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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한 측근은 박 상임이사가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2009년 12월 29일 오마이뉴스-휴머니스트 공동 특별강좌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에서 '민주주의, 시민의 일상에서 시작하다!'를 주제로 강연하는 박 이사의 모습.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한 측근은 박 상임이사가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2009년 12월 29일 오마이뉴스-휴머니스트 공동 특별강좌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에서 '민주주의, 시민의 일상에서 시작하다!'를 주제로 강연하는 박 이사의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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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민운동의 상징인 박원순(55)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변호사)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을 이끌었던 박 상임이사가 이번 선거에 나서게 되면 그동안 여러 갈래로 분절돼 진행됐던 야권통합후보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박 상임이사의 한 측근은 31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그동안 시민운동을 하면서 정치중립을 지켜왔지만 MB정부 들어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판단해 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박 상임이사가 그동안 지방자치 문제에 천착해왔고 나름대로 대안도 갖고 있다"며 "이런 것들을 고려해 후보 출마를 적극 고려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사실상 출마선언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다.

"박변은 꽃가마를 기다리지 않는다"

최근 박 상임이사의 의중을 언론에 전달하고 있는 이 측근은 "누가 우리에게 꽃가마를 가져다주기를 기다리는 상황은 아니"라며 "박 상임이사는 꽃가마가 없는 상태에서도 서울시장 출마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선 없는 추대 방식'이 아니더라도 직접 링에 올라 경선에 참여할 뜻이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또한 박 상임이사와 오랜 시간 함께 해온 한 학계 인사는 "여러 차례 만나 서울시장 출마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선거철이 돌아오면 늘 박 상임이사가 거론됐지만 번번이 사양했던 터라 이번에도 옆에서 군불 때는 식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인사는 "이번에는 작년과 분명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학자는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과 오세훈 서울시장 사퇴를 보면서 수도 서울의 시장직과 시정이 정치에 과도하게 오염돼 있다는 생각을 한다"며 "다음 시장 적임자는 정략과 정파가 대결하거나 대립하는 것을 넘어서서 우리 사회의 신망 있고 능력 있는 사람이 시장의 적임자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 "박 상임이사처럼 정당과 정파적 색채가 옅고 시민적 신망이 높은 사람이 나서야 민주세력의 통합적 대의에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염된 서울시정을 구하는 데는 박원순 상임이사만큼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인사는 박 상임이사가 평소 해오던 시민운동의 연장선 속에서 출마문제도 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오세훈 정치놀음에 농락당하는 서울... 역사적 책임 회피 말아야"

박 상임이사와 오랫동안 함께 해온 한 중견 시민운동가는 "서울시정이 오세훈의 정치놀음으로 농락당하는 현실을 보면서 이제는 정말 시민만 생각하고 시민을 위해 일할 시민일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박원순 상임이사는 그 역사적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박원순 같은 시민운동가가 직접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상임이사는 지난 7월 19일 자신의 블로그에 '지리산에서 향로봉까지'라는 글을 올리고 지금까지 만 45일째 백두대간을 걷고 있다. 그의 산행은 이달 10일 최종 하산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 종주는 예정대로 마칠 것으로 전해진다. 산행을 끝내는 시점에 박 상임이사가 직접 서울시장 출마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박원순 상임이사가 이번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그의 출마가 이번 선거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손학규 대표가 박원순 상임이사를 '통합후보'로 상정하고 '통합후보추진위원회'를 제안했다는 소문이 나돌지만 실제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당의 전략 핵심 관계자는 "어떤 인물을 상정하고 통합후보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현재 정치구도상 객관적으로 경선은 불가피한데 경선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줄 알고 누구를 어떻게 상정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 외곽에서 손학규 대표와 접촉해온 한 관계자도 "만일 박원순 상임이사가 출마선언을 한다고 해도 손학규 대표는 지지발언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당의 대표인 손 대표가 특정후보 지지발언을 했다가 어떤 오명을 뒤집어쓰려고 그런 황당한 행동을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야4당과 시민사회의 통합경선 방법론

실제 야4당과 시민사회는 통합경선의 방법론과 관련해 구체적인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징적이고도 명망 있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통합경선 관리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고, 여론조사 컷오프를 통해 후보를 걸러내는 방식으로 '통합후보' 1인을 선정한다는 구상이다.

예컨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모든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1차 여론조사를 통해 컷오프하고, 이중 걸러진 7~8명의 후보들이 인터넷토론 등을 벌이고 여기에 '시민평가단' 같은 '청중평가단'을 통해 여론조사와 투표를 병행해 컷오프 하는 방식 등으로 최후의 1인을 걸러내는 것이다. 이 같은 경선을 통해 통합후보 1인을 만들어 한나라당과 1 : 1 구도를 만들자는 게 민주진보진영의 통합경선 전략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 비주류 모임인 '쇄신연대' 좌장 정동영 최고위원은 31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적으로 '통합경선'을 비판하면서 '단일경선'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이 주장하는 '단일경선'은 각 정당별 내부경선을 통해 당을 대표하는 후보를 선출하고 이 후보들간 단일화 협상을 통해 '최후의 1인'을 걸러내자는 게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통합경선'과 '단일경선'을 둘러싸고 내부 논의가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박 상임이사의 출마결심이 이들에게도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할 일이다.   

박 상임이사는 경남 창녕 출신으로 인권변호사로 활동해왔으며 1994년 참여연대 창립을 시작으로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 등 창발적인 시민운동과 권력감시운동, 기부문화 확산에 기여해왔다. 2006년에는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리핀 막사이사이상을 받기도 했다.

"대속을 생각하며 지리산에서 향로봉까지"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해 드러난 박원순의 심경변화

박원순 상임이사가 백두대간 종주 기간 찍은 사진.
 박원순 상임이사가 백두대간 종주 기간 찍은 사진.
ⓒ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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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상임이사는 SNS를 적극 활용하는 트랜드에 밝은 시민운동가다. 그와 함께 일하려면 "지리산 종주는 각오해야 한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그는 산행을 즐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끝내 무상급식 주민투표 청구심의회를 열고 심의·의결하던 지난 7월 19일 그는 배낭을 메고 지리산에 올랐다. 그날은 무서운 시민행동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청구 수리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있던 날이다.

그는 이날 오전 8시경 자신의 블로그에 '지리산에서 향로봉까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조금씩 나이가 들다 보니 예전 동네 어르신들이 호소하던 증상들이 제 몸에도 조금씩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며 "요산통풍이라는 것도 가끔 불시에 찾아와 휠체어 신세를 지게 한다"고 최근 건강상태를 전했다.

이어 그는 "인생은 늘 새로워져야 하는데 내 삶은 진실로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스스로 자문하는 일이 잦아졌다"며 "한 번뿐인 인생이니 가끔은 멈추어 서서 지나온 길도 돌아보고 스스로를 비추어도 보고,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도 살펴보아야 하는데 그럴 여유가 없어서 이제 산으로 간다"고 백두대간 종주에 나서는 변을 밝혔다.

또한, 그는 "(백두대간 종주를 통해) 저는 새로운 삶과 일과 미래를 구상하려 한다"며 "그 중의 하나가 시민경제, 시민자본이라는 화두이며, 성장주의, 개발시대, 하드웨어, 재벌경제를 넘어 이제 커뮤니티비즈니스, 소기업, 핸드메이드, 마을기업, 협동조합의 시대가 오고 있고 그런 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최근 공들여 작업 중인 "소기업 지원 희망수레와 협동조합의 새 운동을 위해 걷겠다"며 "저 자신의 새로운 인생, 우리의 삶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는 새로운 세상을 위해 걷고 또 걷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8월 15일 종주 28일차 광복절에 올린 '대속(代贖)을 생각하다'라는 글을 통해 그는 "기독교에서는 하느님이 독생자 예수를 보내 인간이 저지른 그 죄악을 십자가형으로 대신 속죄했다고 믿는다"며 "하느님의 아들로서 그러나 동시에 인간의 아들로 태어나 가장 모독적인 방법으로 극형에 처해진 예수의 삶과 실천, 그 최후는 모든 인간을 스스로 죄스럽게 만든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우리 사회에서 저질러지는 이 엄청난 비극과 범죄와 과오를 대속할 사람을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 시대에 다시 예수가 필요한데 이것을 자임할 사람은 없다, 자임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라고 말했다.

또한 박 상임이사는 "이 시대의 고민, 동시대 사람들의 고난, 유린되는 국토, 악화되는 삶의 질, 무너지는 경제와 더 심각해지는 빈부격차, 좌우갈등과 사회적 대결, 소모적 정쟁, 공직자들과 사회적 리더들의 거짓말과 무책임, 시대의 향방에 대한 무지와 편견 – 이 모든 것들을 곱씹어보았다"며 "그것을 한 지게에 짊어지고 그 어딘가 갖다 버릴 곳이 있다면 감히 그 지게를 한번 져 볼 수 있을 것인가라고 생각해 보았다"고 썼다.

특히 그는 "신이 내린 무당이 굿을 할 때 그는 스스로 미친다"며 "자신도 모르게 대화를 하고 손짓, 발짓을 한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마저 빨려가게 만들고 병도 퇴치하고 사람들을 위로한다, 가장 천하게 생각하는 무당이라는 직업도 신이 내린 사람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인데 나에게도 그런 신이 내릴까"라고 자문하기도 했다.


태그:#서울시장, #박원순, #백두대간, #박원순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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