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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운전 중인 부산김해경전철
 시운전 중인 부산김해경전철
ⓒ 김해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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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오는 9월 9일 부산김해경전철이 개통된다. 경전철(輕電鐵)이란 종래의 지하철인 중전철(重電鐵)에 상대되는 말로, 차폭과 편성량수가 작은 '미니 전철'을 말한다.

부산김해경전철은 경남 김해시 삼계동에서 김해공항을 거쳐 부산 사상역에 이르는 23.9km, 21개역의 전철 노선이다. 운영사와 지자체에 따르면 9일 날 개통하여 8일간 무료시승기간을 갖고, 16일 날 개통식을 연 뒤 17일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전국 곳곳에서 많은 경전철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부산김해경전철이야말로 우리나라 경전철 역사를 대변하는 노선이다. 왜냐하면 이 노선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작된 경전철 사업이기 때문이다. 무려 19년 전인 1992년, 정부는 지방 중소도시에 새로운 형태의 신교통수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경량전철 정부시범사업을 선정했다. 그 노선이 바로 김해경전철과 하남경전철이다. 경기도의 하남경전철은 결국 무산되었지만 김해경전철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살아남아 드디어 올해 개통되는 것이다.

부산김해경전철의 의의

비록 아쉽게도 국내 최초 개통 기록은 부산 4호선에 내주었지만(지난 3월 30일 개통), 이번에 개통되는 부산김해경전철은 많은 의의가 있다. 그 첫 번째는 특별시나 광역시가 아닌 '지방 중소도시 최초의 자체 도시철도'라는 점이다.

사실 재정이 빈약한 중소도시가 사업비만 1조3천억 원이 들어가는 대형 사업인 도시철도를 직접 개통시킨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또한 이러한 대규모 사업을 10년 가까이 추진하면서 중간에 주저앉거나 실패로 끝나지 않고 완성된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것은, 그만큼 지방행정이 실력과 솜씨를 갖추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실제로 작년에 경기도 용인시에서는 민자사업자와의 의견 충돌로 인해 시민 시승식까지 열었던 용인경전철이 개통 취소 후 창고로 들어가 버리는 사례도 있었으며, 인천시에서는 철도사업치고는 매우 소규모인 사업비 850억 원짜리 월미은하레일 사업이 실패해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부산김해경전철은 갖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국 개통해낸 것이다.

사업은 추진되었으나 제대로 개통되지 못한 용인경전철과 월미은하레일
 사업은 추진되었으나 제대로 개통되지 못한 용인경전철과 월미은하레일
ⓒ 한우진,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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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사업은 김해시 혼자 추진한 것은 아니고 부산시와 사업비를 분담하였으며, 정부와 민간의 투자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큰 사업이 중소도시에서 잘 추진되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다만 부산김해경전철은 사업비의 절반 이상을 민간사업자가 투자한 사업으로서 지자체에 수입보장 책임이 있는 만큼, 향후 경전철의 수요를 증대시켜 손실을 최소화하고 교통혼잡완화, 관광활성화 등으로 경전철로 인한 사회적인 이익을 극대화시키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부산김해경전철의 두 번째 의의는 '국내 최초의 철차륜 경전철'이라는 점이다. 무인자동운전 경전철은 크게 고무차륜과 철차륜으로 나눌 수 있는데, 부산김해경전철은 철차륜이며, 지난 3월 개통된 국내 최초의 경전철 부산 4호선은 고무차륜이었다.

고무차륜 경전철인 부산도시철도 4호선
 고무차륜 경전철인 부산도시철도 4호선
ⓒ 부산교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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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차륜과 고무차륜은 각자의 장단점을 갖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도시 내에서 단거리 운행을 할 때는 고무차륜이 유리하고, 거점과 거점을 연결하는 장거리 운행에서는 철차륜이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왜냐하면 철차륜은 대체로 최고속도가 고무차륜보다 빠르고, 하중을 잘 견뎌 대량수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타 도시의 경전철 사업들도 철차륜을 선택한 경우가 많다 (인천 2호선, 서울 우이신설선 등)

또다른 철차륜 경전철인 서울경전철 우이신설선과 인천2호선 (예정)
 또다른 철차륜 경전철인 서울경전철 우이신설선과 인천2호선 (예정)
ⓒ 우이트랜스,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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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철차륜 경전철은 기본적으로 기존의 지하철을 크기만 축소시킨 형태이기 때문에 기존 기술들을 많이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실제로 부산김해경전철과 부산 3호선(중형 중전철)을 비교해보면, 편성량수는 4량에서 2량으로 절반으로 줄었으며, 차폭은 2.75m에서 2.65m로 10cm가 줄었다. 하지만 궤도의 폭(궤간)은 1435mm로 동일하며, 각종 전장품도 기존 기술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부산김해경전철의 세 번째 의의라면 '기존의 지하철 공기업이 타 도시의 위탁운영을 나서는 첫 사례'라는 것이다. 지자체에서 건설하고 그 지자체가 공기업을 세워  직접 운영하는 기존 지하철과 달리, 부산김해경전철은 경전철 사업자가 위탁운영자를 선정하여 운영을 맡긴다. 이는 민간투자사업과 전철 운영을 각각 전문화된 사업체에서 맡아서 함으로써 전체 사업의 효율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부산김해경전철을 위탁 운영하는 회사인 '(주)부산김해경전철운영'은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옛 서울지하철공사)의 자회사라는 점이다. 서울지하철이 부산까지 진출한 사례라고 볼 수 있겠다. 물론 왜 서울지하철이 서울에서나 사업을 하지 부산까지 손을 뻗느냐며 언짢은 시각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도시철도를 비롯한 대중교통의 위탁운영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부산김해경전철의 민간사업자와 위탁운영사업자는 서로 다른 회사이다. 로고도 다르다.
 부산김해경전철의 민간사업자와 위탁운영사업자는 서로 다른 회사이다. 로고도 다르다.
ⓒ 각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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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서울 9호선은 프랑스의 전문 기업이 운영하고 있고, 경기도 의정부시의 경전철은 인천메트로(인천지하철공사)가 운영할 예정이다. 소속과 관계없이 전문성이 있는 회사에 맡기는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부산김해경전철은 서울메트로 혼자 운영하는 것은 아니며, 위탁운영회사에는 부산교통공사와 김해시의 지분도 포함되어 있다. 이 같은 지하철 운영회사의 경전철 위탁운영 사업 진출은 공기업의 사업 다변화와 운영 노하우 전수의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실적을 더 쌓으면 향후 해외 철도의 위탁운영에도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김해경전철의 기대효과

그렇다면 이번에 개통되는 부산김해경전철은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

부산김해경전철은 경전철 노선으로는 드물게 도시철도, 광역철도, 공항철도 기능을 모두 갖는 노선이다. 대체로 경전철이 단거리를 운행하며 지선 노선 역할에 머무르는 것에 비하면, 부산김해경전철의 역할이 매우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부산김해경전철은 '도시철도'로써 김해시내 교통망 개선에 기여할 것이다. 기존의 버스를 뛰어넘는 간선교통망이 될 수 있다. 또한 김해시내의 곳곳의 관광지와 대학교들을 연결함으로써, 관광도시, 교육도시로서의 이미지 향상도 기대된다. 실제로 김해시에서는 관내의 대학들과 수로왕릉, 박물관 같은 관광지를 역명으로 선택하여 경전철을 이용한 홍보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김해시의 대표적인 가야유적인 수로왕릉. 경전철 수로왕릉역에서 갈 수 있다
 김해시의 대표적인 가야유적인 수로왕릉. 경전철 수로왕릉역에서 갈 수 있다
ⓒ 김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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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부산김해경전철은 '광역철도'로써 부산 서부권과 김해시 사이의 광역교통을 크게 개선시킬 수 있다. 현재 김해시는 부산의 위성도시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부산시와는 낙동강으로 갈라져 있는 관계로, 출퇴근시간마다 낙동강을 건너는 다리 등에서 극심한 교통정체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부산김해경전철이 개통되면 이러한 광역교통이 경전철로 흡수될 수 있어 교통정체 완화가 기대된다.

특히 부산김해경전철과 부산 3호선과의 연계도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부산시내의 종축(縱軸) 지하철은 1호선이 있었지만, 횡축(橫軸) 지하철이 부실했다. 하지만 이번에 부산김해경전철이 개통되면 '김해시/김해공항 ~ 구포역 ~ 대저역 ~ 연산역 ~ 수영역 ~ 벡스코 ~ 해운대'로 이어지는 횡축이 완성되면서, 연산역을 중심으로 한 십자(十字)형 부산지하철이 완성된다. 비록 1호선 단일 노선인 종축과 달리, 횡축은 여러 노선을 환승해야 하긴 하지만, 이러한 네트워크의 완성은 부산지하철의 경쟁력을 한층 높여줄 것이다.

부산김해경전철의 개통으로 부산지하철의 횡축이 완성된다
(김해시-대저-구포-연산-수영-해운대)
 부산김해경전철의 개통으로 부산지하철의 횡축이 완성된다 (김해시-대저-구포-연산-수영-해운대)
ⓒ 부산교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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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부산김해경전철은 '공항철도'로서 김해공항의 접근성을 크게 개선시킬 수 있다. 수도권 공항과 달리 김해공항은 접근철도가 없다는 약점이 있었는데, 이번에 부산김해경전철이 개통되면서 이 문제가 해결된다. 앞으로 김해공항을 이용하려는 승객은 사상역이나 대저역에서 부산김해경전철로 환승하면 된다. 특히 대저역에서 연결되는 3호선은 경부선 구포역을 지나고, 또한 수영역에서 2호선과 연결되어 벡스코와 광안리, 해운대로 연결되기 때문에, 부산시내에서의 김해공항의 심리적 거리는 한층 더 줄어들 것이다.

또한 부산김해경전철은, 경부고속철도 전 구간 개통으로 인하여 KTX 열차 정차 수가 줄어들은 구포역세권에 새로운 발전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특히 부산김해경전철이 개통되면 부산시내에서 김해공항에 접근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국내선 저비용항공과 KTX와의 경쟁도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쪽이든 승객 입장에서는 보다 빠르고 저렴한 교통수단을 선택할 기회가 늘어나는 것이다.

부산김해경전철의 김해공항역 전경
 부산김해경전철의 김해공항역 전경
ⓒ 부산김해경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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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부산김해경전철의 종점이 사상역인 관계로, 현재 구포역에 비해 정차 열차수가 현저하게 적은 사상역의 열차 추가 정차 요구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사상~김해공항 구간에서 동일한 노선을 갖는 부전~마산간 복선전철과의 역할분담 및 사상역에서 사상~하단 경전철과의 연계 등도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이번 부산김해경전철 개통 일정의 장점은 추석 연휴 직전에 일단 개통을 하여 무료 운행을 하다가, 추석 연휴가 끝난 다음부터 영업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즉 추석을 맞아 전국에서 김해나 부산의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한번쯤 부산김해경전철을 무료로 타볼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무료시승 정책은 추석에 발생하는 교통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전국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경전철을 홍보하는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실제로 수도권에서 여러 경전철 사업들이 구상 및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에 실제 운행 중인 경전철은 부산에만 있는 상황이라(부산 4호선) 아직도 수도권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경전철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부산김해경전철의 이번 개통일정은 부산김해경전철을 전국에 알리고, 더 나아가 경전철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부산김해경전철은 사업 추진 중에도 민간사업자가 중간에 바뀌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고, 개통을 앞 둔 올해에도 최소수입보장문제와 소음 문제 등으로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드디어 오는 9일 대망의 개통을 하여 승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앞으로 부산김해경전철이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여 부산과 김해의 발전을 이끄는 녹색교통망으로 큰 역할을 다 하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부산김해경전철 홈페이지 http://www.bngmetro.co.kr

한우진은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frdb.wo.to) 운영자입니다.



태그:#부산김해경전첣, #김해시, #경전철, #서울메트로, #신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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