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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혁신과 통합' 민주진보통합추진기구 제안자 모임 회견에 참석한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여는 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 이해찬 전 총리,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17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혁신과 통합' 민주진보통합추진기구 제안자 모임 회견에 참석한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여는 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 이해찬 전 총리,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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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주로 정책대안을 냈죠. 최대치가 2000년 낙선운동이었던 것 같아요. 20년 시민운동 역사를 돌이켜보면 정치문제와 관련해 시민사회운동진영이 이번처럼 전국에서 집단적 결의를 한 적이 없어요. 결국 우리는 정치세력 교체가 핵심이라고 판단한 거죠. 영향의 정치로는 우리가 바라는 나라를 만들 수 없다, 그러니…. 이제 그 출발선에 우리가 선 겁니다."

김기식 '내가 꿈꾸는 나라' 공동 준비위원장은 청명한 가을 하늘에 대고 담배 한 모금을 깊이 들이켰다 후 뱉어냈다. 무언가 비장한 각오가 숨어 있지만 표정은 담담하게, 시선을 하늘에 고정한 채로 올 가을 찬바람이 불면 한국 사회에 어떤 정치적 격변이 있을지 예고했다. 시민운동가들이 직접 정치세력을 교체하는데 참여하겠다고 밝혔으니, 일단 낙선운동 수준은 넘는 것이다. 어떤 정치적 격변이 우리 앞에 서게 될 것인가.    

시민정치행동 내가 꿈꾸는 나라는 25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민주진보연합정당의 혁신과제와 새로운 대한민국'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한국정치의 '혁신과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최소 10년 이상 시민단체에서 활동해온 전직 사무처장급들이 주요 토론자로 나섰다.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은 날이면 날마다 돌아오는 선거와는 전혀 다르게 한국사회의 향후 50년을 결정할 주요 선거라고들 입을 모았던 그들이다. MB정권에 이어 또 다시 보수정권이 들어선다면 종합편성채널의 등장과 함께 한국사회는 일본식 보수영구집권체제로 돌입할 것이라고 우려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의 입에서 어떤 얘기가 나올까 주목하던 차에 박진섭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이 나섰다. 그는 환경운동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환경운동가다.

"지금은 통합이 강조되고 있지만 혁신을 강조해야 할 때다. 정책의 혁신도 제기돼야 하지만 인적 혁신을 빼놓고 혁신한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제대로 설명될 수가 없다. 민주진보그룹, 민주진보정당들은 혁신적인 자기반성과 성찰을 해야 한다. 반성과 성찰 없이 무작정 정치를 말한다는 것은 국민적 눈높이에서 이해될 수 없다."

"도로민주당과 도로민노당은 대안이 아니다"

박 부소장은 혁신을 강조했다. 정치권만 혁신하라는 게 아니라 시민사회운동진영도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진보 정치권만 오판했던 분야가 있었던 게 아니라 시민사회운동 진영도 잘못 판단하고 일을 그르친 적도 있다는 반성적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혁신과 통합은 동전의 양면"이라며 "혁신만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통합만 해서 되는 것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주의, 사회민주주의, 녹색주의로의 가치 통합"이라며 "진보시민사회운동과 민주주의운동에 종사해온 이들은 이 가치들을 어떻게 정치영역에서 통합하고 현실화 할 것인가 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속에서 녹색진영도 블록화 해서 새로운 정치주체 형성의 한 축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2년 정권교체를 주장하는데 그보다는 내년 총선에서 어떻게 세력교체를 할 것인가 그 전략을 세우는 것이 훨씬 요구되는 바라고 지적했다.

박 부소장은 또 "민주진보진영이 한국 사회에 무슨 희망을 줄 것이냐" 자문한 뒤 "MB정권 이전의 정권으로 돌아가는 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도로민주당, 도로민노당 코스로 가는 것은 국민적 희망이 아니라는 게다. 이에 따라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이고 혁신적인 정당을 잘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의 발제를 맡은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진보개혁진영의 정치활동은 관성적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지지부진한 움직임에 머물러 있다"며 "이제는 수권주체의 형성을 위해 좀더 능동적이고 공격적이며 대담한 정치기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2007년이나 2012년이나 똑같이 진보개혁세력에게 주어진 과제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노선, 세력을 창조하라는 요구"라며 "한국의 진보개혁진영은 혁신을 못해서 정치기반이 무너졌고 정권을 잃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혁신 없이는 정권을 찾기도 힘을 뿐 아니라 찾아와도 바로 실망과 심판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고원 교수는 "여전히 진보개혁진영은 국민들로부터 수권·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렇게 된 주요 원인은 진보개혁진영 내부에 있으며 새로운 가치와 노선, 리더십을 제시함으로써 미래에 대해 준비된 정치세력이라는 인정을 받을 때까지 국민적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중요한 3대 과제로 그는 ▲이념·가치·정책의 혁신 ▲정치활동 방식의 혁신 ▲정당질서의 혁신을 꼽았다. 무원칙한 중도주의와 낡은 좌파이데올로기를 동시에 극복하고 미래로 열린 진보주의의 정체성을 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정의롭고 평등한 민주진보정부 수립을 목표로 진보적 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가 수렴되는 자유와 평등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관료주의, 중앙집권주의, 승자독식주의 정치활동방식을 극복하고 소통과 분권, 합의주의의 정치활동 방식을 구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그는 "18대 민주당 국회의원의 구성과 정치활동은 역대 최악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헌신과 희생, 열정과 투지, 집요함과 대중성, 역동성과 순발력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고 민주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무상급식 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한나라당과 오세훈 시장은 이제부터라도 국민 앞에 겸손하고 책임있는 자세로 떳떳하고 당당하게 처신하라"고 주문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무상급식 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한나라당과 오세훈 시장은 이제부터라도 국민 앞에 겸손하고 책임있는 자세로 떳떳하고 당당하게 처신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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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민주당 국회의원의 정치활동은 역대 최악"

정당질서는 지역주의와 계보 중심의 정당구조, 폐쇄적 정파중심의 정당구조를 극복해야 하며 개방적 민주진보정당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개혁진영의 분열과 약화를 초래했던 원심적 정당체제를 극복하고 이념과 정책, 세력이 구심으로 작동하는 정당체제로 재편해야 한다는 게다. 이 과정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인적 교체의 과정이 포함될 것이라고 '물갈이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고원 교수는 "혁신이 제대로 이뤄지면 통합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며 "민주당이 당의 강령에 평등의 가치를 명기하고 반재벌·반토건에 의한 특권체제 타파와 탈핵의 가치를 당당하게 내걸 수 있다면 그리고 이것을 실천으로 증명해낸다면, 또 이 과정에서 벌어질 당내 보수적 저항을 압도하면, 그것 자체가 이미 진보정당과 시민운동세력을 향해 엄청난 통합의 압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민정치운동세력이 스스로 정치세력이 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파했다. 고 교수는 "시민세력이 스스로 정치세력이 되지 않으면 현재 상황에서 그 어떤 미션도 수행해낼 수 없다"며 "지금 시점에서 외부적 균형자 역할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어서 그는 "균형자란 경쟁하는 양대 세력간 팽팽한 힘의 균형을 이용할 때 가능한데 민주당과 다른 진보 제 정당 사이에는 접점이 형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 상태에서 균형자 역할을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무엇보다 그는 '혁신과 통합' 세력에게 "시민정치운동은 정치세력화를 통해 혁신과 통합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독자적인 협상력의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며 "'one of them'으로 묻어가는 세력이 아니라 스스로 민주당과 진보정당 사이에 끈질지게 균형점을 만들어가는 독자적 기획의 주체가 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래서 시민정치운동세력이 "진보개혁진영의 낡은 질서를 흔들고 판을 바꾸는 주체가 돼야 한다"며 "이렇게 해서 대중적 후견을 받는 강력한 혁신기지가 만들어져야 흐물흐물한 민주당을 좀 더 존재감 있는 정당으로 만들 수 있고 정파적 폐쇄성과 이념적 도그마에 빠져 있는 진보정당들 안에서 혁신의 목소리를 울리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87년 6월 민주항쟁 그후 시민운동 20년, 2012년 새로운 도전

김기식 위원장도 "이번 혁신과 통합은 1987년 6월 민주화 투쟁 이후 민주동맹 세력의 분화가 분열로 치달았던 20년 정치구도를 새로운 정치구도로 바꿔내는 한국정치의 근본적 변화를 모색하는 측면이 있다"며 "민주화를 넘어 새로운 나라의 비전을 만들어내는 국가적 수준의 비전에 시민사회가 도전하는 것"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김 위원장은 또 "민주진보세력이 통합하는 것은 민주진보가 가진 가치를 공유하는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민주진보세력의 공동 집권을 통해 이 나라의 비전과 가치, 정책노선을 이 운동과정에서 반영하지 못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민주진보진영 내부에 차이가 없다는 게 아니라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진보 공동의 목표를 위해 아래로부터 통합을 추동하고 공동의 비전을 실천하자는 것"이라며 "시민사회 스스로부터 혁신을 추동해내는 힘을 만들어낼 것이며 그것을 기반으로 정치권에도 혁신과 통합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 노력은 이제부터 본격화 되는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민사회의 정치비전'과 관련한 발제문을 통해 통합을 위한 이념 지향으로 '진보적 자유주의 사민주의의 연대'를 꼽고, 정의롭고 평등한 민주복지국가 건설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공공성을 회복하고 시민 주도의 통합정치로 정치혁신을, 공정시장과 균형성장으로 경제혁신을, 차별없고 공평한 분배로 사회혁신을, 공공성 제고로 정부혁신을 각각 주문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국가공공성을 회복될 것이며 진정한 의미의 사회통합적 시민국가로 성장해갈 것이라고 조망했다.


태그:#혁신과 통합, #승자독식주의, #고원, #홍종학, #박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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