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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로고. 직접 나무를 깎아서 만들었다고 한다.
 회사 로고. 직접 나무를 깎아서 만들었다고 한다.
ⓒ 하자센터 달시장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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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헝그리 정신을 말하기란 '불경'스럽다. 먹고, 마시고, 살아가는 그 '기본'도 하루가 다르게 삶을 옥죄는 판국에, 불투명하고 요원한 미래를 '꿈'이라 이름 붙여 버텨나가는 것은 어른에게도 쉽지 않은 '모험'이다. 게다가 그게 '춤'이라면, 주위의 편견과 비난에도 맞서야 하는. '젊음'은 그야말로 이중고다.

이한솔 대표는 이 '젊음'의 고통에 주목한 청년 기업가다. 다양한 기획사에서 보컬트레이너로, 혹은 가수를 준비하며 20대를 보낸 그는 2010년 9월 비보이들을 위한 전담기획사인 바이엘엔터테인먼트(By-L Entertainment)를 설립했다. 바이엘엔터테인먼트는 공연이 있든 없든, 비보이들을 직원으로 고용하고 이들에게 상시적인 월급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비보이를 위한, 비보이에 의한

바이엘(By-L) 엔터테인먼트 이한솔 대표
 바이엘(By-L) 엔터테인먼트 이한솔 대표
ⓒ 하자센터 달시장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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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비보이들과도 만날 수 있었던 이 대표는 "이들에게 길을 열어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나라 비보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친구들이지만, 가장 배고픈 친구들이기도 하다"고 했다.

공연이 있을 때만 불려 다니고, 공연이 없을 때는 무한정 소득이 없는 그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말 곳곳에서 배어나왔다. 그는 "비보이 친구들이 활동하는 기간 동안 최소한의 금액만이라도 지원해주면서 장기적으로는 이 친구들을 육성해서 안무가, 무대감독으로 나갈 수 있게끔 도와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대표는 '사회적기업'이라는 새로운 기업형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창업한 케이스다. 그는 "재작년에 사회적기업이란 것을 알았을 때 충격이었다"고 한다. 전적으로 이에 의존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이를 통해 비보이들을 고용하고 적더라도 월급을 줄 수 있어서 회사를 만들 꿈을 세웠다.

개인적으로 모은 자금 5천만 원 정도를 출자하고, 함께 일할 유제혁 팀장을 만나 영등포구를 기반으로 회사를 세운 게 2010년 9월. 그는 "그 전에 10개월 정도 영등포와 비보이 친구들에 대한 사전조사를 했다"고 말하며 지난했던 그 시절을 회상했다.

비전과 가치를 위해 어려움을 감수한 동료

유제혁 팀장과 이한솔 대표
 유제혁 팀장과 이한솔 대표
ⓒ 정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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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그의 이런 꿈은 영업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유제혁 팀장이 함께했기에 가능했다. 이 대표는 "지인의 소개로 만났는데 말도 잘하고 음악적인 이야기, 삶 이야기도 진솔한 면이 있는 것 같았다"며 유 팀장을 만나게 된 계기를 이야기했다.

보컬 쪽을 담당하기도 했고, 작곡과 관련된 일 혹은 인테리어와 관련한 직업경험을 하기도 했다는 유 팀장은 이 대표가 손을 내밀었을 때 "힘든 거 많이 겪어봐서 괜찮다"고 함께 맞 잡아준 동료다.

유 팀장은 "삼성이 비전이 있는 회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쭉 탄탄대로를 가는 회사지, 성장가능성이나 비전이 큰 건 아니다, 우리는 오히려 불확실하기 때문에 비전과 성장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이 대표에게 약속된 월급을 받지 못할 때도, 더 많은 업무를 해야 할 때도 내색하지 않고, 말하지 않고 혼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1년 남짓한 긴 시간을 바이엘엔터테인먼트를 위해 감수했다.

그는 "여러 가지 따져 봤을 때 이거 버티고 이러는 게 과연 내가 보는 비전에 비해서 힘든 건가라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 친구에게 미안한 것도 있고, 그럼에도 버텨줘서 나는 그게 너무 고맙다"며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회사

바이엘엔터테인먼트 소속 비보이들
 바이엘엔터테인먼트 소속 비보이들
ⓒ 정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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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년. 뚜렷하고 지속적인 수익이 나기에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만 바이엘엔터테인먼트는 소기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단발성 행사가 빈번한 것 이외에, 공연기획이나 콘서트 참여를 통해서 비정기적이지만 점차적으로 성과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또 관에서의 반응도 좋아 영등포 이외의 금천구, 용인시, 그리고 경주시 등과도 협력할 수 있는 지점들을 확대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서울시가 선정하는 '제 4차 서울형 예비사회적기업'에 선정되어 많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비용지원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7명 정도의 규모를 20명 정도의 팀 정도로 확대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를 꿈꾼다.

그는 장기적으로 바이엘엔터테인먼트를 통해 "큰 회사가 하나 있으면 여러 비보이팀이 그 안에서 일거리도 쉐어하고, 팀도 자율적으로 조직할 수 있는" 비보이들만의 허브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는 "회사로서의 원활한 일들을 하려면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고 미래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덧붙이는 글 | 하자센터 달시장 블로그(http://dalsijang.tistory.com/)에서 발행하는 지역 사회적기업가 인터뷰입니다. 달시장 블로그는 정기적인 공유를 통해 오마이뉴스의 많은 독자들과도 예술가, 지역주민, 사회적기업가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태그:#바이엘엔터테인먼트, #BY-L, #하자센터, #달시장, #사회적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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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우진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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