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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외통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기준 한나라당 간사, 김동철 간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남경필 외통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기준 한나라당 간사, 김동철 간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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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주요 당직자들, 특검을 통해 관련자 처벌까지 이뤄진2000년 대북송금 사건 관련자들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위키리크스 국정감사'를 막기 위해서다.

1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선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여야의 공방이 벌어졌다. 한나라당이 야당 현직 대표 등 주요 당직자와 지자체장들을 대거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했기 때문.

한나라당이 손학규 대표, 김진표 원내대표, 정동영 최고위원, 홍재형 국회 부의장, 천정배 최고위원, 박영선 정책위의장, 홍영표 원내대변인, 정의용 전 의원, 송영길 인천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한 이유는 '한·미 FTA를 찬성했다가 지금은 반대하는 이유를 묻겠다'는 것.

이에 더해 한나라당은 지난 2003년 특검이 실시됐고 관련자 사법처리까지 마친 2000년 남북정상회담 관련 대북송금사건과 관련해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 임동원·김만복 전 국정원장 등도 증인으로 신청했다.

한나라당이 대북송금 사건까지 다시 끄집어 내 야권 인사들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뜬금없는 일을 벌인 건 민주당의 증인신청에 맞불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위키리크스 국감' 필요성을 주장한 민주당은 위키리크스 공개 문건 내용상 논란이 됐던 현 정부 고위직 인사들을 대거 국감증인으로 신청했다. 

민주당이 신청한 증인 명단에는 대통령 통일특보로 자리를 옮길 현인택 통일부장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김종훈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전 한·미 FTA 협상수석대표), 김현종 삼성전자 사장(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 안총기 상하이 총영사(전 외교부 지역통상국장), 조태용 호주 대사(전 외교부 북미국장) 등이 포함돼 있다.

▲ 한미FTA 협상 당시 개성공단 훈령 위반 ▲ 이명박 대통령 취임 전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 밀약 ▲ 대선 전 BBK 김경준 송환 연기시 이라크 파병 확대 약속 ▲  '미국 위해 (약제비 적정화 저지하려고) 죽도록 싸웠다' 발언 등 국정 책임자들이 '국익 포기 외교'를 벌였는지 국정감사를 통해 규명하자는 것.

"매국노 감사 막으려고?"... "위키 내용으로 증인신청은 웃긴 것"

이날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한나라당에 강력 항의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한·미 FTA 재협상에서 일방적인 양보를 한 행위에 대해서 따져야 하지만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을 증인 신청하지 않았다. 대통령에 대해 '뼛속까지 친미·친일'이라고 얘기한 친형(이상득 의원)도 부르지 않았다"며 '미국 위해 필사적으로 싸웠다'고 말한 통상교섭본부장, '한국 쇠고기 개방 위해선 미국이 대만에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한 외교관 등은 그야말로 매국노 아닌가"라고 이에 대한 국정감사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런 사람들을 국감장에 부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야당 지도부와 의원들을 다 불러내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신분에 따라 국감증인이 되고 안 되고가 헌법에 규정된 것이 있느냐"며 "한·미 FTA에 대한 과거 입장과 현재 입장이 달라졌다면 확인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유 의원은 "법적인 증거 효력도 없는 위키리크스에 나온 내용을 갖고 증인신청을 하는 일이야말로 웃긴 것"이라며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나오면서 증인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위원회 운영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소아병적인 행태는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다시 송민순 민주당 의원이 "민주당은 2007년판 한·미 FTA에 대해 미국 의회 비준이 진행될 때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었고, 2008년 12월 재협상해 이익 균형이 깨졌으므로 한·미 FTA에 대해 반대하는 것인데, 입장이 바뀌었다고 하면 안된다"며 "여기 있는 나도 (이런 식의 싸움은) 식상하다"고 푸념했다.

한나라당 소속인 남경필 위원장은 "정치를 하면서 서로가 지킬 것은 지키는 게 필요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며 "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직접 협의해보겠다"고 관련 논의를 미뤘다.


태그:#위키리크스, #국정감사, #외통위, #증인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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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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