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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25일 오후 3시 11분]

 

6·2지방선거에서 젊은 세대의 투표 참여 바람을 일으켰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하 SNS)가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선 '투표 거부 네트워크'로 활용됐다.

 

24일 주민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트위터는 투표율 등의 정보를 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장 상사가 투표를 강요하는 상황과 같이 불법으로 보이는 투표운동 사례에 대한 감시와 상담의 장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6·2지방선거에서 크게 유행한 '투표 인증샷' 올리기도 이번에 있긴 했다. 투표 도장을 자신의 팔뚝에다 찍어서 그 사진을 올리거나 투표용지를 찍어 올려 자신이 투표했음을 알리는 트위터 이용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트위터 세상의 대세는 이미 '투표 거부'로 형성돼 있었기 때문에 지난 6·2 지방선거 때처럼 폭풍처럼 몰아치던 보통 사람들의 투표 인증샷도 찾아보기 힘들었고, 유명인들의 경우는 더욱 그랬다.

 

사기 인증샷 등장, 김제동 이어 소녀시대 윤아도 당해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무리한 수법이 튀어 나왔다. '가짜 연예인 인증샷'이 등장한 것.

 

투표가 한창 진행중이던 이날 오후 3시쯤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민간단체인 민생경제정책연구소(이하 민생연) 트위터는 연예인 김제동씨의 '투표 인증샷'을 올렸다. 이 트윗은 단시간에 널리 퍼졌고, 투표불참을 주장하던 트위터 이용자들은 이 인증샷의 진위 여부를 두고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바로 이 사진이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의 '투표 인증샷'이란 게 밝혀졌다. 

 

그동안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 온 것으로 보이는 한 트위터 사용자도 '소녀시대'의 윤아가 투표장에 있는 사진을 올렸지만 이 사진 역시 6·2지방선거 당시의 사진이었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재빨리 사실관계를 정정하는 트윗을 쏟아냈고 수없이 많은 RT(리트윗)가 이뤄졌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 널리 퍼질 뻔 했지만, 정정 내용도 빨리 전파될 수 있는 트위터의 속성 덕분에 파장이 최소화됐다.

 

그러나 "2010년 사진 가져다가 조작… 수준 참 알만하다"는 등 비난이 쏟아졌고, 트위터 사용자들이 보수 진영에 대한 반감만 높이는 쪽으로 작용했다.

 

 

레이싱 모델들의 난데 없는 집단 투표 인증..."전두환 3S정책 부활?"

 

이날 오후엔 난데없이 레이싱 모델들이 트위터 이용자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레이싱 모델이라고 해서 투표하고 인증샷 올리는 데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집단으로 인증샷을 올렸다는 점에서 그 자발성이나 배경에 의혹이 제기된 상황.

 

이날 오후 수 명의 레이싱 모델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 '투표 인증샷'을 올렸는데 몇 몇 트위터 이용자들이 '개념 레이싱 모델이다' '정말 몸매는 물론 얼굴도 예쁜데 마음도 천사'라면서 이들의 투표 인증샷을 링크 걸었다.

 

투표열기가 빠르게 식어가던 오후 5시 경 무상급식 실시에 반대하는 매체들이 '미녀 레이싱걸 등장에 투표 열기 후끈?' 등의 제목으로 이 레이싱 모델들의 투표 인증샷을 보도했다.

 

많은 트위터 이용자들은 투표 진행 상황에서 레이싱 모델들이 집단으로 투표 인증샷을 일제히 올리고 나선 배경에 의구심을 표했다. 투표율을 높이려는 쪽이 계획적으로 레이싱 모델들의 투표 사실을 적극 알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

 

트위터 아이디 piece025는 "할 게 없어 전(두환)씨의 3S(Screen, Sport, Sex 우민화)정책을 따라하냐"고 야유했고, n2il은 "투표율이 20% 내외에서 마감될 줄 알았더니, 이게 다 레이싱걸 덕분인가"라고 비꼬았다.

 

'기획'으로는 안되는 '바람'... 트위터 자정 능력 몰랐나?

 

이같이 보수진영에서도 SNS를 통해 주민투표 참여율을 높이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불발로 끝난 건 SNS 이용자들의 정치 성향이 진보 쪽으로 기울어 있는 게 주된 요인이지만, 보수세력이 SNS 속 여론형성의 동력과 현상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여겨지는 측면도 있다.

 

앞서 언급한 '레이싱 모델 투표 인증샷'의 경우엔 난데없이 특정 직업 종사자들이 동시 다발로 나섰다는 점, 특히 성적 매력이 높은 여성들을 내세웠다는 점을 볼 때 누군가의 '기획'이 개입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이같은 시도가 먹히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트윗 작성자의 자발성을 해당 트윗 내용에 대한 평가의 중요한 척도로 삼는다. 6·2지방선거 '투표샷 인증 열풍'의 경우 트위터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제안과 참여에 의해 유행처럼 번져나갔고, 유명 연예인들은 여기에 한 개인으로 참여했을 뿐 투표 독려를 주도하려고 나온 건 아니었다.

 

확산속도가 굉장히 빠르지만 이용자들이 그저 수동적으로 내용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때로는 집단적으로 내용 검증에 나서기도 한다는 점이 바로 트위터와 같은 SNS의 특징임을 감안하면, 투표를 독려하는 데에 성적 매력을 앞세운 점은 감점 대상이지, 투표 독려로 작용하기는 힘들었다.

 

이런 점은 김제동씨나 소녀시대 윤아 같은 유명 연예인의 투표 인증샷을 가장해 투표를 독려하려는 시도들이 트위터 이용자들의 검증에 의해 금방 탄로나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나타났다.


태그:#주민투표, #인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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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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