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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주년 광복절 행사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제66주년 광복절 행사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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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 발전(Ecosystemic development)'

이명박 대통령의 66주년 광복절 경축사에 등장한 낯선 신조어다. 이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임기말 국정운영의 새 방향으로 '공생 발전'을 제시했다.

함께 표기한 영어 단어를 번역하자면 '생태계형 발전' 정도가 되겠지만 청와대는 '공생'이라는 표현을 썼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공생'이라는 표현을 선택했다고 한다.

공생 발전에는 황소개구리와 같은 '폭군'의 존재가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듯 대기업만 커지고 성장의 과실을 특정 계층이 독점하면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담겼다.

이 대통령이 공생발전의 핵심 과제로 격차를 확대하는 발전이 아니라 줄이는 발전, 고용 없는 성장이 아니라 일자리가 늘어나는 성장, 서로가 서로를  보살피는 따뜻한 사회, 생애 주기 전체에 걸쳐 자신의 행복을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는 사회 등을 제시한 것은 이 같은 인식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비록 표현은 낯설지만 공생 발전에 들어있는 개념은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 친서민, 공정 사회 등 그동안 꾸준히 제기해왔던 화두들이 모두 망라돼 있어 사실 새로울 것이 없다. 2008년 녹생성장, 2009년 '친서민 중도실용', 2010년 '공정 사회' 등 역대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시했던 국정철학을 종합한 최종 버전인 셈이다.

녹색·친서민·공정 모두 합친 '공생 발전'... 실천 방법은 없어

이 대통령은 이날 '공생 발전'을 언급하면서 "기존의 시장경제가 새로운 단계로 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탐욕 경영에서 윤리 경영으로, 자본의 자유에서 자본의 책임으로, 부익부 빈익빈에서 상생 번영으로 진화하는 시장경제 모델이 요구되고 있다"며 "파멸적 위기를 피할 수 있는 지속적 성장과 격차를 줄이는 포용적 성장이 세계가 가야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우리가 추구해야할 자본주의 모델을 냉혹한 경쟁의 원리만이 통용됐던 신자유주의에서 이른바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공생 발전을 실현할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단순히 대기업 역할만을 강조하면서 "공생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전략이 동반 성장"이라며 "대기업이 기업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책임, 일자리를 더 적극적으로 만드는 책임 등을 적극적으로 수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66주년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새로운 국정키워드로 '공생발전'을 제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66주년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새로운 국정키워드로 '공생발전'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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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정부 차원에서 추진할 대책으로는 차별 시정을 골자로한 비정규직 대책 마련, 골목상권 보호 대책 마련,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한 소형 임대주택 공급의 장기적 증가 등이 전부였다.

게다가 이 대통령은 공생경제가 추구해야 할 따뜻한 시장경제의 근간이 될 복지 확대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나타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인 우리의 복지 수준은 외면한 채 올해 복지 예산이 사상 최대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정치권의 복지 경쟁을 비판한 것이다.

신자유주의 치유한다면서 복지 확대에 대해서는 거부감

이 대통령은 "정치권의 경쟁적인 복지 포퓰리즘이 국가부도 사태를 낳은 국가들의 전철을 우리는 밟아서는 안된다"며 "국가 재정이 고갈되면 복지도 지속할 수 없다, 잘 사는 사람에게까지 복지를 제공하느라 어려운 이들에게 복지를 제대로 못하는 우를 범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오늘 편하고자 만든 정책이 내일 우리 젊은이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지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언급은 재정 건전성에 대한 강조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재정 위기는 다른 위기와는 달리 해결할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에 가장 위험한 위기"라며 "재정 건전성을 유지해야 어떤 위기에도 대응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2008년 금융 위기도 우리 재정이 건전했기 때문에 남들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며 "이런 차원에서 임기가 끝나는 2013년까지 가능하다면 균형 재정을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정건정성에 대한 이 대통령의 강조도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들어 4대강 사업 등 막대한 재정 투입으로 2008년 309조원이던 국가채무가 2010년 394조원으로 급증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도 34.2%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미 한나라당 내에서도 "우리나라 재정건정성이 악화된 것은 2008년 말과 2009년 초 각각 정부가 제출한 10조원 가량의 수정예산과 30조원 가량의 추경예산이 결정적이었다"(유승민 최고위원)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공생 경제는 MB의 적반하장"... 야당 혹평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공생 발전'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와 "지금까지 나온 국정철학처럼 공허한 말잔치로 끝나고 말 것"이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의 대규모 4대강 사업으로 4년 연속 재정이 적자이고 국가 채무가 급증하고 있는 마당에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 때문에 재정건전성이 훼손되는 것처럼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승자독식을 더욱 가속화하는 수출 및 성장 위주 정책과 부자감세를 밀어붙이는 이 대통령이 공생발전과 동반성장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아 보이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지금까지 녹색성장, 친서민중도실용, 공정사회를 얘기했지만 모두 말잔치에 불과했다"며 "결국 거짓 녹생성장, 거짓 친서민, 불공정이었다는 것이 우리 국민들이 겪은 지난 4년간의 경험"이라고 혹평했다.

강상구 진보신당 대변인도 "한 쪽에서는 서로를 보살피는 따뜻한 사회를 강조하면서 또 한 쪽에서는 복지포퓰리즘 운운하는 것은 누가 봐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환경을 파괴하는 '녹색성장', 서민 없던 '친서민 정책', 불공정한 사회로 귀결된 '공정사회'에 이어 '공생발전'이 과연 서민경제를 살리 수 있을 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보수 야당인 자유선진당의 임영호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따뜻한 시장경제를 국정운영의 전면에 등장시켰지만 새로운 경제에 대한 진지한 해법과 구체적 실행 계획은 부족했다"며 "2013년 균형재정 달성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 뿐이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반면 여당인 한나라당은 "공생발전은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할 방향"이라고 반겼다. 김기현 대변인은 "일자리가 늘어나는 성장, 격차를 줄이는 발전 모델은 대한민국 보수의 최고의 가치인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것'이기에 적극 환영한다"며 "한나라당은 앞으로 공생 발전을 통해 모든 국민들이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친서민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서민 위주의 '맞춤형 복지'를 실현해 재정건전성 확보에도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이명박, #공생발전, #포퓰리즘,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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