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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국세청 본청.
 서울 종로구 국세청 본청.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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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10억이상 금융 계좌를 가지고 있는 개인은 211명, 회사는 314개사였으며,  금액으로 따지면 11조4819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들은 평균 3.6개의 해외계좌에 46억 원(평균)을 가지고 있었고, 가장 많은 예금을 가진 사람은 601억 원이었다. 법인은 평균 335억 원이었고, 1조7362억 원이 최고 금액이었다.

하지만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거나,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국내 부유층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일부 기업인과 전문직 종사자 등을 상대로 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멋쩍은 국세청, 부유층들 해외계좌 신고 제대로 안 해

국세청이 31일 내놓은 해외금융계좌 신고 내용이 관심을 끈 이유는, 무엇보다 누가 얼마나 많은 돈을 해외에 가지고 있거나, 운용하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지난 6월 한달동안 국세청은 외국에 10억이상 금융계좌를 가지고 있는 개인이나 법인은 자진해서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앞서 국세청은 신고 대상 개인 2000여 명을 따로 추슬러, 개별 안내문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효과는 거의 없었다. 2000명 가운데 이번에 자진해서 신고한 사람이 211명, 10%에 불과했다. 신고대상은 대부분 재벌 기업인과 가족,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와 유명연예인, 프로스포츠 선수 등이 망라돼 있다.

이번에 신고한 개인 211명의 주소지는 대부분 서울이었으며, 강남과 서초, 송파 등이 많았다. 특히 용산세무서에만 23명의 개인이 해외계좌를 신고해 가장 많았다. 용산세무서는 주로 이태원과 한남동 등을 관할지역으로 두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일가를 비롯해 재벌 총수 등 기업인과 유명 연예인 등이 이곳에 산다. 

박윤준 국세청 국제조세관리관은 "이번 조사는 해외금융자산에 세금을 매길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해외에 재산을 가지고 있는 부유층의 자진 신고가 미흡한 점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그는 "과거 해외로 재산을 돌려놓은 사람들을 이번 계좌신고를 통해 양성화하려고 했던 효과는 미미했다"면서 "이번에 신고한 사람들은 이미 예전부터 해외소득을 신고해 온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해외 금융 재산가들 왜 신고하지 않았을까

국세청 자료대로라면, 당초 신고를 예상한 부유층 인사들은 이번에 거의 신고를 하지 않은 셈이 됐다. 왜 그랬을까. 한마디로 굳이 해외 계좌를 신고하지 않아도 큰 불익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대신 신고를 할 경우, 과거 5년동안의 소득에 대한 세금 부담 등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박 관리관은 "이들이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가지"라며 "우선은 국세청의 해외계좌에 대한 조사역량이 높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적발되더라도) 과태료만 약간 물면 되기 때문에, 굳이 자신의 해외 금융재산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향후 해외 금융자산에 대해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 등 관련부처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성실하게 신고한 개인 등에 대해선 가산세 일부를 완화하는 등 세금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중"이라며 "해외금융 계좌의 양성화를 위해서 당근과 채찍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 해외 재산은닉과 탈세혐의자 38명 세무조사 착수

국세청은 이날 역외탈세를 통해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가 있는 38명에 대해 전격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물론 이들은 국세청에 해외금융계좌 신고를 하지 않았다.

이들 가운데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는 A씨는 일본에 다른 사람 이름으로 회사를 차렸다. A씨는 이곳에서 나오는 소득을 본인과 가족 이름으로 일본 은행계좌에 숨겨오다가 국세청에 적발됐다. A씨는 국내에 자신과 아내 이름의 재산을 가지고 있지 않고, 해외금융계좌도 신고하지 않았다.

이외 중견제조업체를 운영하는 B씨의 경우는 재벌 기업들이 조세피난처에 기업을 세우고, 이곳을 통해 자금을 운영 해오던 방식을 따랐다. 그는 국내에 아들 이름으로 위장계열사를 만들어, 일감 몰아주기 방식으로 재산을 넘기고,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 이 회사의 매출을 속이는 수법 등을 통해 소득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수백억 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이들을 상대로 강도높은 세무조사와 함께 자금출처 조사를 진행해, 탈루혐의가 적발되면 형사고발할 예정이다.


태그:#국세청, #해외금융계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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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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