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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가 최근 한 축제행사에 거액의 시 예산을 지원는 과정에서 당초 시의회가 불필요하다며 삭감해 버리자 타항목에서 전용하면서까지 지원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경주시의회는 집행부측이 시의회 예산 심의 권한을 완전 무시하고 무력화 한 조치라며 크게 반발했으며 일부 시의원들은 관련법규 위반 의혹까지 제기했다.

 

19일 경주시와 시의회등에 따르면 경주시는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경주첨성대 일원에서 열린 '2011 견우직녀 축제' 주최단체(경주문화연구원)에 경주시 예산 5000만 원을 지원했다.

 

이 행사는 견우직녀 전설이 깃든 칠월칠석을 맞아 사랑의 언약식 체험, 왕관 만들기, 사랑의 별자리 찾기 등 체험 행사, 전세계 사랑의 명대사 소개, 견우직녀 공연 등의 프로그램등을 마련해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것.

 

경주시는 지난해 12월, 2011년 당초 예산안 편성때 시비 5000만 원을 책정해 시의회의 승인을 요청했지만 시의회에서는 유사한 축제 행사가 과다하게 많다는 이유 등으로 이를 전액 삭감했다.

 

이처럼 예산이 확보되지도 않았지만 경주시는 올해 행사에 5000만 원을 지원했으며, '방콕엑스포 공무국외여비'라는 예산항목에서 전용해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이 확인되자 경주시의원들은 공개간담회에서 경주시를 강력하게 성토하면서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19일 오전 11시부터 열린 경주시의회 전체의원 간담회에서 이종근 의원(한나라당. 사선거구)은 "시의회가 삭감한 예산을 버젓이 지원한 경주시의 행태는 시의회의 존재의미를 부정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서호대 의원(한나라당.나선거구)은 "이렇게까지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경주시가 얻는 것은 과연 무엇이냐"면서 "집행부가 이렇게까지 하기 때문에 시민들 사이에서는 '허수아비 의회'라는 비난까지 제기되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경동 의원(무소속.가선거구)은 관련법규 위반의혹을 제기했다.

 

이의원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방의회가 예산을 삭감한 사업은 추진이 불가능 하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신설된 사업의 경우 전용을 못하게 하고 있다"면서 "경주시가 예산을 전용해 지급한 것은 예산 관련 법규 위반의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3월 발간한 '지방예산 질의회신집'이라는 정책자료집에 따르면 이의원의 주장은 상당부분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료집에서는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법 제39조의 규정에 의거 당해 자치단체의 예산의 심의, 확정권을 가지므로 예산이 수반되는 특정사업에 대하여 지방의회에서 예산을 삭감하였다면 동사업 추진은 불가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적시하고 있으며, '당초에 존재 하지 않은 목적에 예산을 편성하기 위하여 세부사업을 신설하는 것은 예산전용의 유연성을 초과한다'고 밝히고 있다.

 

시의원들의 반발과 문제제기에 대해 경주시는 이례적으로 공개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며 진화에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김기열 경주시 문화관광국장은 "8월까지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을 한번도 편성하지 못해 부득이 예산을 먼저 집행했다"면서 "절차상 무리하게 추진했고,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련법규 위반의혹에 대해서는 "2011년도 회계연도가 아직 진행중이고, 향후 추가경정예산안 편성때 확보될 것을 전제로 하고 전용했기 때문에 법규 위반은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해명에 대해 김일헌시의회 의장이 "집행부의 행태는 시의회의 예산심의, 확정권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고 말하는 등 시의원들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자 최양식 경주시장까지 발언에 나서며 진화에 나섰다.

 

최시장은 "시의회가 삭감한 예산을 전용이라는 방법으로 시행한 것을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시의회의 예산 심의 기능을 손상 시킨것,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이런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최시장의 발언을 끝으로 시의회의 반발은 외견상 일단락 됐다.

그러나 일부 시의원들은 "향후 예산안 심의 때는 더욱 엄격하게 심사하는 방법으로 집행부의 시의회 경시풍조를 바로 잡겠다"고 말하는 등 집행부와 시의회 앙금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경주시 자료에 따르면 1억 원이 집행된 올해 견우직녀 축제는 경주시에서 5000만 원,경북도에서 3000만 원을 지원했다. 행사주최 측은 2000만 원을 부담한 것으로 보고돼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인터넷신문 경주포커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경주, #경주시의회, #예산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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