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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가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라 만든 교과교육과정을 고시하려다 정부 내부 반발로 연기하였다. 원래 8월 5일에 고시하려고 했는데 재정부가 경제교육이 축소된다며 반발하여 재논의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간 2009개정교육과정이 비민주적이고 졸속으로 진행되어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이제는 정부내에서조차 반대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2009년 9월 2009개정교육과정 공청회를 하기 전에 교육계와 시민단체에서 2009개정교육과정반대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2009년 9월 2009개정교육과정 공청회를 하기 전에 교육계와 시민단체에서 2009개정교육과정반대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 미래형교육과정공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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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개정 자체가 만들어낸 문제

재정부의 논리는 고등학교 선택교과에서 '생활경제'가 빠져 경제교육이 약화되고 이는 경제교육을 강화하라고 만든 경제교육지원법과 MB정부 정책에도 위배된다는 것이다. 법까지 만들어진 상태에서 교과부가 사전에 논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서운해하는 눈치이다.

이렇게 축소된 과정을 알고 보니 교과부가 2013년에 고시할 것을 무리하게 8월로 앞당겨서 생긴 문제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학생들이 배울 내용을 이렇게 졸속으로 바꿔도 되냐고, 경제교육은 적어도 한 달간 토론을 해서 조정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마치 교과부와 재정부의 역할이 바뀐 것 같은 느낌이다.

교과부는 이에 대해 '직업과 진로'과목에서 경제교육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오히려 강화되었다고 해명을 하고 있다. 또 출판사들이 책을 제대로 만들게 하려면 꼭 8월에 고시를 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는 형국이다. 5일에는 생활경제 과목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적었고, 교육과정 개정 작업도 공청회, 학습연구년제 교사 참여 등 절차를 밟았다고 해명하였다.

2009개정 수학공청회는 6월에 알리지도 않고 진행되어 비밀공청회 논란을 낳았습니다.
 2009개정 수학공청회는 6월에 알리지도 않고 진행되어 비밀공청회 논란을 낳았습니다.
ⓒ 신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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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청회마다 반대 의견 봇물

이 논쟁을 보는 교사들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속도전으로 문제투성이가 되어버린 2009개정교육과정 고시가 연기되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현재 초등학교만 2007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고 있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7차교육과정과 2007개정교육과정이 혼재돼 있다.

일부 교과에서는 2007개정교과서가 아직 나오지 않은 것도 있고 일부 과목은 2009개정 때문에 가르치기도 전에 사라지고 고쳐진 교과도 있다. 특히 사회와 역사에서 이런 문제가 많았는데, 이번 생활경제 과목 논란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렇게 복잡한 상황과 짧은 연구기간(3-4개월) 때문에 교과내용을 제대로 개발할 수 없다. 교과별 공청회도 7월에 몰아서 진행해서 의견수렴은 커녕 참석하기도 어려웠다. 그 와중에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끼는 교사, 학계, 출판사, 시민단체는 공청회에 가서 2009개정교육과정을 중단하라고 비판할 정도였다. 경제 교육 축소 논란은 2009개정교육과정으로 학교 현장이 겪을 문제들의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출발부터 누더기가 된 교육과정, 당장 중단해야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교육과정은 우리나라 수백만 명의 학생들이 앞으로 배워야 할 내용과 성취해야 할 목표들의 설계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설계도를 졸속으로 만들어서 시행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성장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받게 된다.

2009개정교육과정은 정부 주도로 연구도 제대로 안하고 만들어 1년 만에 졸속개정하였다. 그러다보니 현재 학교상황, 앞으로의 전망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계속 부분 수정을 하고 있다. 역사를 필수에서 제외했다 다시 지정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것이 부분 수정으로 고쳐질 것이 아니라 근본 설계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땜질처방으로 해결될 수가 없는 상황이다.

2009개정교육과정 진행 과정
미래형교육과정논의시작(2009년 1월) - 학교자율화조치 발표(09년 6월) - 2009총론고시(2009.12) - 창의인성교육방안(10.1) - 국영수집중금지지시(10.6) - 예술교육활성화방안발표(10.9) - 총론에서 3대 핵심과제추출(10.12) -교과개편방안 발표(11.1)- 교과개편 일정 당겨서 개발진 공모(11. 2) - 역사 필수 지정(11.4) - 교과별 공청회(11.6-7월)
* 교과교육과정 개발은 올1월에 2013년 고시, 2014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가 2월에 갑자기 6개월씩 당겨진 것입니다.

2009개정교육과정 총론(2009.12.23 고시)은 학교에 교육과정 편성 자율권을 주어 교과군과 학년군별로 시수증감 20%를 주고, 재량과 특별활동을 묶어 창의적체험활동으로 재편하였다. 중학교는 학기별로 8개 교과를 배우도록 해 예체능이나 도덕, 가정, 기술은 3년치를 집중이수하고 있다. 교과내용은 여전히 2007개정교과서를 쓴다.

그런데 입시교육 논란이 일자 교과부는 예체능 시간을 못 줄이도록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많은 학교가 수업시간 자체를 늘려버리고 있다. 창의적 체험활동을 강조하자 1회성 현장학습만 증가하고 초등은 한자, 영어 수업이 늘어나고 있다. 중학교는 집중이수로 예체능을 못배우고 전학을 가면 학습권이 침해되는 상황이다. 교사들이 처음부터 이런 문제를 예견하여 반대했지만 무리하게 설계하고 이제야 땜질로 고쳐나가는 식이다.

그럼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다행스럽게도 2009개정교육과정은 총론, 즉 운영방식 중심이라 이걸 중단하거나 고쳐도 학생들의 교육내용에는 큰 문제가 없다. 무리하게 교육과정을 고시하고 교과서도 졸속으로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시간을 갖고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여 합리적인 방안으로 개편하는 것이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고 학생들의 피해도 줄일 수 있다.

교과부의 독단적인 개정방식 개선해야

이번 논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교과부가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교육계는 물론 정부안에서조차 합의없이 진행했다는 문제이다. 국가의 백년지대계가 걸린 문제를 이렇게 교과부 독단적으로 해도 되는 것일까?

2009년 12월 국회에서 이종걸교과위위원장 주최로 열린 2009개정교육과정 정책 토론회입니다. 국회에서도 지속적으로 2009개정교육과정 개정 과정에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또 이 자리에서는 교육과정을 교과부 독단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국회와 소통하는 방안등이 제기되었습니다.
 2009년 12월 국회에서 이종걸교과위위원장 주최로 열린 2009개정교육과정 정책 토론회입니다. 국회에서도 지속적으로 2009개정교육과정 개정 과정에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또 이 자리에서는 교육과정을 교과부 독단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국회와 소통하는 방안등이 제기되었습니다.
ⓒ 미래형교육과정공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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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국회에서 고시하던 교육과정이 교육부(현재 교과부)장관 고시로 넘어온 것은 1979년이다.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교육부에서 주도적인 연구를 하고 이에 맞는 직제개편과 시스템이 마련되었다.

그런데 MB정부 들어 교과부의 직제개편으로 인원이 줄어 교육과정업무가 대폭 축소되어 기본적인 교육과정개편과 적용 일정마저 모르는 관료들이 많다. 산하연구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도 교육과정 개발과정에 소외되고 교과서 개발은 대부분 출판사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권중립적인 사회적교육과정위원회를 통해 국가교육과정을 상시 연구하고 세계적 흐름과 국내 상황에 맞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시민단체와 교육계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모쪼록 이번 노란이 2009개정교육과정 중단으로 이어지고 교육과정개정 논의가 새롭게 시작되기를 바란다.


태그:#2009개정교육과정, #고시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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