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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의 '대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시민사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시민사회는 박원순 변호사가 그러했듯, 오랫동안 현실정치에 중립을 취하며 권력감시운동을 펼쳐왔다.

 

그러나 현재 시민사회운동과 현실정치 사이의 거리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정치의 기본이 바로 서고, 상식이 바로 서야 시민사회운동도 가능하다"는 박 변호사의 말처럼 이제 시민사회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탈피해야 할 필요성을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다. 

 

'희망과 대안', '내가 꿈꾸는 나라', '혁신과 통합' 등 시민정치운동이 최근 들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변호사와 맺어왔던 '인연'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시민후보'로 나선 박 변호사를 시민사회가 나서서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결국 10·26 서울시장 보선을 기점으로 '제3섹터' 시민사회와 현실정치의 관계에 대한 고민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으로서 행복한 일"...'친정' 지원 여부에 관심 쏠려

 

일단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한국의 시민사회운동을 꽃 피운 박 변호사의 새로운 도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지난 6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번 단일화는 갑론을박하며 힘겨루기 하던 기성 정치권의 단일화 전례를 뛰어넘는, 보기 드문 결과였다"며 "박 변호사는 시민운동의 상징적 인물이고 희망제작소 등을 통해 지방자치를 오랫동안 연구하고 실험해 온 검증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남윤인순 '내가 꿈꾸는 나라' 공동준비위원장 역시 "박원순 변호사가 걸어왔던 길을 보면 서울시장 출마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며 "시민운동가이자 법조인인 그는 지역문제에 대해서도 굉장히 애정을 갖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남윤 위원장은 또 "'디자인 서울'로 상징되는 서울시의 전시행정을 바꾸어 서울시를 시민의 품으로 되돌릴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라며 "사심 없이 사람 중심의 공동체를 만들 박 이사가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한 것은 시민으로서 행복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민사회 내부에서 그의 정계진출을 복잡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사실이다. 벌써부터 박 변호사가 지금까지 거쳐 간 '친정'들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취할지 외부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박 변호사는 지난 1995년부터 2001년까지 참여연대 사무처장으로 일하며 낙천낙선운동·소액주주운동 등을 이끌었다. 2001년부터는 '아름다운 재단', '아름다운 가게'를 만들며 우리 사회의 나눔·기부 문화를 확산시켰다. 5년 뒤에는 '시민적 관점의 실천적 싱크탱크'인 희망제작소를 열었다.

 

참여연대 "단체가 어떤 일을 할지는 책임 있는 토론 필요해"

 

현재 이들의 태도는 신중하다. 박 변호사의 선거 지원보다는 단체 본연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원석 협동사무처장은 "권력감시운동 단체의 특성상 참여연대가 운신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박 이사가 참여연대와 인연이 깊은 만큼 참여연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네트워크가 어떤 형태로든 박 이사를 돕지 않겠나"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역시 "이번 주말에 내부 회의를 소집해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며 "박 이사가 참여연대 설립자의 한 분이기 때문에 개별 회원들이 지지하는 것은 당연하나, 단체로서 참여연대가 어떤 일을 할지는 단체의 정관을 검토하고 임원들의 책임 있는 토론을 요한다"고 밝혔다.

 

희망제작소는 이미 논란을 겪고 있다.  일부 언론은 지난 5일 당일 일정으로 희망제작소 간부들이 워크숍을 간 사실을 들어, 사실상 희망제작소가 서울시장 선거 준비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희망제작소 측은 '선'을 확실히 긋고 있다. 유시주 소장은 이날 <뉴스1>과 만나, "일각에서 희망제작소가 박 변호사의 선거캠프가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지만 (희망제작소가) 선거에 관여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또 "희망제작소는 공익을 추구하는 비영리재단법인이기 때문에 박 변호사가 서울시장에 출마하면 당연히 상임이사직을 사직해야 하는 게 관례"라고 밝혔다.

 

"시민사회운동의 현실정치 참여, 깊게 논의할 계기될 것"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의 고민도 깊다. 단순한 지지 여부를 떠나, 시민사회운동의 현실정치 참여와 관련해 더욱 깊게 논의해야 할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구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7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박 변호사의 출마는 시민사회의 누군가가 정치에 참여한다는 것을 떠나서 서울시 행정을 맡을 역량이 되는 적임자란 점에서 지지하려는 흐름이 읽힌다"며 "그러나 박 변호사의 출마가 시민운동에 미칠 파장은 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시민사회단체들도 기존처럼 권력을 비판·견제·협력하면서 거리를 두는 게 맞는지 고민을 하고 있다"며 "개인 의견이지만 시민운동 역시 삶을 변화시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는 이상 정치와 분리될 수 있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가 표방한 '정치적 중립'이 이제 '낡은 프레임'이 되고 있다는 현장의 고민이었다.

 

그는 이어, "특정 정파를 지지하는 게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좋은 정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시민사회 내부에서 최근 확산하고 있지만 계속 얘기 중인 고민들"이라고 덧붙였다.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그동안 시민운동은 현실정치와 일정하게 선을 긋고 시민의 삶, 국가와 사회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제시하며 기성 정당 및 권력을 견인하고 감시·비판해왔다"며 "그러나 박 변호사의 출마로 시민사회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상황이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사회단체 혹은 시민운동의 현실정치 참여에 대해 이미 시민사회 내에서 논의되고 있었다"면서 "'안철수 현상'에서 드러나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 그와 관련된 시민운동의 역할 및 방향성을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사무총장은 "일반 시민들이 요구하는 정파성이나, 정치적 요구는 다양한데 박 변호사 출마 문제는 지지 여부로만 귀결되기 때문에 시민사회단체가 (선거 운동에) 직접적으로 나서긴 힘들 것"이라고 짚었다.

 

또한 "박 후보자가 서울시정을 바로세우기 위한 시민참여나 그를 위한 정책, 재정계획 등을 어떻게 만들고 제시하는지에 따라 단체들의 방침도 결정될 것"이라며 "시민사회단체가 시민들의 요구와 기대를 함께 안고, 그에 맞는 정책들을 알리는 활동으로 분화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태그:#박원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시민사회, #시민정치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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