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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충남 홍성군 용봉산 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이하 노조) 총회장. 윤영호 노조 공동비대위원장이 조합원 200여 명을 앞에 두고 "박수로 조정사항 내용을 결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윽고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지난 5월 24일 경찰에 의해 공장에서 강제로 끌려나온 후, 86일 만에 조합원들의 회사 복귀를 확정짓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홀가분한 마음과 부담감이 교차한 탓이다. 많은 사회적 관심을 얻어내고 오랜 농성을 통해 회사로 복귀해 기쁨이 크지만, 이들 앞에 놓인 부담감도 만만치 않다.

 

조합원들은 회사 복귀 후 더 나빠진 여건 속에서 다시 싸워야 한다. 노조가 파업을 벌인 이유인 주간연속 2교대 시행과 야간노동 철폐에 대해 회사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또한 새로 생긴 복수노조도 부담이다. 한 조합원은 "총회장의 많은 동료들이 박수를 치면서도 씁쓸한 웃음을 내보였다"고 말했다.

 

노조 "회사 복귀는 승리한 것"... 하지만 해결 과제는 산더미

 

16일 오후 7시께 유성기업 노사는 아직 복귀하지 않은 조합원 240여 명을 31일까지 회사로 복귀시킨다는 내용을 담은 법원의 조정사항을 받아들였다. 앞서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직장폐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이후, 심리·조정과정에서 노사는 한발씩 양보했고, 이날 그 결실을 맺은 것이다.

 

회사는 5월 18일 노조의 파업에 대응해 직장폐쇄를 한 이후, 6월 14일 노조의 복귀 선언에도 직장폐쇄를 풀지 않은 바 있다. 이정훈 공동비대위원장은 "그동안 노조 파업을 불법이라고 주장했던 회사는 법원이 노조의 직장폐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큰 타격을 받기 때문에, 조정사항을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52년 동안 노사가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 법원의 중재를 받아들여야 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면서도 "그렇지만 조합원들이 노조활동에 대한 제약 없이 회사로 복귀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많은 국민들이 야간노동철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노조의 승리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정사항은 노조 총회에서 공개적인 반대 의견 없이 통과됐지만, 서약서 작성 조항에 대한 불만은 컸다. 노조는 조합원으로부터 '앞으로 불법행위를 하지 않겠다', '기존 복귀자 및 관리직과의 화합을 위해서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아 회사에 제출하기로 했다. 향후 회사가 서약서를 이용해 조합원들을 압박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합원의 회사 복귀를 제외한 나머지 문제 해결은 노조의 향후 과제로 남았다. 주간연속 2교대 시행과 야간노동 철폐는 회사의 반대로 당장 실현되기 힘들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징계위에 회부된 121명의 징계 여부, 구속되거나 수배된 6명의 신변 문제, 부상자의 치료비 문제, 전환배치 문제 역시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고 밝혔다.

 

복수노조 또한 노조에 큰 부담이다. 현재 160여 명의 조합원이 회사 영향 아래에 있는 복수노조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훈 위원장은 "회사는 조합원들에게 복수노조 가입 압력을 가하는 등 향후에도 노조 탄압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합원 얼굴에는 기쁨과 부담감 교차... "사회적 관심이 큰 힘"

 

총회장에서 만난 조합원들은 기쁨과 부담감을 동시에 느꼈다. 조남진(가명, 38)씨는 "회사 복귀 소식을 듣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3개월 동안 비닐하우스에서 농성을 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 결국 회사로 복귀했다"며 "월급을 가져다주지 못한 상황에서 생계를 책임진 아내가 큰 힘이 됐다, 아내도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고성수(37)씨는 "승리의 기쁨을 느껴야 하지만 허탈감과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며 "파업 이전과 비교해서 악화된 상황에서 조합원들이 다시 투쟁을 해야 한다는 데에 대한 심적 부담이 있다, 구속되거나 수배당한 사람들의 문제가 긍정적으로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간연속 2교대 시행과 야간노동 철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매우 높았다, 노동자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에서 공감을 하며 연대를 해줬기 때문에 노조가 계속 싸울 수 있었고 결국 회사로 복귀하게 됐다"며 "앞으로 조합원들은 지치지 않고 계속 싸우겠다,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태그:#유성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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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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