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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란성으로 향하는 길
 브란성으로 향하는 길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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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쇼바에서 브란성으로 가다 보니 산 위에 두세 개의 성채가 더 보인다. 이를 통해 카르파티아산맥 주변의 트란실바니아 지역이 전략적 요충임을 알 수 있다. 브란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브란성을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인해 작은 도시가 형성된 것 같다. 대부분 브란성을 찾는 사람이지만, 부체지산을 오르려는 등산객들도 보인다.

버스 주차장에서 성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음식점과 기념품 가게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브란이 '아마 이 세상 최고의 도시일 걸' 하는 재미있는 문구도 보인다. 시내에서 성까지는 1㎞도 떨어져 있지 않다. 나는 잠시 도로변에 있는 가게에 들러 책도 한 권 사고 기념품도 살펴본다. 브란성의 역사와 드라큘라와의 관계를 자세히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념품도 역시 드라큘라를 이용한 것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드라큘라 탈
 드라큘라 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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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티셔츠가 있고, 드라큘라 탈이 있다. 괴기와 공포를 연상시키는 탈도 보인다. 그리고 정교회의 상징 이콘화도 많다. 트란실바니아 지역의 전통악기도 파는데, 실제 연주를 해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이곳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지역은 자수로 알려진 퀼트 제품이 유명하다. 가는 곳마다 값이 싸면서도 정교한 자수직물을 볼 수 있다. 브란성으로 올라가는 길은 이들 기념품점 사이로 나 있다.

브란성은 북동쪽으로 오르게 되어 있다. 숲 너머로 성의 외관이 보인다. 마을을 벗어나 돌이 박힌 길을 따라 숲을 오르니 암반 위로 성의 동북쪽 벽면이 나타난다. 정말 깎아지른 성벽이다. 동쪽 면은 벽돌을 그대로 쌓아올렸고, 북쪽 면은 흰색 회벽으로 마감을 했다. 성벽 앞 길가에는 동방정교식의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우리 일행은 동쪽 성벽 앞 공간에서 해설자로부터 브란성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

브란성 북동쪽 모습
 브란성 북동쪽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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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란성은 1300년대 후반 독일의 작센족에 의해 세워진 방어성이다. 왈라키아의 영주 블라드 3세(블라드 체페쉬)가 1459년 오스만 터키군으로부터 트란실바니아 지역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서 싸웠다. 그 후에는 왈라키아와 트란실바니아를 연결하는 요지로, 검문을 하고 세금을 거두는 성의 용도로 사용되었다. 루마니아 왕국이 성립된 19세기 말에는 왕실 소속 성이 되었고, 1920년부터는 페르디난트 왕비 소유가 되었다. 이 성은 공산주의 정권 시절에 정부 소유가 되었다가, 2006년 마리 왕비의 외손자인 합스부르크 대공 도미니크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트란실바니아 지방의 브란성 주변 풍경과 성 내부

브란성 내부 모습
 브란성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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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란성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동쪽 성벽 옆으로 난 계단을 따라 1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1층에 올라가면 병사들이 지키는 일종의 위병소가 나온다. 이곳은 주로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공간으로 외부가 방과 복도로 이루어져 있고, 내부에는 마당과 우물이 있다. 여기서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성주와 군인들의 사무공간이 나타난다.

2층은 성주의 집무실, 응접실, 회의실, 예배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성주의 집무실은 1920년 이후 마리 왕비에 의해 리모델링되었다. 이곳에는 성주들을 소개하는 패널, 르네상스 스타일의 노랑색 테이블, 19세기에 만들어진 의자 등이 배치되어 있다. 예배실에는 성화가 있었으나 지금은 훼손되어 그 흔적만 볼 수 있다. 응접실과 회의실 역시 책상과 의자가 갖춰진 생활공간으로 그림이 걸려있고 카펫이 깔려있다.

거실의 모습
 거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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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은 거실, 침실, 휴게실이 중심이 된 생활공간이다. 거실에는 바로크 스타일의 가구가 많다. 바닥에는 곰가죽도 보이고, 청동향로 모양의 장식물도 보인다. 이곳에는 창문이 여럿 있어 주변 조망이 아주 좋다. 침실에는 침대가 놓여있는데, 2인용이다. 침대 좌우에는 협탁이 있어, 거울을 올려놓고, 물건을 수납할 수 있도록 했다. 3층에서 비밀통로 같은 좁은 계단을 올라가면 4층 서재로 연결된다. 서재는 비교적 어두운 편이다. 벽에는 책들이 가득하다. 이곳을 나가면 바깥으로 연결되어 성 내부중정의 구조를 제대로 살펴볼 수 있다.

성 가운데 중정은 5층까지 빈 공간으로 이어지고, 중정을 둘러싼 성채가 5층까지 이어진다. 가장 높은 첨탑의 끝에는 십자가가 매달려 있고, 4층에는 안쪽 복도가 있어 한 바퀴 돌면서 내부를 조망할 수 있게 했다. 성채 안쪽은 4층에서 가장 잘 볼 수 있다. 또 성 밖으로는 구멍을 내, 적을 조망하거나 공격할 수 있도록 했다. 전체적으로 협소한 공간을 잘 활용하여 방어성으로의 기능을 최대한 수행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마리 왕비의 거처가 된 다음부터는 4층이 주거 공간 개념으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성 남쪽의 도로와 자연
 성 남쪽의 도로와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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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5층은 가장 높은 곳에 있어선지 여러 가지 면에서 전망이 가장 좋다. 동쪽에 있는 가장 높은 탑으로 올라가는 통로가 있고, 나머지는 니콜라스 왕자의 침실로 사용되었다. 침실에는 오크로 만든 바로크 양식의 테이블과 가구 그리고 침대가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벽에는 문장을 새긴 천이 붙어 있고, 한쪽 구석에는 고급 의상이 옷걸이에 걸려 있다. 성벽 밖으로 돌출된 테라스로 나가면 성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이곳 5층에서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1층 중정으로 나오게 된다. 중정은 전체 대지면적의 1/3쯤을 차지하고 있는데, 가운데 우물이 있다. 현재 이 우물에는 흙이 채워져 있고 물이 없다. 브란성이 박물관으로 변한 다음부터 사용을 하지 않고 메운 것으로 보인다. 우물 안에는 사람들이 소원을 빌며 던진 지폐와 동전만 수북하다. 우물 옆으로는 창고도 보이고 마굿간 같은 것도 보인다. 창고에는 포도주가 비치되어 있다. 우리는 중정을 지나 들어갔던 길과는 달리 남쪽으로 난 문을 통해 브란성을 나온다.

드라큘라에서 뱀파이어까지

블라드 체페쉬
 블라드 체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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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란성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람은 블라드 체페쉬(1431-1476)다. 그는 1456년부터 1462년까지 왈라키아의 영주를 하면서, 오스만 터키가 동유럽과 발칸으로 확장하는 것을 막았다. 처음에 그는 오스만 터키군을 사로잡으면 창에 꽃아 죽이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그는 1462년 결국 술탄 메흐메트 2세의 군대에 패해 헝가리 지역으로 쫒겨간다. 1476년 그는 헝가리의 도움을 받아 도나우강까지 진출하지만, 부쿠레슈티 근방에서 오스만 제국 기병의 공격을 받아 죽고 만다.

드라큘라의 아버지 드라쿨
 드라큘라의 아버지 드라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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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드 체페쉬의 별명이 드라큘라(Dracula)인데, 그것은 블라드 드라쿨(Blad Dracul)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블라드 체페쉬는 블라드 드라쿨의 셋째 아들로 트란실바니아 지방의 시기쇼아라에서 태어났다. 당시 블라드 드라쿨(1393-1447)은 신성로마황제가 이끄는 용의 기사단(Order of the Dragon)의 일원이었고, 1431년부터 드라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드라쿨은 라틴어 드라코(Draco)의 명사형으로 용(龍)이라는 뜻이다.

그는 루마니아와 헝가리 사람들에게 트란실바니아와 왈라키아의 독립을 위해 애쓴 장군으로 기억되고 있다. 또 터키군을 창에 꽂아 죽이는 등 잔인한 행동을 한 사람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러한 그가 흡혈귀와 연결된 것은 아일랜드 작가 브람 스토커가 소설 『드라큘라』를 발표한 1897년 이후다. 이 작품에서 드라큘라 백작은 사람들을 괴롭히는 흡혈귀로 나온다.

흡혈귀 뱀파이어는 밤에 무덤으로부터 나와 살아있는 사람의 피를 빨기 위해 잠자는 사람을 찾아간다. 뱀파이어는 낮에 자신의 일을 하다가 밤에만 영혼이 몸을 빠져나와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영혼이 아이들을 죽이기도 하고, 젖소의 우유을 먹고 과수원의 과일을 훔치기도 한다. 이러한 뱀파이어와 비슷한 루마니아 유령이 스테레고이(steregoi)다. 그들의 영혼 역시 밤에 육체를 빠져나와 마을로 가서는 주민을 괴롭힌다. 그들은 모두 자정부터 첫닭이 울 때까지 활동하다가 사라진다.

브란성
 브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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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도입부에서 영국인 변호사 조나단 하커(Jonathan Hacker)가 드라큘라의 재산 처분을 돕기 위해 카르파티아 산속의 폐허가 된 브란성으로 간다. 하커는 현지에서 드라큘라가 감옥에 갇혔으며, 야간에만 활동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느 날 하커는 밤에 밖에 나가지 말라는 드라큘라의 충고를 무시하고 밖에 나간다. 그러다가 드라큘라 백작의 부인인 사악한 뱀파이어들의 주술에 걸려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하커는 드라큘라 백작의 도움으로 영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드라큘라는 하커의 법률적인 자문을 필요로 했고, 영국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후 드라큘라는 하커의 약혼녀인 미나 머레이(Mina Murray)와 그녀의 친구 루시 웨스틴러(Lucy Westenra)를 찾아 런던으로 간다. 루시도 어느 날 세 남자로부터 청혼을 받고, 그 중 아더 홀름우드와 결혼한다. 이후 사건이 얽히고설키다 루시가 늑대의 공격을 받아 죽는다. 그녀는 뱀파이어가 되어서 밤에 아이들을 괴롭힌다. 드라큘라는 또한 미나에게 그의 피를 먹게 해, 그녀도 역시 뱀파이어로 만든다.

브람 스토커와 그의 소설 <드라큘라>
 브람 스토커와 그의 소설 <드라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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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드라큘라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그를 죽이는 방법 밖에 없다. 사람들은 힘을 합쳐 런던에 있는 드라큘라의 은신처를 공격해 힘의 원천인 관을 제거하자, 드라큘라는 남은 관을 하나 들고 트란실바니아의 성으로 도망친다. 사람들은 함께 드라큘라를 추적하고, 반 헬싱 교수가 먼저 드라큘라 백작의 세 부인을 죽인다. 그리고 모두가 힘을 합쳐 드라큘라의 목을 베고 심장을 찌른다. 그러자 드라큘라의 몸이 먼지로 변해버리고, 미나도 뱀파이어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덧붙이는 글 | 7월20일부터 7월31일까지 발칸지역을 여행했다. 문명충돌의 현장을 살펴보고, 현재 발칸의 모습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여행국은 루마니아, 불가리아, 세르비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 크로아티아 6개국이다. 그렇지만 돌아오는 길에 오스트리아 서쪽 지방을 지나게 되었다. 그래서 오스트리아도 소개하려고 한다. 이들 7개국의 문화유산, 자연유산, 인물, 풍속과 생활 등을 25회 정도 연재할 예정이다.

브란성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은 www.bran-castle.com 에 접속하면 된다.



태그:#브란성, #드라큘라, #뱀파이어, #블라드 체페쉬, #브람 스토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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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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