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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차가 없기 때문에 쉼없이 섞어야 한다.
▲ 시멘트 섞는 모습 (가운데가 필자) 충전차가 없기 때문에 쉼없이 섞어야 한다.
ⓒ 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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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서 2시간의 비행과 12시간의 침대 기차여행을 마치고 현장에 도착한 우리는 곧 작업복을 갈아입고 해비타트 건축 봉사에 임하기로 했다. 건설현장에서는 해비타트 몽골 건축가 뭉크와 에리카 아저씨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통역사 세리님의 도움으로 번역을 들으면서 일을 시작했다.

우리들의 일은 큰 집을 짓는 게 아니라 두세 명이 살 수 있는 원룸 식의 집을 짓는 일이었다. 건축가 아저씨들은 건축 디자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집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작업을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가 오기 전에 왔었던 봉사자들이 지은 집들이 널리 퍼져있었다. 처음 도착하자마자 했던 일은 간단했다. 벽돌 옮기기와 시멘트 섞기. 말만 들으면 아주 쉬울 것 같은 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한국에서의 벽돌처럼 조그마한 벽돌이 아니라 25kg이나 되는 육중한 벽돌을 날라야 했고 충전차가 기계적으로 시멘트를 섞는 것이 아니라 시멘트 가루를 옮기고 물 붓고 흙을 넣어 열심히 섞어야 했다. 또 가만히 두면 굳어버려서 꾸준히 섞어줘야 했기 때문에 허리, 팔, 다리가 남아날 일이 없었다. 집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시멘트를 섞어서 붓는 것만 해도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요령도 없고 너무 힘들어서 진행이 안 됐는데 며칠이 지나자 다들 요령이 생겨서 시멘트를 한 번 섞을 시간에 세네 번은 더 섞을 수 있게 됐다. 이번 해비타트를 통해 나는 솔직히 건축에 대해서 배웠다기보다는 건축현장이란 얼마나 고단하고 힘든 곳인지를 알게 됐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건물이 잘 지어지지 않아 다시 부수고 지어야 되는 너무도 안타까운 상황까지도 왔다.

친구와 나는 25킬로그램의 벽돌을 수도 없이 날라야 했다.
▲ 벽돌나르기 친구와 나는 25킬로그램의 벽돌을 수도 없이 날라야 했다.
ⓒ 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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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을 만들기 위해 현장의 아저씨와 틀 속에 시멘트를 부었다.
▲ 틀에 시멘트를 붓는 모습 벽돌을 만들기 위해 현장의 아저씨와 틀 속에 시멘트를 부었다.
ⓒ 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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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간 지은 집 세 채... 완성될 때마다 벅차오르는 가슴

열흘간 우리는 집 세 채를 지었는데 기초공사가 거의 끝날 무렵이 되자 벽돌 쌓는 것은 요령이 생긴 우리에게 아무 일도 아니었다. 30분 만에 25kg 벽돌 200개를 옮기는 걸 생각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랑 다른 네 명의 팀원이 그것을 해냈다. 건축현장에서 일하는 아저씨들과 싱크로나이즈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주일이 지난 후에는 나무 지붕 만들기와 페인트칠하기도 했었다. 친구들은 벽돌 옮기는 일보다는 지붕 만들기와 페인트칠하기가 쉬웠든지 어느새 모두 그쪽으로 이동했다. 힘이 세거나 눈치 없는 팀원들은 계속 벽돌을 날랐고 나도 그 중 하나였다. 처음에는 그 집들을 완성시킬 수 있을 지 걱정했었는데 역시 그 집들을 완성시키는 것은 무리였다.

둘이서 겨우 들 정도로 나무가 무거웠다 (왼쪽이 필자)
▲ 나무를 나르는 모습 둘이서 겨우 들 정도로 나무가 무거웠다 (왼쪽이 필자)
ⓒ 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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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으로 쓸 나무에 못질하는 모습
▲ 나무에 못질하기 지붕으로 쓸 나무에 못질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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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안 일이지만  원래 한 팀이 다 끝내지 않고 첫 팀은 벽돌쌓기 까지만 한다고 했다. 우리는 한 집의 지붕까지 지었으니 엄청난 성과가 아닐 수 없었다.

친구들과 협력하여 시멘트를 바르고 있다.
▲ 사다리를 타고 시멘트를 바르는 모습 친구들과 협력하여 시멘트를 바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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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 하나를 나르고 두 개를 나르고 열 개를 나르고 개수가 백 개를 넘기고 시간이 지나자 몸은 녹초가 되었고 선선히 바람이 부는 날씨에도 우리들의 몸은 땀으로 완전히 흠뻑 젖었다. 어깨는 쑤시고 허리에는 통증이 밀려왔지만 장난감이 아닌 진짜 집 모형이 만들어졌을 때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하나하나 벽돌을 쌓아올리듯 내 삶도 이렇게 하나 하나 완성되어 가는 기쁜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길게 줄을 서서 작은돌을 전달 전달하는 모습
▲ 작은 돌 나르는 모습 길게 줄을 서서 작은돌을 전달 전달하는 모습
ⓒ 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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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쪽에 보이는 집들의 기초공사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 집짓기를 마치고 뒤쪽에 보이는 집들의 기초공사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 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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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현장 마지막 날에는 뭉크와 에리카 그리고 같이 일해주신 집주인 가족들과 같이 몽골 현지 한국 음식점 아리랑에서 시킨 육개장, 설렁탕, 그리고 제육볶음을 먹었다. 일한 후에 먹는 음식들은 말로 표현할 것 없이 맛있었고 그동안 친해진 현지인들과 같이 먹으니 더 꿀맛이었다. 열심히 땀 흘린 대가로 얻은 나의 입맛도 내게는 소중한 경험이었고 건축이라는 것이 그럴듯한 디자인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기초공사부터 차근차근 땀과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너무도 절실히 깨닫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격한 노동을 마치고 먹는 식사는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 몽골의 식당에서 격한 노동을 마치고 먹는 식사는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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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을 쌓고 시멘트를 섞어 벽을 만들고 나무를 못으로 박아 지붕을 만들고 내부를 장식하고 이런 일들이 내게는 그냥 쉽게 이루어지는, 어른들이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일 줄 알았지만 실제로 건설현장에 와 보니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세상에 아무것도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없는것 같다. 우리의 노력과 땀이 결실이 되어 누군가에게 기쁨과 희망이 될 수 있다면 나는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덧붙이는 글 | 지난 7월 25일부터 8월 7일까지 한국 해비타트 고등학생 봉사단으로 몽골에 다녀온 이야기를 정돈해보았습니다.



태그:#몽골해비타트, #집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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