이굽이 돌아서 가는데, 약간 멀미가 난다.

 

바닷가의 낮은 평야지대를 차지하고 있는 해안농촌으로만 알고 있었던 울주에 1,000M가 넘는 고봉들이 즐비하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533M 높이의 연화산 임도는 아찔할 정도로 길이 험하고 굽이가 많았다.

 

천전리 각석은 울주군을 상징하는 '반구대 암각화'와 함께 1970년 초반 국보로 지정(147호)된 문화재로 태화강 물줄기인 내곡천 중류의 기슭 암벽에 여러 종류의 동물과 사람, 다양한 기하학적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상부는 쪼아서 새기는 단순한 기법으로 기하학적 무늬와 동물, 추상화된 인물 등이 조각되어 있다. 사실성이 떨어지는 간결한 형태인데 중앙부의 태양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는 원을 중심으로, 양 옆에 네 마리의 사슴이 뛰어가는 모습과 맨 왼쪽의 반인반수(半人半獸:머리는 사람, 몸은 동물인 형상)상이 눈에 띈다.

 

표현이 소박하면서도 상징성을 갖고 있는 이 그림들과 마름모꼴무늬, 굽은 무늬, 우렁 무늬, 둥근 무늬, 사슴, 물고기, 새, 뱀, 사람 얼굴 등은 신석기시대에서부터 청동기시대에 걸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되며, 학자들은 풍요한 다산의 의미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한 하부는 선을 그어 새긴 그림과 글씨가 뒤섞여 있는데, 기마행렬도, 동물, 용, 배를 그린 그림 등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기마행렬도는 세 군데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간략한 점과 선만으로도 그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다. 배 그림은 신라인의 해상활동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고 한다.

 

수백자의 한자는 왕과 왕비가 이곳에 다녀간 것을 기념하는 내용으로, 신라 법흥왕 시대에 두 차례에 걸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내용 중에는 관직명이나 6부 체제에 관한 언급이 있어 6세기경의 신라인들이 이곳을 자신들의 성지(聖地)로 여겼음을 짐작하게 하는 유적이라고 한다.

 

처음 와보는 곳이었지만, 고대인들의 삶의 모습과 신라인들의 생활상을 앞에 흐르는 개울물을 보면서 떠올릴 수 있었다. 1,500년 전 법흥왕 일행의 행렬이 사극의 한 장면처럼 내 눈 앞을 스쳐지나간다.

 

바로 개울 건너에는 약 1억 년 전 백악기 시대에 살았던 중대형 공룡들의 발자국이 약 1,750㎡ 넓이의 바위에 새겨져 있는 '천전리 공룡발자국 화석'이 있다. 일대에 200여 개의 발자국 화석이 남아있어 아이를 동반한 부모라면 자연학습용으로 한번 가볼만 할 것 같다.

 

이 일대에 다양한 공룡들이 많았다고 하니, 재미난 상상이 많이 들었다. 어린이들이 주로 보는 공룡 만화의 주인공처럼, 나도 공룡같이 크고 거만한 자세로 바위 위를 이리저리 배회하고 돌아 나왔다. 

 

이어 울주의 상징은 고래 모양이 새겨진 반구대 암각화를 보기 위해 언양읍 대곡리로 이동을 할 예정이었지만, 요즘은 물이 많은 시기라 바위가 대부분 물에 잠겨있어 암각화와 각석을 실물크기로 재현해 놓은 인근의 '울산암각화박물관'으로 향했다.

 

암각화박물관은 고래를 형상화한 2층 건물로 국내 유일의 암각화 전시관으로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와 국보 147호 천전리 각석을 실물 크기로 재현한 모형이 있어, 대곡호에 연 8개월 정도 잠겨있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암각화의 모습을 복제 본으로 볼 수 있는 곳이다.

 

난 이곳에서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고래의 형상을 사진으로 몇 장 담아왔다. 선사시대부터 울산을 중심으로 포경을 하던 어부의 얼굴과 연안에서 헤엄치던 고래, 물개, 거북의 모습과 어부, 농부, 포수들과 함께 뛰어놀던 사슴, 호랑이, 멧돼지, 개 등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가는 듯했다.

 


태그:#울주군, #울산광역시, #봉계한우축제, #반구대 암각화, #천전리 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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