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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하고 거친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보안여관에 전시된 <충동> 작품전.
통로 중간 멀리 작품이 보인다. 이는 이순주 작가의 작품이다.
▲ 보안여관 입구 허름하고 거친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보안여관에 전시된 <충동> 작품전. 통로 중간 멀리 작품이 보인다. 이는 이순주 작가의 작품이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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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이라는 욕망적 공간이 신체적 예술 충동을 느낀 공간으로 태어난 작품전이 마음에 끌려 작품 감상을 했다. 허름하고 거친 여관 내부, 구석구석에 걸린 참여 작가들의 작품들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금까지 깔끔한 갤러리에서 전시작품을 관람한 것을 관례로 여겨왔던 나로서는, 고정관념이 완전히 무너졌다. 귀신이 나올 것 같은 허름한 공간에서도 기획자가 어떤 의도로 기획하느냐에 따라 작품이 더욱 빛난다는 것을 가르쳐 준 작품 전이 바로 <충동>전이었다.

지난 9일부터 서울 종로구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국·내외 유명작가 7명이 참여해 열린 <충동>전은 신체적 예술충동에 대해 허름한 여관을 모티브로 시각화한 작품들이 모였다. 즉 신체를 통한 순간적 감각을, 예술 창작의 즉자적 충동에너지로 발현한 작품들이 한 곳에 모인 것이다.
이 작가는 160여개 화선지 작품을 영상작품으로 내놓았다.
▲ 이순주 작가의 작품 이 작가는 160여개 화선지 작품을 영상작품으로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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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주엘라 출신 스타스키 브리네스 작가의 카니발적 신체 작품이다.
▲ 스타스키 브리네스 작품 베네주엘라 출신 스타스키 브리네스 작가의 카니발적 신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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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추석연휴가 시작된 첫 날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열린 오프닝행사에 참석했다.  작가와 관람객들이 이곳 작품을 관람하기위해 많이 왔다. 나도 한 일원으로 작품을 관람했다.

먼저 1층 전시장 바로 입구 오른쪽 공간에 설치된 영상작품이 눈길이 끌었다. 독일의 대학에서 회화 공부를 한 이순주 작가의 '너랑 나'라는 작품이었다. 160여개 화선지에 드로잉 작업을 이은 영상작품이었다. 이 작가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했다고 작품의 의미를 소개했다.

"이 작품은 인간에게 일어나고 있는 내면의 감정, 소소하기도 하면서 내면적 심리도 있는 그런 작품이다, 기쁨, 슬픔, 외로움, 고독 등 인간의 희로애락을 내밀하게 표현했다."

타자를 품은 신체를 선보인 허윤희 작가
▲ 허윤희 작가의 작품 타자를 품은 신체를 선보인 허윤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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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전시장 대부분은 주술적 신체를 선보인 이순주 작가의 작품이 많았다. 특히 전시엽서로 사용된 그의 작품 '보안'은 남자 관객들에게 관음증을 유발시키기에 충분했다. 인간의 욕정이 아닌 작품으로서의 예술적 충동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프닝행사에 평소 알고 지낸 최영실 화가가 뜻밖에 와 먼저 작품을 관람하고 있었다. 그는 베네주엘라 출신의 스타스키 브리네스 작가의 작품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카니발적 신체를 자극하는 컬러화 된 회화가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듯 했다.

이날 최 화가는 통의동 보안여관 <충동>전을 이렇게 평했다. "작품들이 낡고 허름한 여관이라는 공간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구석구석에 걸린 작품들이 이상하게 돋보였다, 큰 그림들도 여관이라는 촘촘한 작은 공간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는데, 균형이 잡혀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2층 전시장에 설치된 충동예술 작품이다.
▲ 전시작품 2층 전시장에 설치된 충동예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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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전시장에 돋보인 회화 작품이 타자를 품은 신체를 보여준 허윤희 작가의 작품이었다. 천정에서  밑을 향해 내린 그림에다 바닥까지 펼쳐진 웅장한 그림이었다. 갤러리 같은 넓은 공간에서 어울릴 듯한 작품이었는데, 협소한 공간에 디자인을 해도 너무 잘 어울리는 것이 의아했다.

이 외에도 리좀적 신체를 선보인 김혜나 작가, 트라우마의 신체를 보여준 신조 일본 작가, 파편적 신체를 보여준 이태경 작가, 소외된 신체를 주제로 한 최인호 작가 등의 작품을 둘러 봤다. 이들 작가의 작품에서도 신체적 예술충동을 직감했다. 모든 전시 작가들은 드로잉적 회화의 형식을 통해 작품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었다.

1시간 여 작품을 둘러보고 1층 전시장 바로 옆 마당에 준비된 뒤풀이 음식이 차려 있는 곳을 향했다. 상당수가 먼저와 시식을 하고 있었다. 떡볶이, 고구마, 감자, 옥수수, 막걸리, 김밥, 젖, 전 등이 뷔페음식처럼 놓여 있었다. 주최 측이 인근 통의시장에서 사온 음식이었다. 특히 막걸리에 튀긴 듯한 쫄깃쫄깃 떡볶이 안주가 일품이었다. 한참 음식을 먹고 있는데, 나를 초대한 전시기획자 박현수 큐레이터가 나타났다.

2층 전시장 작품을 관람한 관람객들
▲ 2층 전시장 2층 전시장 작품을 관람한 관람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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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번 작품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예술가들이 잃어버린 신체를 통한 감각의 회복이라는 문제를 환기했으면 한다. 그리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몸을 사용하는 회화적 드로잉이 주는 원초적 즐거움을 느끼게 할 것이다."

기획자 박현수 큐레이터와의 첫 만남과 그가 이곳 전시회에 초대한 이유는 간단했다. 지난 7월 초, 평소 잘 알고 지낸 화가가 식사를 초대했는데, 거기에서 독립 큐레이터 박현수 씨를 소개했다. 당시는 초면이었고 차분한 말솜씨가 인상적이었다. 그가 8월 초 전화를 걸어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전시회를 기획한다고 말했다. 이어 9월 9일 오프닝행사가 있으니, 꼭 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전시 기획자료를 이메일을 통해 보내왔다. 물론 기사를 써달라는 의미도 있었다.

보안여관 입구 벽에 설치된 보안여관 역사 설명문
▲ 보안여관 보안여관 입구 벽에 설치된 보안여관 역사 설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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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니 충격적인 전시기획이었다. 여관에서 전시회를 하는 것 자체가 의아하게 느껴졌다. 보내준 전시 기획자료를 촘촘히 읽으니, 전시공간으로 '통의동 보안여관'을 사용한다는 의아했던 점에 대해 궁금증이 풀렸다. 작가들이 여관을 통해 욕망의 사회적·공적공간과 충동의 예술적·사적공간으로의 교감을 작품을 통해 알리려고 했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충동>전을 사전적이면서 미학적으로 접근을 하면 생물학적 만족의 기능을 뜻하는 본능과 대조되는 것으로, 유기체를 그 목적으로 향하게 만드는 힘, 즉 에너지의 충만함 속에 본질이 있다는 역동적 과정을 의미한다. 이 때 충동은 긴장을 방출하며, 이로써 심적 만족과 미적 쾌락을 주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어쨌든 통의동 보안여관의 <충동>전은 평소 밝고 넓은 갤러리 전시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유익한 전시회였고, 작품과 공간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전시회였다.


태그:#보안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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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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