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9월 3일(토요일), 검단산(현재 통일동산 중앙공원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신성산이라고도 한다)에 숲속 산책길인 살래길 개장식이 있었습니다.

검단산은 해발 150m밖에 되지 않지만 산정에서는 교하와 금촌, 김포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고, 한강과 임진강의 하류와 남으로는 서울의 북한산, 북으로는 멀리 송악산까지 한 눈에 들어오는 일망무제의 시야를 제공합니다.

살래길에서 바라본 성동사거리와 임진강 그리고 임진강 너머의 북한
 살래길에서 바라본 성동사거리와 임진강 그리고 임진강 너머의 북한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산능선을 따라 산책길이 있어서 헤이리사거사리 인근의 산 입구로 들어가면 한강이 눈 아래 펼쳐지는 검단사까지 가벼운 산행기분을 만행할 수 있습니다. 또 위치별로 조망이 달라져 풍경을 보너스로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겨울, 타현면사무소를 방문했다가 윤명채 면장님으로 부터 그곳에 둘레길을 만들겠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저는 반대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주변의 개발로 산자락이 상처투성이가 되었고 산능선을 따라 이미 자연스러운 산책길이 형성되어있는데 다시 새로운 길을 낸다는 것은 실적에 연연하는 전시행정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의 올레길이 주목받은 이후에 전국에 둘레길 광풍이 불었고, 오히려 그 유행에 자연을 훼손하는 요소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윤 면장님의 말씀을 들으니 이미 기초조사가 되었으며 대략적인 윤곽이 나온 상태였습니다.

면장님은 저의 우려에 대해

-기존에 이미 형성되어있는 숲속산책길의 끊어진 일부를 연결하는 수준이며
-수목을 건드리지 않고 잡목일부만 손을 보아서 좀 더 안전한 길을 만드는 것이며
-산 능선길을 걷기 힘든 주민들도 산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나무 한 그루 베지 않는 정도의 생태적인 마인드로 접근하고, 그 생태기준에 맞는 조성과정을 모두 기록해서 공개하면 일을 끝내고 교육적 효과까지 도모할 수 있는, 충분히 칭찬받을 만한 일이 될 수 있겠다'는 의견을 보탰습니다.

아무튼 이 살래길은 그 정신을 잃어버리지 않는 상태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겨울 동안 수차례의 현장 답사를 진행하고 대한산림 기술단에 설계용역를 의뢰했습니다.

예산 한 푼 없이 구상한 일이었으나 면장님은 이인재 파주시장님을 찾아가 떼를 쓴 다음 5천만 원의 사업비를 받아냈습니다. 시의 숲가꾸기 인력 10여 명을 한 달간 지원해주겠다는 약속도 받았습니다.

소엽 신정균 선생님도 면장님의 구상을 앞장서서 지원했습니다. 둘레길이라는 이름이 식상하므로 흥겹게 걷는 모습을 나타내는 의태어인 '살래살래'에서 따온 '살래길'로 하자는 네이밍도 제의해서 함께 결정하고,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시작詩作을 이명권 박사님께 부탁드렸습니다.

살래길

통일동산 부르는 소리에
내 마음 선뜻 길을 나선다

길은 마음으로 이어지고
마음은 살래길로 이어지나니

구불구불 살래살래 함께 걷는 길
한강수 조각구름 여기가 낙원이라

물음표 같은 길 들어선 후에
느낌표 손에 쥐고 돌아오는 길

저는 그 시비조차 작아서 보일 듯 말듯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이명권 박사님이 시를 기증하고, 서예가이신 소엽 선생님이 글씨를 기증해서 조성된 시비는 작은 돌에 좌대 없이 땅에 놓았습니다. 그 돌은 동아석건의 이조형 대표께서 기증함으로써 십시일반으로 동네의 산책길이 완성되었습니다.

살래길 시비. 좌대도 없이 작은 돌을 땅에 놓았다.
 살래길 시비. 좌대도 없이 작은 돌을 땅에 놓았다.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9월 3일 살래길 개장식에는 200여 명의 근동 주민들이 모였습니다. 파주시장님을 비롯해 관내의 기관장님들도 오셔서 개장을 축하해주셨습니다.

이 개장식도 탄현면사무소 식구들뿐만 아니라 이장단협의회의 이장님들, 주민자치위원회의 위원장님과 간사님들이 앞장서고 체육회와 삼도품산악회에서는 사고예방 신산제와 제례도 준비해 주었습니다.

개장식 초대된 분들의 인사와 테이프 컷팅, 시비제막, 살래길 걷기의 개장행사가 끝난 뒤에는 지난 4월에 개장한 인근의 주말농장 '살래텃밭'에 모여서 농업경영인회와 부인회가 주비한 콩국수와 막걸리를 앞에 두고 이웃 간 정을 나누었습니다.

.

( 1 / 20 )

ⓒ 이안수

살래텃밭의 이름도 먼저 명명된 이 살래길과의 일관성을 염두에 둔 네이밍이었습니다.

이 살래길은 헤이리 사거리 인근의 '참회와 속죄의 성당'뒤쪽 검단산입구를 출발점으로 하여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_고려역사관_검단사_파주프리미엄아울렛 뒤쪽_유승앙브아즈아파트 쪽으로 나오는 코스입니다.

기존 능선길이 1.5km인 반면, 검단산 기슭을 한바퀴 도는 방식으로 설계된 살래길은 총 4.2km로 성당 뒤쪽의 입구에서 검단사입구까지가 2.6km를 살래1구간, 검단사입구에서 유승앙브와즈의 출구까지 1.6km를 살래 2구간으로 구분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울창한 참나무 숲길로 이어집니다. 10분만에 헤이리와 임진강, 그 너머의 북한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터를 만나게 되고 다시 이어진 숲길은 고려역사관 앞에서 잠시 숲을 벗어납니다.

살래길에서 바라본 예술마을헤이리
 살래길에서 바라본 예술마을헤이리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고려역사관 앞을 지나자마자 길은 다시 숲으로 이어지고 검단사를 지나면 이제 한강과 김포, 서울로 이어진 자유로가 발 아래로 들어옵니다. 그때부터는 파주프리미엄 아울렛이 숲사이로 보이는 산의 남쪽 사면을 따라 유승앙브와즈아파트의 출구까지 걷게 됩니다.

살래길이 지나는 고려역사관
 살래길이 지나는 고려역사관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바쁜 마음을 내려놓고 '살래살래' 걷는다면 노약자들도 충분히 걸을 만큼 완만합니다. 보통 보폭으로 총 1시간 30분쯤을 할애하는 것으로 살래 1구간과 2구간을 충분히 걸을 수 있습니다.

1박 2일의 일정으로 헤이리를 찾는 분이라면 아침 산책으로, 혹은 저녁 산책으로도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길입니다.

서울에서 40km 북쪽, 헤이리에서 맨눈으로 임진강 너머의 북한을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은 서울사람들과 그 남쪽 사람들에게는 적잖게 경이로운 지리적 인식이 될  것입니다.

살래길에서 바라본 임진강과 그 너머의 북한 선전마을
 살래길에서 바라본 임진강과 그 너머의 북한 선전마을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시를 기증하고, 글씨를 기증하고, 돌을 기증하고, 콩국수를 끓이는 품을 기증해서 조성된 살래길, 그 이름만큼이나 경쾌한 마음으로 한 번 길을 나서 보세요.

파주프리미엄아울렛과 금촌의 아파트촌이 한눈에 조망된다.
 파주프리미엄아울렛과 금촌의 아파트촌이 한눈에 조망된다.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kr 에도 포스팅됩니다.



태그:#살래길, #파주, #탄현면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삶의 다양한 풍경에 관심있는 여행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