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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1일부터 제주문화유산연구원은 해군의 의뢰를 받아 9월 말까지 기한으로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 안에서 문화재 발굴조사를 하고 있다.
 지난 7월 11일부터 제주문화유산연구원은 해군의 의뢰를 받아 9월 말까지 기한으로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 안에서 문화재 발굴조사를 하고 있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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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에서 발견된 탐라국 전후의 문화재와 관련하여, 공사를 지속할 수 있게 허가한 문화재청의 처신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문화재청이 문화재가 발굴되지 않은 지역에 대해서는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승인해서 매장 문화제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며 "국정감사를 통해 이 문제를 밝히겠다"고 밝혔다.

제주문화유산연구원은 지난 7월 11일부터 해군의 의뢰를 받아 9월 말까지 기한으로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 안에서 문화재 발굴조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9월 1일 해군기지 공사장에서 탐라국 전후의 유물이 다량 검출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제주문화연구원은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과 중덕 삼거리를 중심으로 청동기시대 후기부터 탐라국 초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집자리와 불에 탄 흙이 싸여있는 흔적 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강정포구 인근에서는 조선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기둥구멍 등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지역 내 문화재 연구자들은 "한라산 이남에서 탐라국 시대의 유적을 포함해 다양한 유적이 발견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기대 섞인 반응을 보였다.

해군기지 공사장에서 문화재 검출... 문화재청 '부분공사' 시행 승인

그런데 해군기지 공사장에서 문화재가 검출되었다는 보도가 나간 직후, 경찰은 대규모 공권력을 동원하여 해군기지 둘레에 펜스 설치작업을 마무리 했다. 그리고 경찰에 저항하는 주민과 평화 운동가들을 무더기로 연행하기까지 했다.

일부에서는 당국이 공사현장에서 문화재가 다량 검출되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공권력을 투입한 것일지도 모른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어제 강정마을 공사부지에서 탐라국 시절 유물이 발굴됐습니다.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5조2항, 문화재가 발굴되면 시행자는 공사 즉시 중단하도록 되어있는데 해군이 경찰을 동원해 오늘 강행하다니, 위법공사입니다"

경찰의 공권력 투입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강정마을로 달려온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9월 2일에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유적 발굴이 밝혀진 지 하루 만에 공권력을 투입한 해군의 처신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화재청 전 문화재위원인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4일에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당국을 비난했다. 황 소장은 "해군기기 예정지에서 발견된 문화재들은 제주의 탐라국 건국시기부터 최근까지의 유적이기 때문에 제주에선 보기 드물게 거의 모든 시대별 유구가 한 곳에서 나온 것으로서 장차 국가문화재로 지정돼야 할 유적"이라고 주장하며, "펜스 설치 등 현재 진행되는 공사 진행은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강정 포구와 중덕삼거리,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주변지역에서 집자리 등이 확인되어 정밀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유구가 확인되지 않은 지역(18만3521㎡) 에 대해서는 공사를 시행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그리고 문화재청은 해군이 경찰병력을 동원하여 공사장 둘레에 펜스 설치를 완료한 사안에 대해서도 "경계 펜스의 경우 기존에 설치된 지역은 조사기관의 입회 하에 설치하였으며, 이번 설치된 지역은 조사기관의 시굴조사 결과 유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유적분포범위를 벗어나서 그 외곽지역에 설치된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화재청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6일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문화재청장이 전체 발굴조사가 미완료된 상태에서 일부 조사완료구역에 대해 부분공사 시행을 승인할 수 있는 법령상 근거가 없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국정감사에서 낱낱이 파헤치고, 시정 요구"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지난 여름에 강정마을 해안에 마련된 야5당 평화캠프에 참석하여, 김재윤 의원과 해군기지와 관련하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지난 여름에 강정마을 해안에 마련된 야5당 평화캠프에 참석하여, 김재윤 의원과 해군기지와 관련하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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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9월 8일 민주당 고위청책회의에서도 거론되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즉시 공사를 중지"해야 하며, "문화재청이 문화재가 발굴되지 않은 지역에 대해서는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승인해서 매장 문화제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김 원내대표는 "국방부와 문화재청은 현행법에서 따라 즉시 공사를 중단하고 문화재 파괴를 멈추어야 할 것"이며, "민주당은 국정감사에서 이런 문제들을 낱낱이 파헤치고, 불법적인 행정에 대해 시정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문방위 간사인 김재윤 의원(서귀포)도 문화재청의 처신에 분통을 터트렸다. 김 의원은 "문화재청이 단일 공사의 경우 문화재 발굴조사구역을 나누어서 허가하는 경우가 없는데 왜 하필 해군기지 공사만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리고 "해군이 실시하는 제주해군기지 사업부지 문화재지표 보고서에 따르면 구럼비 바위 일대에 있는 민속유적이 보호되어야 한다고 나와 있음에도 바위를 산산조각내고 있다"며 해군의 막무가내 식 공사를 비난했다. 그러면서 "문화재청은 즉각 조사에 착수하고, 해군은 즉각 공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과거 선사시대부터 제주에는 섬 전역에 걸쳐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탐라국이 형성되었는데, 학자들은 탐라국의 건국 세력이 고구려계, 양맥계, 부여계 등이고, 이들은 모두 한반도를 통해 제주섬으로 이주했다고 보았다. 탐라국의 유적 대부분이 삼양동이나 용담동 등 한라산 북부에서 발견된 사실이 그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해군기지 공사장에서 발견된 탐라국 초기 유적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끄는 이유 중 하나는 강정마을이 제주도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어서, 탐라국 형성과 관련된 그간의 상식을 뒤집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태그:#강정마을, #해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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