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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생각밖에 안 든다."
"주민투표한다고 예산에다 행정력 낭비 아니냐."
"부모가 잘 살든 가난하든 아이들은 편안하게 밥을 먹어야 한다."
"무상급식하니까 참 좋다."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바라보는 경남 합천군 주민들의 반응이다. 합천은 전국 군 단위 지역 가운데 처음으로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해 관심을 모았다. 농촌지역인데 초·중·고교에서 모두 급식을 실시해 언론의 조명을 받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안방' 경남 합천군은 초중고 100%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현하고 있다. 합천군 합천초교 점식식사 모습.
 한나라당의 '안방' 경남 합천군은 초중고 100%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현하고 있다. 합천군 합천초교 점식식사 모습.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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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군은 2009년 1학기부터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했다. 당시 심의조 합천군수는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합천군의회 역시 한나라당이 다수였다.

올해 합천군은 13억 원을 들여 유치원·초·중·고교생 4590명한테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유치원은 2009년부터 공립인 병설유치원만 지원해오다 올해부터는 합천읍에 있는 사립유치원(65명)도 급식비를 지원한다. 올해 초등학생 2072명, 중학생 1258명, 고등학생 1195명이 무상급식 혜택을 보고 있다.

한나라당이 '장악한' 합천... "무상급식 다 좋아한다"

합천군과 합천군의회에서 무상급식 예산 확보뿐만 아니라 심의할 때도 어려움이나 논란은 없었다. 공무원과 군의원들은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우선 배정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합천군청 담당자는 "합천과 서울을 비교한다는 게 무의미할 수 있다. 우리는 작은 군 단위이고, 서울은 인구도 많다. 합천이 전국 처음으로 전면 무상급식을 하면서 주목을 받았다"면서 "예산 확보에는 어려움이 없고, 심의 때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허홍구 합천군의원은 "합천은 다른 지역에 앞서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했다. 주민들의 인식은 상당히 좋고, 급식에 대한 불만은 없다"면서 "의원들도 다른 사업은 못하더라도 급식 예산은 충분히 배정해서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영양이 부족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안방' 경남 합천군은 초중고 100%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현하고 있다. 합천군 합천초교의 11일 급식실 주방 모습. 그날 아침 배송된 친환경 농산물을 직접 조리해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1등급 한우로 햄버거스테이크를 조리하는 모습.
 한나라당의 '안방' 경남 합천군은 초중고 100%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현하고 있다. 합천군 합천초교의 11일 급식실 주방 모습. 그날 아침 배송된 친환경 농산물을 직접 조리해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1등급 한우로 햄버거스테이크를 조리하는 모습.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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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는 "서울과 합천은 규모가 다르고, 정서적으로 차이가 있어 비교 대상은 아니라고 본다. 합천은 내륙에 있어 소득도 떨어진다. 학교급식에 있어서는 부자든 가난하든 빈부격차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우리가 어렸을 때 도시락을 싸갖고 갔는데, 부잣집 아이들은 쇠고기를 싸오고 가난한 집 아이들은 김치나 된장을 싸왔다. 그 때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급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영 합천군의원은 "합천은 서둘러 무상급식을 해서 안정됐다. 급식도 교육의 하나로 보면 무방하다. 예산은 다른 데 조금 줄이고 쓰면 된다. 전국적으로 무상급식이 정착되기를 바란다"면서 "서울시 주민투표는 너무 정치적인 논쟁으로 크게 붙어서 아쉽다. 주민투표할 힘을 다른 데 쓰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윤재호 전 합천군의원은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다수였지만 무상급식에 다 동의했다. 서울시가 주민투표를 한다고 하는데, 서울사람들은 똑똑하니까 그렇게(무상급식) 하지 않겠나. 합천 사람들은 무상급식을 다 좋아한다"고 말했다.

합천군청 소속인 제갈종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장은 "당시 심의조 전 군수는 교육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아이들을 다른 지역으로 진학시키는 사례가 많았는데, 그렇게 되면 우수한 인력이 유출되고 어른들도 따라가게 된다. 여러 가지 교육사업을 벌였는데, 전면 무상급식도 그 중에 하나였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주민투표한다고 해서 합천 사람들의 반응을 들어보니, '왜 그런 것을 하느냐'는 반응이더라. 오세훈 시장이 사퇴 카드를 내걸기도 했는데, 시장 목이 여러 개라도 되는 모양이다. 서울시민한테 걱정만 끼친다고 본다. 토론을 해서 마무리할 수 있는 사안인데, 무리하게 주민투표까지 해서 예산뿐 아니라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아무개(54)씨는 "합천은 아이들은 집이 잘 살고 못 살고를 떠나 같이 밥을 먹으니까 좋다. 경비 부담이 없어서 좋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한다"면서 "서울에서 급식을 놓고 주민투표하는 것은 급식을 정치적인 이슈로 끌고 가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배기남(합천)씨는 "전면 무상급식을 하니 아이들이 제일 좋아한다.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더 집중하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고 있으니 농민들도 좋아한다"면서 "서울에서 주민투표를 한다고 하는데 어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혜택을 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 우리의 아이들인데 당연히 해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 급식은 어렵더라도 해주어야 한다. 서울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태그:#합천군청, #주민투표, #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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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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