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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본부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한-미 자유뮤역협정(FTA)를 뿌리째 뒤흔드는 일이죠."

송기호 통상전문변호사(48)의 말이다. 송 변호사는 16일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쌀 시장 개방 이면 합의 의혹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민에게 '쌀은 지켰다'면서 (한미FTA) 협정문에 서명해 놓고,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쌀 시장 개방을 위한 추가협상을 이야기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송기호 변호사.
 송기호 변호사.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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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쌀 개방 문제는 당초 한미FTA 추진 때부터 논의 대상 자체가 아니라는 것은 정부나 국민 모두가 알고 있었던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 미국 외교문서를 보면, 사실상 쌀 시장 개방 위한 추가협상을 약속함으로써 (한미)FTA의 근간이 흔들렸다"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가 속해있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회(민변)는 이날 감사원에 김종훈 본부장에 대한 감사 청구와 함께 쌀 개방 FTA 청문회를 국회에 정식으로 요구했다.

이에 앞서 미 외교전문 고발사이트인 위키리크스는 지난 2007년 8월 31일치 주한미국대사관에서 작성한 문서를 공개했다. 해당 문서는 김 본부장과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 얼 포머로이 하원의원(민주당)이 2007년 8월 29일 만나 나눈 대화가 들어있다. (관련기사-김종훈본부장, 한미FTA 대가로 '쌀'개방 이면약속 파문)

이 자리에서 미국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FTA 협정문의 자동차 관세 문제, 쌀 시장 개방 등을 요구했다. 이에 김 본부장은 한미FTA 발효 이후 미국과 쌀 시장 개방을 위한 추가협상을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김 본부장, 쌀을 한미FTA에서 재논의하겠다는 것"

- 한미FTA 내용을 담은 미 외교문서가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는데.
"만약 문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김종훈 본부장이) 한미FTA에 국내 쌀 시장 개방문제를 포함시켜서 미국과 재협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이는 한미FTA를 뿌리째 뒤흔드는 일이다."

- '뿌리째 뒤흔들었다'는 의미는.
"과거 참여정부 때 한미FTA를 추진할 때만해도, 쌀은 제외된다는 판단에서 시작한 것이다. 우리 식량주권의 기본이자, 농업의 기초인 쌀은 손대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미FTA 협정문에 서명한 지 두 달도 안돼서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를 깨고, 추가협상을 할 수있다고 한 것이다."

- 외교부는 어제(15일) 해명자료에서 여전히 쌀 수입 문제는 한미FTA 별개 사안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외교 전문을 보면, 포머로이 의원이 한미FTA에서 쌀이 제외됐다는 점을 분명히 이야기했고, 김 본부장이 재논의(revisit)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차원의 쌀 협상 이야기가 아니었다. 김 본부장의 말은 한미FTA에서 쌀을 포함시킬 것인가를 재논의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미국은 그동안 한미FTA에서 미국산 쇠고기뿐 아니라 국내 쌀 시장 개방을 집요하게 요구해 왔다"면서 "결국 협정 서명이 끝난 후에도 미 대사와 하원의원이 직접 김종훈 본부장에게 FTA 미 의회 비준을 위해 쌀을 포함하라고 다시 압박한 것"이라고 말했다.

"집요한 미국, FTA 서명 이후에도 쌀 개방 압박"

송기호 변호사.
 송기호 변호사.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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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쌀 시장의 경우, 지난 2004년 12월 WTO 협상에 따라 오는 2014년까지 시장 개방이 유예돼 있다. 대신 미국, 중국, 호주, 타이 등 4개국의 쌀 20만5000톤씩을 고정적으로 수입하고 있고, 매년 수입량을 2만톤씩 늘리기로 돼 있다. 작년에만 이런 방식으로 들어온 수입산 쌀은 모두 32만7000톤에 달한다. 이 가운데 미국산 쌀이 전체 28.6%(9만3702톤)를 차지하고 있다.

송 변호사는 "이대로 가면 2014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외국산 쌀이 40만톤에 달하고, 국내 전체 쌀 시장의 12%를 차지하게 된다"면서 "국내 농업이 이같은 규모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니까, 정부가 당초보다 2년 앞당겨 시장을 개방하고 의무수입량을 줄인다고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 3월 내놓은 '쌀 산업발전 5개년 종합계획'은 2012년 쌀 시장 개방을 앞당기고, 수입산 쌀에 대해 관세 400%를 매긴다는 계획이다. 의무 수입 물량도 올해 수준인 34만8000톤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 김 본부장은 2014년이후 미국과 쌀 시장 개방 추가협상을 약속한 것 아닌가.
"현재 우리나라는 쌀 시장 개방을 2014년까지 기다릴 수 없어, 2012년으로 앞당기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WTO의 쌀 쿼터 협정이 종료가 되는 것이다. 외교문서에서 나온 김 본부장의 WTO 협정 종료도 이것을 말하는 것이다."

- 그렇다면 한미FTA 발효 후, 내년이라도 미국과 쌀 재협상을 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가.
"그렇게 볼 수 있다. 민변이 오늘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송 변호사의 말이다.

"현행 국가공무원법에 이런 규정이 있어요. (국가 공무원은) 비밀로 지정된 사항이나, 정책수립이나 사업의 집행에 관련 사항으로 외부에 공개될 경우 정책결정에 지장을 초래할 사항에 대해 타인 누설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이죠. 쌀은 우리나라의 핵심적 이익에 해당되거든요. 이것에 대한 향후 재협상 방침을 미리 협상 대상국(미국)에 말했다면, 한국의 FTA 쌀 정책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죠."

그는 "2006년 한미FTA 협상부터 작년 재협상까지, 철저히 미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여왔다"면서 "협상 시작하기도 전에 미국산쇠고기, 자동차, 스크린쿼터, 의약품 등 4가지 선결조건을 들어주고, 협상 자체도 끌려다니다가 현 정부 들어선 굴욕적인 자동차 재협상까지 다 들어줬다"고 비판했다.

송 변호사는 "미국 의회는 자국민의 FTA 지원제도를 두고 의회 양당 사이에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한나라당이 FTA 안건을 국회 상임위에 직권상정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태그:#송기호 변호사, #한미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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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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