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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마신 즉 그 향기와 맛이 신기롭더라’ 법정스님의 친필입니다.
 ‘홀로마신 즉 그 향기와 맛이 신기롭더라’ 법정스님의 친필입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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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마신 즉 그 향기와 맛이 신기롭더라'

법정스님이 살아생전 불일암에서 남긴 글입니다. 오늘 세상에 처음(?) 공개합니다.

차는 세 번 마십니다.

색 - 눈으로 한번
향 - 향으로 또 한번
미 - 맛을 느끼며 입으로 진짜 마십니다.

"이렇듯 색, 향, 미를 갖추어 먹는 것이 차여! 다른 격식은 필요 없당께, 편하게 먹는 것이 다도여."

차의 신기로운 그 향기와 맛에 흠뻑 취했습니다.
 차의 신기로운 그 향기와 맛에 흠뻑 취했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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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살아오면서 술을 마셔야만 취하는 줄 알았었는데 차향에 취했습니다. 차의 신기로운 그 향기와 맛에 흠뻑 취했습니다.

월출산 남쪽 산자락에는 야생 차밭이 있습니다. 그 규모가 약175.207m² (5만3천 평)나 된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해마다 생차를 따내 수제차를 만듭니다. 찻잎은 일일이 손으로 정성스레 따냅니다. 찻잎에 생채기가 나면 탄닌 성분이 나와 떫은맛이 나기 때문이랍니다.

우리 전통차와 함께 3대째 흘러온 100년 세월

수제차는 일반 차와 달리 차향이 아주 깊습니다. 찻잎을 따 당일 완성한 것이 녹차이며 7일간 숙성을 하면 녹차발효차가 된다고 합니다.

"보이차보다 더 좋은 차 맛보세요."

전남 강진 월향다원의 차 명인은 자신 있게 자신이 만든 수제차를 내놓습니다.
 전남 강진 월향다원의 차 명인은 자신 있게 자신이 만든 수제차를 내놓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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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 월향다원의 차 명인(55.김길자)은 자신 있게 자신이 만든 수제차를 내놓습니다. 김 명인은 차와 함께 27년째 함께하고 있다고 합니다. 2009년 전남 강진군에서 차 명인으로 선정되었고요.

3대째 수제차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김 명인은 시어머니에게서 차의 비법을 전수받았답니다. 이들 가족이 차와 함께 흘러온 세월을 굳이 따지자면 100년 세월이라고 합니다.

700년에서 1천년의 세월을 자란 야생차나무?

김 명인은 보이차가 울고 갈 우리 차의 참맛은 먹어본 자만이 그 진가를 안다고 말했습니다.

인도에서 건너왔다는 1.500만원을 호가하는 명차와 우리 수제차를 비교해가며 차 맛을 선보입니다. 맛돌이는 차에 관한 짧은 식견을 갖고 있지만 맛은 어느 정도 가늠하지요. "과연 차 맛이 좋구나"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우리 차의 우수성에 대해 자랑하느라 입에 침이 다 마릅니다. 이곳 야산자락에서 채취했다는데 700년에서 1천년의 세월을 자란 야생차나무에서 딴 수제차도 있다고 합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건 일대 사건이지요. 하동 천년차의 100g들이 한통 가격이 1천3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으니까요. 정말 대단한 일이지요. 어느 곳의 차나무가 더 오래되었는지 한번 따져볼 일입니다.

생차를 따내 수제차를 만듭니다. 찻잎은 일일이 손으로 정성스레 따냅니다.
 생차를 따내 수제차를 만듭니다. 찻잎은 일일이 손으로 정성스레 따냅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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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차는 찻잎에 상처가 없고 원형 그대로 살아있어야

그건 그렇고 좋은 차를 구별하는 방법 한번 알아볼까요.

"차가 제대로 만들어졌나 보려면 우려낸 찻잎을 살펴보면 됩니다. 좋은 차는 찻잎에 상처가 없으며 찻잎이 원형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차를 마신 후 차 찌꺼기의 찻잎을 자세히 살펴보니 여린 차 이파리의 자태가 오롯합니다. 이런 게 좋은 차라고 합니다.

월출산에서 자생하는 야생차입니다. 천년의 세월을 모진풍파 이겨내고 자란 차나무의 찻잎입니다. 해마다 봄이 오면 차밭에서 채취한다고 합니다. 이곳의 큰 야생 차나무는 그 높이만도 무려 2~3미터나 된다고 합니다. 정말 대단하지요.

발효차입니다. 한번 우려내니 색이 맑습니다. 두 번째는 더 진하고 예쁩니다. 발효차는 진한 녹차향이 사라지고 차 맛이 깊고 은은합니다.

"녹차가 밖으로 분산되는 향이라면 녹차발효차는 안으로 가슴속으로 빨려드는 향입니다."

암튼 차 맛이 깊고 은은합니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차와 같은 방식으로 덖어 절구통에 찧어 다식판에 넣고 누른 떡차랍니다.
 차와 같은 방식으로 덖어 절구통에 찧어 다식판에 넣고 누른 떡차랍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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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 꾸러미처럼 엮은 떡차도 있습니다

떡차(전차)도 있습니다. 차와 같은 방식으로 덖어 절구통에 찧어 다식판에 넣고 눌렀답니다. 생강, 당귀, 감초와 함께 팔팔 끓여먹으면 감기에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당뇨와 혈압에 좋은 꾸지뽕차, 마시면 머리가 맑아진다는 국화차, 뱃살 빼는데 좋은 감잎차, 연잎차 등 차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마시면 머리가 맑아진다는 국화차입니다.
 마시면 머리가 맑아진다는 국화차입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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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있는 태평양다원 풍경입니다.
 근처에 있는 태평양다원 풍경입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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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자생하는 곳곳에 대나무가 자라고 옛 기와 조각과 석축이 쌓여 있는 걸로 봐서는 옛날 절터로 추정됩니다. 아마도 사찰에서 재배하던 차의 씨가 떨어져 자라 이곳에 차밭이 형성된 거 같아요."

이곳 마을 사람들은 차가 자생하는 지역에 예전에 암자가 있었다고 전합니다. 또한 월남사지 터인 이곳에 99개의 암자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이 가을, 천년 세월을 담은 차 한 잔이 문득 그립거든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전남 강진 성전의 '월향다원'에 가보세요.

덧붙이는 글 | * 취재에 협조해준 강진군청 조달현님께 감사드립니다.
*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맛있는 장터, #녹향다원, #녹차, #천년차, #발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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