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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밴드>에 출연 중인 브로큰 발렌타인
 <탑밴드>에 출연 중인 브로큰 발렌타인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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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난무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중에서 일명 '애국가 시청률'을 가진 프로가 있다. 바로 매주 토요일에 방송되는 <탑밴드>(KBS 2 매주 토요일 밤 10시 10분). 하지만 낮은 시청률에도 불과하고 이 프로는 '시즌2 제작 요청'까지 받는 등 시청자들의 사랑 또한 받 고 있다.

이 프로에 무슨 차이점이 있는 것인지 조심히 들여다보면 다른 프로와는 조금 다른 매력이 보인다. 바로 대한민국 록음악에 있어서 대중적 인지도와 내공을 모두 인정받은 심사위원 및 코치(송홍섭, 신대철, 남궁연 등)와 오랜기간 프로정신을 가지고 인디문화 외길을 걸어온 도전자(브로큰 발렌타인, 게이트플라워즈, 톡식, 포 등)들이 프로그램에 함께하고, 더불어 서로 '까기' 보다는 함께 밴드문화를 알리고자 고군분투하는 진정성이 프로그램 안에 있는 것이다. 이런 그들의 열정적이고 치열한 삶과 무대가 무더운 열기 가득한 여름밤 쉽게 잠들지 못하는 젊은 피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 아닐까.

개중에서도 '2008 야마하 아시안비트 코리아 파이널 대상', '그랜드 파이널 대상', '작곡상 수상'등 권위있는 세계대회 상을 휩쓸고 10여 년의 긴 역사 동안 앨범 발매 등의 활동을 해와 과연 이들이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와서 평가를 받아도 되나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하는 이들이 있다. <탑밴드>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브로큰 발렌타인 (성환, 반, 변G, 안수, 쿠파)'. 그들의 홈페이지에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동안 서바이벌 프로그램 참여를 두고 고심한 듯, 홈페이지에 올라온 리더(성환)의 편지가 눈길을 끈다. 1억 원이라는 상금, 밴드 오디션보다도 더 간절한 바람이 있기에 프로그램에 합류한다는 그들의 '간절한 바람'은 과연 무엇일지 궁금해 그들을 찾아 인터뷰를 해보기로 했다.

선뜻 다가서기 힘든 거창한 이력과는 어울리지 않게 반가운 목소리로 합주실에서 인터뷰 시간을 내준 그들을 만나러 가는 길,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질문을 잔뜩 챙겨 가지고 갔다. 하지만 만났을 때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란 예상과는 다르게 그들은 바늘 하나 꽂지 못할 정도로 촘촘하게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고 합주시간 내내 그들의 기세에 눌려 그냥 구석에 앉아서 관찰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 대회 상 받고, 공연도 수백회 했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

합주를 하는 브로큰 발렌타인
 합주를 하는 브로큰 발렌타인
ⓒ 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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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주연습이 끝나고 시간당 1만 2000원하는 연습실을 나오는데 멤버들이 지갑을 꺼내서 끝자리 몇백원까지도 정확하게 나누는 모습이 의아해 인터뷰는 돈 문제부터 시작되게 되었다.

- 세계대회에서 상금도 만만치 않게 탔고, 누구는 외국계 대기업에 다니다가 관두었고, 멤버 중 대부분이 기숙형 사립명문고 동문 출신인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럼 소위 좀 '있는 사람들' 아닌가? 
"상금으로 탄 돈들은 음악에 대한 투자로 다 썼다. 연습이나 사소한 음료수 하나에는 그 돈을 꺼내 사용하지 않는다. 돈이 없다. 하지만 돈이 없다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인간적인 구질구질함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인디밴드들을 가난하고 굶주린 사람들의 집합소로 보는 대중들의 시선에 지쳤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그런 연민의 시선보다는 우리 음악에 대한 애정어린 관심이다."

- 애정어린 관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당신들의 이력을 보나 심사위원들의 평을 보나 이 대회에 나오기에는 너무 프로 냄새가 난다. 이미 입지가 제대로 굳혀진 밴드 같은데  어떠한 계기로 <탑밴드> 출연을 결정하게 되었는가?
"대중의 관심에 대한 굶주림이 첫 번째 이유다. 우리도 야마하 아시안비트 대상을 탔을 때 '이만하면 됐다. 한국에서 제대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정공법은 다 해보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자체 기획사(BV 엔터테인먼트)을 만들어서 대형 유통사와 접촉해 앨범 제작 및 자체 홍보를 했고 라이브 공연은 400여 회 정도를 해왔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 때 <탑밴드>를 만나게 됐고 이를 통해 대중들에게 그동안 브로큰 발렌타인의 방법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의 이런 간절함이 단 한 분의 마음이라도 움직일 수 있기를 바랐다. 애초에 '음악'은 평가하고 순위를 매길 수 없다는 것과 정말 훌륭한 밴드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정말 잘 알고 있었기에 사실 첫 예선 때부터 지금까지 매 순간 마지막 무대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우승 후보로 거론되지만, 우리도 떨어진 적 무수히 많다"

브로큰 발렌타인 단체사진
 브로큰 발렌타인 단체사진
ⓒ 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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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우승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도 떨어진 적이 셀 수 없이 많다. 예를 들면 '쌈지사운드페스티벌' 숨은 고수 오디션과 <EBS 스페이스 공감> 헬로루키에서는 예선에서 탈락한 적도 있다.

참고로 야마하 대회에서 우리가 수상한 후 2010년에 준우승 한 친구들은 <탑밴드> 예선에서도 떨어졌다. 우리는 단지 이번 <탑밴드>를 통해 대중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한다. 아마 많은 밴드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분들도 우리처럼 참가할 때 경쟁하러 오신 것이라기보다는 대한민국 인디 밴드를 대표하는 심경으로 나오셨을 것이다. 그래서 방송에서 각 팀마다 오랫동안 쌓아온 음악적, 인간적 조우를 볼 수 있을 것이고 서로 '누구를 누르고 내가 올라가야 성공을 한다'는 이런 마음도 없다. 단지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무대에 오른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고 가슴벅찰 뿐이다."

- 흔히들 '비전이 없다'고 하는 음악에 왜 그리 매달리는가?
"본능적으로! 우리 코치님이신 노브레인 형들과 다음 경합 선곡하고 식사하는 자리에서 우리가 조금 더 힘들면 우리 뒤에 오는 친구들이 더 수월할 수 있기에 조금 더 열심히 치열하게 하자고 얘기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음악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투지를 가지고 계속 걸어나간다면 우리에게 음악이 그다지 비전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큰 고비가 될지도 모를 산들을 항상 그래 왔듯이 보기 좋게 넘어가 볼 생각이다."

- 당신들의 꿈은 무엇인가?
"록스타!(웃음) 꿈이니까. 우리 나이 70이 넘어서도 같이 밴드로 음악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록밴드인 AC/DC의 최근 라이브 영상이나 롤링스톤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샤인 어 라이트'를 보면 정말 부럽고 멋지더라. 전 세계에서도 우리 음악을 알 수 있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록스타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좋아하고 항상 듣는 크리드(CREED), 얼터 브릿지(ALTER BRIDGE), 니켈백(NICKEL BACK), 린킨파크(LINKIN PARK) 같은 외국 유명한 록스타 뮤지션들처럼. 그러려면 록 음악이 좀 더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관심을 받아야 하는데 꼭 그럴 날이 오리라 믿는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앞으로의 길과 다를 바 없이 멤버들과 노래 만들고 녹음하고 공연하고 즐겁고 그리고 열정적일 것이라 강단있게 말하는 그들의 눈빛에서 순수함을 보았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세워놓은, <탑밴드>에서의 열정적인 무대와 정규앨범 발매 공연 등 구체적인 계획을 들으며 애청자들이 그렇게 <탑밴드> 시즌2 제작 요청을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알게 됐다.

6월 4일 첫 방송을 시작한 탑밴드에서는 약 661개 팀(2725명)이 참가하여 1차 예심을 걸쳐 200여 개 팀이 선정, 최종예심을 통해 24개 팀이 본선 무대에 오른 뒤 각 조별 경연과 패자 부활전을 통해 현재 16강에 오를 16개 팀이 확정되었다. 이번주 20일 토요일 방송에는 16강에 오른 '고수'들의 축하공연과 16강 대진표가 공개 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8월 3일, 15일 두 번에 걸쳐 했습니다.



태그:#브로큰발렌타인, #성환,반, #안수,, #변G,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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