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7월 20일에 24명의 회원이 창단식을 가졌다. 이날 안성시장을 비롯한 안성사람 200여 명이 그녀들의 출발을 축하해주었다.
▲ 창단식 지난 7월 20일에 24명의 회원이 창단식을 가졌다. 이날 안성시장을 비롯한 안성사람 200여 명이 그녀들의 출발을 축하해주었다.
ⓒ 안성맞춤 여자축구단

관련사진보기


"여자들이 얼마나 가겠어."
"가정이나 잘 지켜야지."

안성 여자축구단의 창단을 바라보는 일부 남성들의 시각이었다. 이때, 박진숙씨(안성시 안성맞춤 여자축구단 회장)는 "축구할 때만큼은 우린 더 이상 주부도 아니고 여성도 아니고 스포츠우먼"이라며 당당하게 맞섰다.

'첫 시도 실패'를 넘어 다시 시작해

첫 시도에 성공한 건 아니었다. 지난 해 4월부터 주부 5명이 안성 여자축구단을 만들어보려 했다. 회원 모집이 잘 되지 않고, 연습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꿈은 무산되었다. 남이 가보지 않은 길 가는 게 그리 쉬울 리가 있을까.

그렇게 한 해가 흘러 2011년 5월. 그들의 이야기는 다시 열렸다. 안성시체육회가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안성지역의 축구 관계자들이 힘을 실었다. 하나둘 선수들도 모여 들었다. 안성시 안성맞춤 여자축구단 블로그 도 개설됐다.

올해 5월 25일 첫 공식 훈련이 있던 날, 그녀들은 이미 전설을 쓰기 시작했다. 공식 훈련장소가 없어 곤란한 것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소병식 감독의 쉽지 않은 트레이닝조차 그녀들에겐 감사, 그 자체였다. 생전 그런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는 그녀들은 '순수 아마추어'였다.

지금은 그녀들이 드리블 연습 중이다. 매주 수요일, 토요일은 공식 연습시간, 매일마다 개인 연습을 하곤 한다. 그녀들은 인터뷰하던 날, 저녁 늦게까지 연습을 했다.
▲ 지금은 연습 중 지금은 그녀들이 드리블 연습 중이다. 매주 수요일, 토요일은 공식 연습시간, 매일마다 개인 연습을 하곤 한다. 그녀들은 인터뷰하던 날, 저녁 늦게까지 연습을 했다.
ⓒ 안성맞춤 여자축구단

관련사진보기


시작이 반이라 했던가. 7월 20일, 드디어 '안성시 안성맞춤 여자축구단'이 공식 기지개를 폈다. 창립식엔 황은성 안성시장을 비롯한 200여 명의 안성사람들이 그녀들의 출발을 축하해주었다.

지더라도 즐거운 축구 한다

승부에 연연하지 않고 즐기는 축구를 하겠다는 게 박진숙씨의 포부다. 그녀는 40대 아줌마로 20대 처녀들과 함께 선수로 뛰고 있다. 그녀는 동료들에게 늘 "다치지 말고, 즐기면서 하자"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이렇게 승부에 연연하지 않는다던 그녀들의 경기 성적은 대단했다. 7월 24일 의왕시여자축구단과의 한판 승부였다. 10년 경력 팀과 10일 경력 팀 간의 격돌이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란 속담은 이때 써 잡수시라고 있을 터.

하지만, 경기 결과는 놀라웠다. '0:1'이었다. 비록 지긴 했지만, 이긴 팀도 진 팀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이긴 팀이 초상집 분위기, 진 팀이 잔칫집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평소 외치던 '지더라도 즐겁게'가 제대로 먹히는 지점이었다.

그녀들은 연습할 땐 스포츠우먼이지만, 카메라만 들이대면 순식간에 소녀가 된다.
▲ 포즈 그녀들은 연습할 땐 스포츠우먼이지만, 카메라만 들이대면 순식간에 소녀가 된다.
ⓒ 안성맞춤 여자축구단

관련사진보기


그렇다고 대충하지 않는다. 경기에 임하면 처녀 선수들은 '파워 있게', 아줌마 선수들은 '악바리 근성으로'. 이게 이 팀의 주요 전략이다. 한 선수가 상대팀 공격수를 경기 내내 진드기처럼 따라다니며 전담마크하자 상대선수도 혀를 내둘렀다니.

팀워크, 어디서 나오나 했더니

24명의 팀원 중 20대가 12명, 30~40대가 12명. 나잇대도 고르다. 모두가 직업을 가지고 있다. 식당, 제약회사, 개인 사무실, 자영업, 병원, 제조공장 등에 다닌다. 아줌마들은 가정주부까지 겹쳐 삼중으로 바쁘다.

이러다보니 처녀들은 아줌마들로부터 연애와 결혼 상담을 받기도 한다. 휴대폰을 바꾸려 할 때 박진숙씨의 지인 사업장을 소개해준다. 방을 구할 때는 아줌마 선수들의 지인(부동산업자) 소개로 방을 구한다. 축구팀이 아니라 그들은 이미 가족공동체로서 충분히 살고 있다.

"식당하는 선희씨는 어렸을 적 체육교사가 꿈이었고, 이제 그 꿈을 이룬다고 기뻐해요. 미선씨는 여자축구 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대요. 골키퍼 혜림씨는 얼마나 골키퍼를 잘 보는지. 그나저나 혜림씨가 빨리 시집가야 하는데........ "

그녀들이 지도하는 소녀축구단이다. 16개 도시 대항 소녀축구대회에서 4위라는 쾌거를 일구어내었다.  그녀들이 지도한 소녀들이다.
▲ 소녀축구단 그녀들이 지도하는 소녀축구단이다. 16개 도시 대항 소녀축구대회에서 4위라는 쾌거를 일구어내었다. 그녀들이 지도한 소녀들이다.
ⓒ 안성맞춤 여자축구단

관련사진보기


박진숙씨의 팀원 자랑이 끝이 없다. 그래, 이런 마인드인데 안 될 리가 없지 않을까. 서로의 사정과 꿈을 잘 알고, 서로를 격려하니 말이다.

'연습, 또 연습', 오른발도 해서 안 되면 왼발로

그녀들은 '연습, 연습 또 연습'이다. 지더라도 즐기는 축구하려면 그만큼 기본기가 탄탄해야 된다는 생각에서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저녁 공식 연습이다. 하지만, 5~6명은 거의 매일 개인연습이다. 코치도 매일 연습구장에 온다.

생전 처음 공식 연습을 해보는 그녀들에겐 힘에 부치는 일이다. '낮엔 직장, 저녁엔 연습, 밤엔 가정 일'이 벅찰 만도 하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엔 브레이크가 달려있지 않을 터.

"오른발로 하도 연습하니 알통이 배겨 못하게 되었죠. 그래서 왼발로 수십 수백 번 공을 찼더니 왼발에도 익숙해지더라고요. 이젠 양발 선수가 되었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박진숙씨의 이런 고백이 이 팀의 마음가짐이다. 

여자축구의 메카를 꿈꾼다

그녀들은 단순히 자신들만 즐기는 축구를 하고 싶지 않다. 현재 팀원들을 모두 소녀축구단 지도자가 되는 게 목표다. 12월이면 선수 모두 '여자 심판 시험'에 도전한다. 그녀들의 목표는 '전 선수의 코치화, 전 선수의 심판화'다.

벌써 지도자로서의 열매도 있다. 지난 8~9일에 열린「2011 여자어린이 Football Club Challenge」대회에서 초등6학년생 11명(여은정, 장아영, 김정은, 도은현, 현미래, 정현서, 신나윤, 이나예, 이한별, 정가영, 진승희)이 4위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녀들이 틈틈이 지도해준 소녀축구단의 성적이었다.

사진은 박진숙 씨와 골키퍼 혜림씨이다. 박진숙 씨는 혜림씨가 하루 속히 시집을 가야한다며 굳이 불러서 사진을 같이 찍었다. 잘 나온 사진을 만드려고 수 십 번 찍어도 꿋꿋하게 찍었다. 혜림 씨와 장가갈 뭇 총각은 어디에 없는가. ^^
▲ 박진숙 씨와 혜림씨. 사진은 박진숙 씨와 골키퍼 혜림씨이다. 박진숙 씨는 혜림씨가 하루 속히 시집을 가야한다며 굳이 불러서 사진을 같이 찍었다. 잘 나온 사진을 만드려고 수 십 번 찍어도 꿋꿋하게 찍었다. 혜림 씨와 장가갈 뭇 총각은 어디에 없는가. ^^
ⓒ 송상호

관련사진보기


"계속해서 여자 월드컵 꿈나무를 키울 것이며, 운영 면에선 여자 축구단의 좋은 모델로 자리 잡아 나갈 것입니다. 여자 축구단의 메카가 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공유하고 이루어야 할 꿈이 이토록 선명하고 아름다우니 어찌 손잡고 같이 가지 아니할까. 올해 9월 3일에 있을 '도지사 대회'를 향해 그녀들은 오늘도 저녁 늦게까지 연습이다. 어둑해진 운동장에서 만난 박진숙, 그녀를 '안성 여자축구계의 대모'라 부른다고 누가 뭐라 할까.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11일 안성공설운동장 축구장에서 안성여자축구단 회장 박진숙씨와 이루어졌다.



태그:#안성시 안성맞춤 여자축구단, #안성 여자축구단, #여자축구단, #여자축구, #안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