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6월 29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입주예정자들은 "건설사를 상대로 수천억 원대의 분양가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며 "건설사의 홍보책자에 나온 각종 개발 계획이 취소된 만큼, 분양 사기"라고 지적했다. 당시 아파트 분양홍보책자에는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계획이 담겼지만, 인천시내로 가는 버스노선조차 얼마 없었다.

 

청라국제도시 사업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소송에 휘말리지 않았다. LH는 당시 "단지 조성 역할만 맡았다, 7호선 연장은 인천시에서 추진하는 것"이라며 "주민들이 집값이 떨어져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LH는 소송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입주예정자들은 "LH가 개입된 증거를 확보하는 대로, 소송을 내겠다"고 전했다.

 

# 9월 14일

 

한 입주 예정자는 "LH가 대국민 사기를 친 것에 대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강기갑 민주노동당(경남 사천)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LH는 당초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1조4700억 원을 투입해 지하철 7호선 연장 등 기반시설을 설치하기로 한 계획을 취소하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금액은 이미 조성원가에 반영된 것으로, 전체 사업비(6조366억 원)의 1/4에 달한다. 3.3㎡당 조성원가 상승액은 42만8299원에 달했다. 입주예정자들은 이 만큼의 돈을 더 지불하고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7호선 연장이 사실이 중단된 상태에서 이 돈은 고스란히 LH의 주머니에 들어간 셈이다.

 

문제는 이런 피해가 청라국제도시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데 있다. LH가 개발하고 있는 43곳의 사업지구에서 아직 집행하지 않은 기반시설 설치비는 3조7000억 원에 달한다. LH는 이 금액을 집행하지 않기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주민들의 집단 집단소송이 예상된다.

 

"지자체는 선거운동 하느라... LH는 개발사업 따내느라"

 

LH가 기반시설 설치 취소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감사원의 감사 때문이다. 지난해 3~4월 LH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감사원에 따르면, LH가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393개 사업 지구 중 43곳에서 지방자치단체와 기반시설 설치에 대해 협의하고 이를 조성원가에 포함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는 기반시설 설치를 합의하고 조성원가에 포함시킨 것은 법적으로 문제라는 것이다. '택지개발촉진법 시행규칙' 11조 2항 등에 따르면, 법령에 근거가 없거나 택지개발사업과 관련 없는 인허가 조건 등에 의한 기반시설 설치비는 조성원가에 포함시킬 수 없다.

 

감사원은 "지방자치단체장은 재정부담 없이 주민의 숙원 사업을 해결하여 지지기반을 구축해 일종의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 기반시설 설치를 LH에 요구했고, (LH는) 인허가권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다른 개발사업을 원활히 추진한다는 사유로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LH에 "이미 협약을 체결한 사항을 재검토하여 사업비 부담이 없도록 조치하는 등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강기갑 의원에 따르면, LH는 이 기반시설 설치비를 최대한 집행하지 않는 쪽으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LH 관계자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감사원 지적이 있기 때문에 무작정 지자체의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다"고 전했다.

 

LH, 기반시설 설치 취소 쪽으로 가닥... "주민들에게 돌려줘야"

 

LH는 공식적으로는 "각 사업지구에서 기반시설을 설치하지 않기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은 아니다, 현재 각 지자체와 협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각 지구별 추진 사항이 담긴 LH 내부 자료를 살펴보면, 대부분 기반시설 설치를 취소하는 쪽으로 지자체와 협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LH는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 5천석 규모 실내체육관, 로봇랜드 기반시설, 쓰레기 수송관로 등 1조4700억 원의 청라국제도시 기반시설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정했다. 충남도청이 이전하는 충남 홍성 내포신도시의 경우, 512억 원 규모의 국제중고등학교 건설 계획은 이미 백지화됐다.

 

이 과정에서 주민 피해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LH는 고양 삼송지구 도서관·보육시설 건립과 관련, "도서관 및 보육시설은 조성원가에 반영하여 분양을 시행했고, 입주예정자들의 기대가 큰 상황에서 설치 계획을 취소할 경우 입주 예정자들의 집단 민원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LH는 도서관·보육시설 설치를 취소하는 쪽으로 지자체와 협의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강기갑 의원은 "LH가 부담하기로 한 기반시설 설치비용은 이미 분양가에 포함됐고, 결국 분양받은 입주민들 입장에서는 분양가 상승만 있었을 뿐 약속한 도로, 도서관, 문화센터 등은 제공받지 못할 형편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아직 미분양인데 LH가 부담불가로 입장을 정한 곳은 조성원가에서 제외시켜야 할 것이며, 기반시설 설치 사업이 중단된 지역에는 분양가에 부당하게 산정된 금액을 주민들에게 돌려주거나 사업이 진행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LH는 "현재로서는 (기반시설 설치 취소 지역에서 조성원가에 포함된 기반시설 설치비를 주민에게 반환하는 문제와 관련)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태그:#기반시설 설치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