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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막이는 든든한 자바라로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그 앞엔 대형 차량으로 막았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현대차 직원을 세웠습니다. 그것도 두려운지 경찰을 세웠습니다. 현대차 지분 4% 가진 정몽구 회장은 비정규직 투쟁이 그렇게 두려운가요? 4중 구조로 방패막이를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 4중 구조로 된 현대차의 접근금지 방패막이. 문막이는 든든한 자바라로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그 앞엔 대형 차량으로 막았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현대차 직원을 세웠습니다. 그것도 두려운지 경찰을 세웠습니다. 현대차 지분 4% 가진 정몽구 회장은 비정규직 투쟁이 그렇게 두려운가요? 4중 구조로 방패막이를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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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22일 대법원에서 판결 하나가 났습니다. "현대자동차는 불법파견에 해당한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최병승은 이미 정규직으로 보아야 한다"고 대법원 판사가 그렇게 판결문 써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그 후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엄청 술렁거렸습니다. 3개월 만에 600여 명이던 노조 가입자가 2000여 명으로 늘었습니다.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졌습니다.

내 눈엔 '이 선 뒤로 침범하지 마시오. 현대차 개인 사유물이오'라고 보이네요.
▲ 질서유지선-이선을 넘지 마시오? 내 눈엔 '이 선 뒤로 침범하지 마시오. 현대차 개인 사유물이오'라고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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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쪽 대응도 만만찮았습니다. 농성자에 대한 무차별 폭력을 지켜 보면서 감시와 사찰을 지켜 보면서 수백억에 대한 손배가압류와 고소, 고발, 해고를 지켜보면서 현대차 쪽이 얼마나 강경대응 하고 있는지 알고도 남았습니다. 고생고생 해가며 원하청 노조와 현대차 쪽이 협상에 들어갔지만 조합비 유용건에 휘말려 중도 사퇴하고 말았습니다.

그 후 비정규직 노조는 비대위 체제를 가지고 어렵사리 움직이고 있습니다. 얼마전 장00 후보가 단독 출마하여 비정규직 노조가 정상화 되려나 싶었지만 결국 절반 찬성을 넘지 못해 비정규직 노조 정상화 까지는 아직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거 같습니다.

"현대자동차 노조 이경훈 지부장이 집회 도중 미리 지니고 갔던 손도끼로 자신의 새끼 손가락을 세 번 내리쳐 절단 냈습니다."

갑자기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고 무슨 일인가 싶었습니다. 알아 보니 8월 16일 18시 30분경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잔디밭에서 올 임단협 보고대회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거기서 이경훈 현대차 노조 지부장이 무대에 올라 이야기하던 중 "오늘 함께 가겠다고 조합원 여러분에게 단지(斷指)로 맹세하겠다"고 말하며 갑자기 미리 가지고 올라갔던 손도끼를 꺼내 3번 내리쳤고 왼쪽 새끼손가락 일부가 절단되었다는 것입니다.

현대차 직원은 대부분 어깨띠를 하고 있었습니다. 왜?
▲ 어깨띠 현대차 직원은 대부분 어깨띠를 하고 있었습니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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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 내용이 궁금하고 오늘 집회 풍경은 어떤지 알아보고 싶어서 가보게 되었습니다. 17시 일 마치고 현대자동차 정문 앞에 도착하니 집회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몇 달 전 와보았을 땐 130여 명 모이던데 오늘은 60여 명 모여 집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집회 내용은 "불법파견 정규직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저는 주변 상황을 살펴 보았습니다. 몇 개월 전 보았던 풍경과 다를바 없었습니다.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엔 대형 자바라가 설치되어 있었고 정문 앞엔 대형 버스가 세워져 있었고 경비실 주변으로 승합차 4대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정문 앞을 꽉 막아 놓았고 인도변으론 현대차 소속 간부와 직원,젊은 용역 경비가 2겹으로 줄지어 빼곡히 서있었습니다.

그 바로 앞엔 경찰이 경찰 저지선 줄을 줄줄이 잡고 서 있었습니다. 회사원 옷을 입은 사람들 뒤에는 회사쪽 노무관리팀 사람이 지시를 내리며 우릴 엿보고 있었습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앞은 그렇게 현대차 차량과 직원 그리고 경찰로 꽉 채워져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는 이번에도 길거리로 내몰려 있었습니다.

"현대차 직원들도 무슨 집회 하나요?"

인간 방패가 되어 서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어깨띠를 두르고 있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경찰에게 다가가 물어보니 "잘 모르겠습니다"라고만 대답했습니다. 현대차 직원들 어깨띠엔 '헬멧 착용은 나의 의무' '규정속도 준수 40km' 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안전운전 캠페인을 하는 것인지 비정규직 집회를 막기 위해 위장 궐기대회라도 하는 것인지 알수 없었습니다.

불법파견 임에도 정규직에서 유일하게 불법파견 투쟁마다 관심 가지는
현자노조 대의원은 박성락 씨 같네요. 몇 백 명이나 된다는 현자노조 집행간부와 대의원 다 어디 갔나요? 수요일 17시 퇴근날인데...
▲ 정규직 노조에서 유일하게 불법파견 임에도 정규직에서 유일하게 불법파견 투쟁마다 관심 가지는 현자노조 대의원은 박성락 씨 같네요. 몇 백 명이나 된다는 현자노조 집행간부와 대의원 다 어디 갔나요? 수요일 17시 퇴근날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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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들고 서 있던 줄에 쓰인 글을 보았습니다. '질서유지선' '이 선을 넘지 마시오' 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현대차 회사쪽 방해로 길거리로 내몰려 집회를 하고 있는데 경찰은 질서 유지선이란 줄을 치고서 우리 쪽으로 서 있었습니다. 경찰은 그렇게 저지선을 만들어 현대차 정문 쪽으로 가도 못하게 막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경찰 방송차에선 심심하면 이런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방송으로 계속 틀어대고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무단으로 도로를 점거하고 불법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차도를 무단 점거하고 불법집회를 계속하면 전원 연행하겠습니다. 불법집회를 중단하고 해산하시기 바랍니다."

참 희한한 상황이 집회 끝날 때까지 계속 되었습니다. 길 건너에선 사복 경찰이 2명 짝지어 서서 집회 상황을 어디론가 보고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비정규직은 어디로 가서 어떻게 집회를 해야 하는 것인지 그런 권리주장도 하지 말라는 것인지 참 이해 못할 풍경이었습니다.

"불법파견 철폐하고 정규직화 쟁취하자"

그는 노조활동 초보지만 이번 투쟁으로 해고까지 된 상태입니다. 하루 빨리 정규직화 되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 이웅화 비대위원장 그는 노조활동 초보지만 이번 투쟁으로 해고까지 된 상태입니다. 하루 빨리 정규직화 되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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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는 그렇게 마무리되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스스로 해산했습니다. 저는 이경훈 지부장이 왜 손가락을 절단냈는지 궁금해 비정규직 노동자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았으나 "모르겠다. 황당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날 집회는 현자노조 박성락 대의원 도움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분은 우리 비정규직 투쟁에 언제나 발벗고 나서는 고마운 분입니다. 그분이 공장 내에서 사용하던 방송시설을 가져와 도움을 주었습니다. 집회가 마무리되고 기계를 걷어가려 할 때 가까이 접근해 물어보았습니다.

"이경훈 지부장이 왜 손가락을 절단 냈을까요?"

그분도 "잘 모르겠다. 황당하다"는 대답을 하고 기계를 끌고 공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강제로 밀려난 도로 무단 점거 집회는 그렇게 마무리 되고 자진해산 했는데도 경찰과 현대차 직원은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제 눈에 다시 경찰이 들고 서있는 질서유지선 줄이 보였습니다. '이 선을 넘지 마시오' 란 글귀가 내 눈엔 이렇게 보였습니다.

"이 선 뒤로 침범하지 마시오. 현대자동차 개인 사유물이오." 

계속 불법집회라 하며 방송을 했습니다. 도로로 몰아 낸 건 현대차 회사쪽 아닌가요?
▲ 경찰 방송차량 계속 불법집회라 하며 방송을 했습니다. 도로로 몰아 낸 건 현대차 회사쪽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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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현자노조,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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