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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31일 오후 12시 25분]

"필요하다면 유연성 낼 부분 있는지 궁리하겠다."

현 정권의 '대북강경정책'을 주도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물러나고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류우익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새 장관에 내정됨에 따라 대북 정책기조의 변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류 내정자는 지난 4월 주 중국 대사를 그만뒀을 때에도 남북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유력한 통일부 장관 물망에 올랐으나, 최종 단계에서 낙점되지 못했다. 당시에는 '북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기용되지 못했다는 후문이 있었으나 이번에 결국 통일부장관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류 내정자는 일단 31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일관되게 유지할 생각"이라면서도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유연성을 낼 부분이 있는지 궁리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일단 지금까지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혀 주위의 지나친 기대를 자제시키는 한편, '필요하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였지만 '유연성'이란 단어를 언급한 것은 강경 일변도의 대북 정책에 변화를 기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리학과 교수 출신 MB의 핵심 측근

청와대 비서실장 당시 이명박 대통령, 한승수 총리와 함께 회의장으로 가고 있는 류우익 통일부 장관 내정자.(오른쪽)
 청와대 비서실장 당시 이명박 대통령, 한승수 총리와 함께 회의장으로 가고 있는 류우익 통일부 장관 내정자.(오른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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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우익 내정자는 이명박 대통령 의중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핵심 측근이다. '대통령의 말동무', '왕의 남자', 'MB 정부의 이데올로그(이론가)'란 평가가 류 내정자를 따라다닌다.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류 내정자는 이명박 캠프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원(GSI) 원장을 맡아 한반도 대운하 공약 등을 기초했다. 그는 2008년 현 정부 출범 이후 초대 대통령실장에 임명되었지만, 곧이어 터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의 책임을 지고 4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그런 류 내정자를 이 대통령은 2009년 12월 주중대사에 임명해 대중외교의 중책을 맡겼다. 부임 직후 그는 "주중대사로서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주중대사로 1년 4개월 재임했던 류 내정자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천안함, 연평도 사건을 겪으면서 미국 일변도의 외교정책을 교정하는데 실패했다는 평가와 함께 물밑에서 한중 관계 개선에 기여했다는 의견도 있다.

류 내정자의 통일부 장관 기용을 두고 지난 3년간 대치해온 남북관계에 새로운 전환을 가져오기 위한 사전포석이란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남북관계 획기적 전환 적임자... 임기말 업적 만들어내려 할 것"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남북 경색 국면을 타개하는 데는 대통령의 최측근인 류 내정자가 제격이라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즉 천안함 사건 이후 취해진 5.24 조치 등 현실적 걸림돌을 넘어 남북관계의 획기적 전환을 가져오기 위해선 대통령의 최측근인 류 내정자가 통일부를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참여정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박선원 한국미래발전연구원 부원장은 "류 내정자는 이 대통령과 호흡이 잘 맞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며 "임기말 업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라도 대북 정책을 지금까지와는 달리 펴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교부 내 대북정책을 담당하는 부서에도 이제와는 다른 색깔의 인사 개편이 곧 있을 것으로 들었다"며 "이제야 비로소 대북정책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고 말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이전부터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준다'며 통일부 장관 바꾸기를 주저해온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기대를 피력하면서 현인택 장관을 교체한 것은 대북 정책이 바뀔 징후로 봐도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정 대표는 이어 "현인택 장관에 대한 북한의 심한 거부감을 고려할 때, 류 내정자의 능력 여부를 떠나서 일단 남북간의 신뢰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류 내정자가 짧은 시기였지만 천안함-연평도 사건으로 한중 관계가 껄끄러웠던 시기에 중국 대사를 지내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중국 쪽의 시각을 공부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통일부 장관 바뀌었다고 남북관계 큰 기대 어려워"

하지만 통일부 장관이 바뀌었다고 해서 대북정책이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시각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여권에 남북관계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천안함-연평도 사건, 베이징 비밀접촉 폭로 등으로 남북관계가 워낙 갈 데까지 간 상태라서 통일부 장관이 바뀌었다고 해서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고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은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고 싶을 지도 모르지만, 의지가 있다고 해서 그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그 예로 현인택 장관을 통일정책특별보좌관으로 임명한 것을 들었다. 즉, 북측에 화해 제스처를 보내는 데 대한 남측의 보수층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란 말이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도 "류 내정자가 정권 초기 청와대 비서실장일 때는 대북 기조가 지금처럼 강경하지 않았다"며 "당장은 이산가족 상봉, 대북지원 등을 재개하고 5.24조치를 풀어주는 등 작은 문제들은 풀어나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류 내정자가 통일부 장관에 적격자가 아니란 시각도 적지 않다. 지리학자 출신으로 통일문제에 대해 전문가가 아닌 류 내정자가 통일부 장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느냐는 우려다.

한 대북문제 전문가는 "'문외한'인 류 전 대사를 내정한 것은 대북정책을 제대로 해나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현 정부의 대북관계 개선 의지에 대한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지난해 4월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은 물론 미국과 중국 간의 대립 상황이 격화될 때 류 내정자는 세계지리학회 회의 참석이라는 개인 용무로 미국을 방문했다"며 "주중대사로서 그가 한 역할을 보면 통일부 장관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태그:#류우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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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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