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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7일 노경 친선 축구대회를 마친 뒤 노조 간부들과 악수를 나누는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앞줄 오른쪽)
 지난 5월 27일 노경 친선 축구대회를 마친 뒤 노조 간부들과 악수를 나누는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앞줄 오른쪽)
ⓒ 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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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한 퇴직 연구원이 구본준 CEO(대표이사)에게 남긴 편지가 화제다. LG전자 CTO(최고기술책임자) 소속 선임연구원으로 5년동안 일하다 지난 4월 퇴사한 최아무개씨는 지난 16일 자신의 블로그에 퇴사 당시 구본준 대표에게 보낸 편지를 뒤늦게 공개했다. 

'LG전자를 떠나며 CEO에게 남긴 글'이란 제목의 글에서 "LG전자가 바뀌었으면 하는 부분을 2가지 관점에서 말씀 드리겠다"면서 운을 뗀 최씨는 '이노베이션(혁신)'과 '조직 문화' 문제를 들었다.

최씨는 "연구원으로서 제가 느낀 바로는, 이노베이션을 하는 회사가 아니라, 이노베이션을 하겠다고 '주장'만 하는 회사처럼 보인다"면서 "지금 우리 회사의 연구 환경은 우리 연구원들이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이 아닌 것 같다, 아이디어가 구현될 지도 확실치 않은데, 프로젝트 초기부터 ROI(투자 이익률)를 계산하는 것은 뭔가 맞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아이디어를 얻는 데에 인터넷만큼 좋은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보안이라는 이유로 접근이 막힌 사이트들이 의외로 많다"면서 내부 통신망에서 KT의 클라우드(cloud) 차단을 거론했다. 최씨는 "아이디어 조사 차원으로, 기술에 대한 궁금증으로 인터넷에서 검색하다가 이렇게 접근조차 막히면, 대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다"면서 "LG전자가 앞으로 크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제품을 만들 기회를, 그동안 이런 이유로 놓치지 않았다고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조직문화 관련해선 자유로운 토론 문화 부재를 지적했다. "'톱 매니지먼트t(CEO/CTO)나 연구소장의 코멘트가 있었다'라고 이야기 되면, 그 진위 여부나 이유에 대해서는 논의가 없고 바로 그 코멘트에 맞게 의사 결정이 난다"거나 "경쟁사, 특히 삼성이 어떻게 한다더라 하면 이 역시 비판적인 토론 없이 의사 결정이 많이 나버린다"고 꼬집었다.

또 주인의식을 강조하는 회사에서 지각을 체크하고 조직별 통계 보고까지 하는 것을 보고 "연구원들을 주인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철부지 중고생으로 대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저는 LG전자를 사랑한다"면서 "젊은 시절 제가 열심히 일한 회사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해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면서 끝을 맺었다.

LG전자 선임연구원 출신인 최아무개씨는 지난 16일 자신의 블로그에 지난 4월 퇴사를 앞두고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LG전자 선임연구원 출신인 최아무개씨는 지난 16일 자신의 블로그에 지난 4월 퇴사를 앞두고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전·현직 LG 임직원들 "공감"... "다른 대기업도 마찬가지"

이 글에는 LG전자 전·현직 직원들이 공감한다며 댓글을 활발하게 올리고 있다. 

자신도 지난 6월 LG전자를 퇴사했다고 밝힌 아이디 'illk'는 "저와 생각이 비슷하다"면서 "HE 해외마케팅그룹에서 5년간 근무를 했는데 거기는 매달 숫자에 너무 목숨을 걸어 정작 장기적인 방안을 짜는데 한계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2007년 회사를 떠났다는 'James'는 "소통 부재는 110% 인정"한다면서 "소통의 부재, 1등 의식 결여, 돌려먹기식 보너스 잔치, 쇼 참관 출장도 돌려 먹기식…"이라며 "LG전자 조직문화, 외부에서 그룹장 인사들의 낙하산으로 직원들 의욕상실 등 문제 많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역시 2007년 LG전자를 떠났다는 '뽀꼬'는 "계획없이 윗사람이 던지는 말 몇 마디에 흔들리는 프로젝트 진행 과정, 당연한 듯한 야근, 철야, 주말 근무… 거기다 주말에 근무자가 많은지 확인을 위해 사무실을 순시하시는 임원까지"라며 "주인의식을 가져라, 혁신을 하자, 백날 떠들어봐야 소용 없다, 위에서 바뀌지 않으면…"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LG전자가 해외 연구개발 인력 영입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경험 상 우리나라 기업은 해외 인재 활용 못한다"면서 "모시기만 하고 일을 못 시키거나, 이런 저런 시도를 통해 결과가 나오는 과정을 한국 회사가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LG전자에 재직 중인 임직원이라고 밝힌 'Eily'는 자신도 오래 있지는 못할 것 같다면서 "화장지 두 장을 썼다고 뭐라 하고 슬리퍼 소리가 자기 신경에 거슬렸다고 못 신게 하는 직원을 '하인' 정도로 취급하는 회사에 질려간다"면서 "외부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내부 고객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인화원(LG 창업자의 호를 딴 인재교육원)'에서의 가르침을 윗사람들은 받지 못했나 본다"고 꼬집었다.

대기업 연구소에 15년째에 근무한다고 밝힌 'P J - Kyung'은 "위와 같은 문제가 LG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어느 조직에서나 볼 수 있는, 우리의 기업 문화라는 게 더 큰 문제"라면서 "구글 같은 기업이 생겨나기 힘든 우리의 문제"라고 자조했다.

반면 '바람의 점심'은 "LG나 삼성은 구글 같은 IT회사 아니라 제조업"이라면서 "LG나 삼성의 조직문화도 분명히 문제가 있지만 명확한 것은 구글이나 카카오의 조직 문화를 받아들이면 두 회사는 망한다"고 반론을 펴기도 했다.

최씨가 올린 편지가 화제가 되자 LG전자 홍보팀 관계자는 "최씨가 LG전자에 근무하다 지난 4월 퇴사한 건 맞다"면서도 "최씨가 보낸 이메일은 CEO에게 전달됐고 HR(인재개발) 관계자가 최씨와 면담까지 한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사내 KT 유클라우드 차단에 대해선 "내부 정보 유출 등 보안 문제로 웹하드처럼 인터넷에 정보를 올릴 수 있는 사이트는 차단하는 게 원칙"이라면서 "연구 등 업무상 이유라면 정보보안팀에 얘기해 풀 수 있는 예외 규정도 있다"고 밝혔다.


태그:#LG전자, #구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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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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