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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양당이 통합 논의 막바지에 몸살을 심하게 앓고 있다. 끝까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국민참여당 문제 때문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26일 각자 논평을 주고받으며 참여당의 통합진보정당 합류에 대한 서로의 입장 차를 굽힐 것을 요구했다. 진보 양당과 민주노총·전국농민회총연맹·빈민단체·'진보정치세력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 모임(진보교연)' 등으로 구성된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추진위원회(새통추)' 출범까지 불과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진보 양당 모두 민주노총의 권고안, "새로운 정당(국민참여당)의 새통추 참여 문제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간의 합의를 거쳐 새통추에서 결정한다"를 각자의 '무기'로 삼았다. 즉, 같은 내용을 두고 다른 해석을 붙여 서로 충돌한 것이다. 현재 민노당은 "양당이 민주노총 중재안을 받아들여 새통추에서 참여당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라고 보고있고 진보신당은 "양당의 합의 없이 새통추가 출범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노총이 지난 24일 새통추 구성과 관련하여 진보 양당이 권고안을 수용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낸 데 이어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지난 25일 권고안을 27일까지 수용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며 "민노당이 재차 수용의사를 밝힌 만큼, 진보신당의 결단만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우 대변인은 지난 25일 논평에서도 "진보신당이 민주노총 권고안을 대승적으로 수용해 진보대통합의 길로 함께 나아갈 것을 바란다"고 촉구한 바 있다.

 

반면, 박은지 진보신당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노총 권고안은 사실상 '새로운 정당의 참여는 진보 양당의 합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라며 "지난 24일 새통추 구성을 위한 대표자회의에서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이 밝혔듯이 '사실상 국민참여당 합류에 대해 진보신당에게 비토권을 준 것'이다"고 맞받았다.

 

진보 양당 협상단도 이날 오후 지난 21일 협상 이후 5일 만에 처음 만났지만 서로의 입장이 변하지 않았음만 확인하고 돌아섰다.

 

양보 없는 진보 양당... 진보진영 대중조직도 두 편으로 나눠졌다

 

진보 양당의 갈등만 격화된 것이 아니다. 진보정당들과 함께 8개월 가까이 통합 논의에 참여한 대중조직들의 입장 차도 확연히 갈라지고 있다. 참여당으로 인한 진보 양당의 갈등이 진보진영 전체의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우 대변인의 이날 논평에서 언급됐던 전농은 지난 25일 논평을 통해 참여당 문제에 상대적으로 열린 입장을 드러냈다. 이광석 전농 의장은 "5.31 합의문에 서명했다는 이유 하나로 상대를 검열할 수 있는 특권이라도 부여받은 것처럼 행세하려는 세력이 있다"며 참여당 합류 논란을 제기한 쪽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드러냈다.

 

한국청년연대도 이날 논평을 내고 민노당에 힘을 실었다. 한국청년연대는 "진보 양당이 27일 전에 반드시 민주노총의 권고안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는 한편, 참여당 문제에 부정적인 진보교연에 화살을 돌렸다. 이들은 "진보교연의 '진보정치의 성장, 발전'에 대한 염원과 우려는 합당하나 지식인으로서 (진보정치의) 방향에 대한 조언은 가능하되 그 결정은 민중이 해야 한다"며 참여당 합류에 긍정적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전농과 함께 통합테이블에 참여하고 있는 반빈곤빈민연대·빈민해방실천연대·전국빈민연합 등 빈민3단체는 이날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를 방문해 "참여당이 마지막 걸림돌이 되니 답답하다"며 "조속히 양당중심의 통합을 추진해달라"고 요구했다. 진보 양당의 통합이 선결돼야 한다는 진보신당에 힘을 싣는 방문이었다.

 

참여당 합류를 반대하는 연서명 운동도 전개되고 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등 보건의료인 102명은 이날 "국민참여당의 진보대통합 참여에 반대하는 보건의료인 1차 선언"을 발표하고 "참여당은 진보대통합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들은 "우리는 뜻있는 국민참여당 당원들과의 투쟁을 통한 연대에 반대하지 않으나 이는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추진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며 "진보정치세력이 아닌 국민참여당과의 합당은 진보정치의 명백한 후퇴"라고 밝혔다.

 

참여당 합류 논란, 28일 민노당 대의원대회에서 결론난다?

 

한편, 참여당 논란은 오는 28일 절정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민노당은 28일 오후 진보통합 문제를 '결론' 짓는 대의원대회를 연다. 진보신당은 같은 날 전국위원회를 열고 오는 9월 4일 대의원대회의 안건을 결정 짓는다. 결국 민노당 대의원대회 결정에 따라 진보신당의 최종 입장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민노당 핵심 관계자는 "진보신당과 통합 결정을 다시 유예하거나 참여당 등 5.31 합의문에 동의하는 세력과 먼저 '개문발차(開門發車)'하는 방법 등 두 가지 인데 대의원대회에서 논의될 수 있다"며 "전자의 경우, 지지부진한 진보통합에 대한 대중의 실망을 사게 되고, 후자의 경우 당내의 논란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중적 관점에서 볼 때 개문발차 방법을 택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며 "민주당과 내년 총·대선에서 선거연대를 하기 위해선 진보진영 스스로의 힘을 키워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참여당까지 포괄한 '비(非)민주연합'을 강고히 구축하지 않는 이상, 2012년 총·대선 국면에서 진보정치세력의 지평을 획기적으로 넓히기는 요원하다는 주장이었다.

 

민주당 등이 '야권통합정당'을 지속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진보통합이 지금처럼 답보 중인 상황에서 야권통합세력이 대중적 지지를 얻게 된다면 '옹졸한 진보'라는 낙인이 찍혀버린다는 얘기다.

 

일례로 한 민노당 당직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문성근 백만민란 대표의 '끝장토론' 제안에 대해 "답답한 심정은 이해가 되나 그 심정과 실현 가능성은 다른 차원에서 견주어야 한다"며 "지금까지 야권연대에 진정성 있게 임해왔던 민노당에 그런 요구까지 하는 것은 마치 이정희 대표 때문에 야권통합이 막혀 있다는 정치공세로 읽힌다"고 비판했다.

 

진보신당은 참여당 문제에 있어서는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진보신당은 자유주의 세력인 참여당이 통합진보정당에 합류할 경우, 진보정당 최대의 지지기반인 민주노총의 분열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진보진영 전체의 역량을 뒤흔들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을 할 수 없다는 게 당의 입장이다.

 

진보신당 핵심 관계자는 "민노당이 당내 반발과 대중조직의 분열 가능성 등 때문에 '개문발차'를 선택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민노당의 '개문발차' 결정이 내려진다면 우리 당은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태그:#진보통합, #국민참여당, #이정희, #조승수,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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