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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의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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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SUK_85 약 26분 전...오늘 우리조합원들이 또 연행됐다. 두 명은 다쳤단다. 공장에서 쫓겨나고, 용역들한테 두들겨 맞고, 경찰한테 수시로 연행되고.. 해고노동자는 거리에서마저 설 자리가 없다. 어제 대통령의 입으로 공정을 말하고 공생을 역설한 나라의 현실이다."

새벽 1시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캄캄한 어둠 속, 222일째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상경투쟁 중인 한진중조합원이 연행된 사실에 애가 끓었던 것이다. 이 나라 최초 여자용접공 김진숙. 2003년 두 동료가 정리해고에 항의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 죽음의 크레인에 홀로 오른 것은 다시 몰아친 해고의 광풍으로 171명이 일터에서 쫓겨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영실패를 노동자에게 전가시킨 악덕기업주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은 청문회에서 8년 전 죽은 노동자들도 모른다 하고 적자타령만 일삼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조남호는 결국 조선소를 문닫고 부동산이득을 챙길지도 모른다, 그것은 곧 노동자 대량학살을 의미하는 바, 김진숙은 그 무쇠덩이에 내건 생명줄을 결코 거둘 수 없는 것이다.

'3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경찰에 막혀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지 못한 가운데, 7월 31일 새벽 부산 영도구 청학성당 인근 도로에서 참가자들이 한진중공업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등을 요구하며 하늘로 풍등을 띄우고 있다.
 '3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경찰에 막혀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지 못한 가운데, 7월 31일 새벽 부산 영도구 청학성당 인근 도로에서 참가자들이 한진중공업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등을 요구하며 하늘로 풍등을 띄우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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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인이 김진숙이 스스로 걸어 잠그고 오른 크레인을 치어다보았다. 다시 박창수 김주익 곽재규처럼 그를 잃을 수는 없다고 저 죽음의 문을 열고 김진숙을 구출해내는 방법으로 시인은 절망이 아닌 희망의 행군을 생각해내었다. 그 희망의 버스가 그처럼 장렬한 길군악으로 나아가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그러나 그것은 벌써 세 번째 연장운행은 물론 희망자전거, 희망열차, 희망비행기, 희망날개가 되어 전국 각지에서 85호 크레인을 향해 몰려들었다. "김진숙을 살려내자", "해고는 살인이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미국의 지성 촘스키교수의 전적인 지지발언, 알자지라, CNN, 르몽드지, BBC방송 등 전 세계 언론의 대대적인 관심과 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 나라 언론은 침묵으로 일관했고, 이 정부는 조남호의 그것인 듯 수 만 명 경찰병력으로 벽을 쌓고 폭력을 휘둘렀다.

그러나 85호 크레인으로 떠난 장엄하면서도 신나는 희망휴가행렬에게는 그런 무력도 무용지물, 희망휴가를 나온 사람들은 앞길이 막히면 크레인의 소금꽃나무를 향한 마음을 풍등으로 띄워올렸고 밤이 새도록 잔치를 벌이며 아름다운 진정을 나누었으며, 희망휴가가 끝난 뒤에도 안타까운 마음들과 발길들은 크레인 나무로 늦은 휴가를 재촉하고 있다.

"저희 왔어요. 매미도 울고 귀뚜라미도 울고 고양이도 우는 밤, 울지 말고, 잘자요, 당신~"

한진중 불꽃은 무엇보다 홀로 타오르지 않는 데 그 힘이 있다. 85호 크레인을 정점으로 유성, 쌍용, 전북고속, 강정마을 등 산지사방의 짓밟힌 사연들은 깨알같이 트위터에 오르고 곧바로 이어지는 분노의 리트윗과 지지, 지원의 손길 발길들.

희망버스식 연대의 무한알티는 그처럼 자동분사형으로 삽시간에 퍼져나가고, 이제 그것은 4차 희망버스로 가는 길목 곳곳에 토론마당, 우둥불을 열고 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의 사회적 공론화, 언제든 내 발등의 불일 수 있는 문제의 보편성을 인식하고 공동대처의 지혜를 모으는 것, 공권력에 막히면 서울 시내, 전국 도처,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우둥불마당으로 자발적인 예지와 힘은 집중되고 그렇게 기운생동하게 희망노선을 찾아가는 것이다.

정리해고가 철회되지 않으면 김진숙은 결코 제 발로 내려오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희망버스도 계속 연장운행될 것이다. 그러나 고공농성 225일차, 하루라도 빨리 그를 살려내야 하지 않겠나. 조남호와 정부는 기만행각 중지하고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일하게 하라! 더 이상 산사람을 죽이지 말란 말이다!

'희망승차권'을 구입해주세요
'희망승차권'을 구입해주세요. 다른 세상으로, 거침없이 깔깔깔!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해 4차 희망의 버스가 달려갑니다. 전국에서 달려올 소금꽃들이 서울에서 1박 2일의 즐거운 투쟁을 하기 위한 비용을 수도권 참가자들의 힘으로 마련합시다. 1만 원의 희망승차권을 구입해 주세요. 20일 희망시국대회, 27일 4차 희망의 버스 현장에서 손수건을 나눠드립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까페(http://cafe.daum.net/happylaborworld)에 신청하시면 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백원담 성공회대교수(중국학)입니다



태그:#4차 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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