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법원의 판결을 거부하며 교원단체 명단 공개를 고집했던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에게 서울중앙지법은 26일 교사 1인당 10만 원씩 모두 3억4000만 원의 손해배상과 선고 이후 20%의 이자를 지불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조 의원은 전교조를 상대로 7번의 소송에서 모두 패하는 진기록을 남기게 됐다.

조 의원은 지난해 3월 명단공개 금지 가처분소송에서 패소한 것을 필두로 항고와 재항고에서 연속으로 패했다. 명단공개 금지를 위반할 시 하루 3000만 원(2심에서 2000만 원으로 감경)을 지급하라는 간접강제 결정도 고법을 거쳐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법원이 국회의원의 입법권과 직무를 침해했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에서도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 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그리고 3억4000만 원을 물어내라는 손해배상 판결까지 받게됐다.

이를 두고 조전혁 의원은 발끈하면서 항소의 뜻을 분명히 했다. 조 의원은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교조인 것이 부끄러운가. 부끄러운 치부를 허락 없이 공개해서 정신적으로 피해를 봤다는 것이냐?"면서 전교조가 어떤 손해를 입었는지 증명하라며 반발했다.

법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안 지키면 누가 법을 지키나?

전교조를 지지하고, 지지않고를 떠나 조 의원이 공통적으로 비판받는 부분은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법을 어기고, 법원의 판결까지 거부하는 것이 옳으냐?"는 점이다. 현 교과부 장관인 이주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교육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은 교원이나 학생의 이름, 신상 등에 관한 개인정보는 공개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진수희, 정두언 등 한나라당 의원 19명이 공동발의하고 한나라당 의원 101명이 찬성해 제출했다.

"이 사건 정보의 공개행위는 원고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또는 단결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라는 법원의 판결은 너무나 상식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교과부 장관은 교원단체 명단을 통째로 제공했고, 이 법안을 공동발의하거나 찬성한 진수희, 정두언 등 한나라당 의원들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조전혁 의원의 교원단체 명단 공개에 동참했다.

MB정부와 한나라당은 유난히 자신들에 비판적인 세력에 대해서 법 질서 준수를 강조해 왔다. 현행법 준수를 금과옥조처럼 이야기하는 그들이 자신들이 발의하고, 통과시킨 법을, 그것도 법원 판결까지 어기면서 지키지 않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어보인다. "법 만드는 국회의원이 안 지키는데 대한민국 국민 누가 법을 지키겠냐?"는 비판에 할 말이 없는 것이다.

한나라당 당원 명부· <동아> 구독자 명단 공개할 수 있나

조 의원과 한나라당, 보수언론과 보수적인 학부모단체들은 "떳떳하면 왜 공개하지 못하느냐?"고 전교조를 비난한다. 그러나 교원단체 교사 명단을 알고자 하는 궁금증을 가지는 것은 이해할 수는 있지만 이를 무작위로, 그것도 전체 명단을 공개하라는 것은 이성적인 주장이라고 보고 힘들다.

조전혁 의원을 국회의원으로 찍어준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다고 조 의원에 투표한 사람 명단을 공개해 달라고 할 수는 없다. 한나라당이 전교조에게 떳떳하면 왜 명단을 공개하지 못하냐는 말을 하려면 한나라당 당원 명단부터 공개해야 한다. "한나라당 당원이라는 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우면 한나라당 당원 명부는 왜 공개하지 못하느냐?"는 질문은 똑같이 한나라당에도 해당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의 전교조 등 교원단체 회원 명단 공개에 동참한 같은 당 정두언, 진수희, 차명진, 구상찬, 김용태, 김효재, 정태근 의원(사진 왼쪽부터). 이들 의원은 지난 2010년 4월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전혁 의원 혼자서 고통을 당하게 할 수 없다는 취지로 명단 공개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의 전교조 등 교원단체 회원 명단 공개에 동참한 같은 당 정두언, 진수희, 차명진, 구상찬, 김용태, 김효재, 정태근 의원(사진 왼쪽부터). 이들 의원은 지난 2010년 4월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전혁 의원 혼자서 고통을 당하게 할 수 없다는 취지로 명단 공개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관련사진보기


보수언론이나 학부모단체 역시 마찬가지다. 명단을 공개한 동아닷컴의 관계사인 <동아>의 구독자 명단을 공개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학부모단체에게 회원 명단과 근무지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 역시 이성적이지 않다.

정녕 교원단체 명단 공개를 해야 한다고 우기려면 한나라당은 당원 명부, <동아>는 구독자 명단, 학부모단체는 회원 명부부터 공개해야 하는 것이 순서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간접강제 결정에 불만 없었다?

조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간접강제 결정은 법원의 가처분 판결에 불복한 것이기 때문에 결정 자체에는 큰 불만이 없었다. 어찌됐든 법원의 판단대로 사적 정보를 제3자인 내가 공개한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든 져야 한다는 법원의 결정을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변명은 수긍하기 힘들어 보인다.

조 의원이 교과부에 교원단체 명단을 요구하면서 낸 '정보 제출요청서'에는 그 목적을 명단 공개가 아니라 교육기관정보공개법에 의한 공시의무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명시했다. 언론 인터뷰에서도 그냥 명단을 공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랬던 그가 교원단체 명단을 통째로 홈페이지에 공개해 버렸다.

법원 판결에 조 의원은 한 번도 승복한 적이 없다. 조 의원은 간접강제 판결이 나오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재영 판사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저하고 철천지 원수라도 졌습니까... 내가 뭐 그렇게 괴씸한 짓을 했는지 모르지만 이것은 갈 데까지 간 판결이다. 이런 판결에 굴복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면서 법원 판결을 비난했다.

판사의 실명과 과거 판결까지 거론하고, 철천지 원수라는 감정적인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정두언 의원은 "조폭 판결에 대한 공동대처는 어설픈 수구 좌파 판사의 무모한 도발에 대한 결연한 대응행위"라며 진수희 의원 등과 함께 교원단체 명단을 공개한 바 있다. 전교조는 이들 의원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조 의원은 법원의 간접강제 결정에 대해서는 큰 불만이 없었다고 한다. 더 이상 명단 공개가 불법이라는 것은 바꿀 수 없음이 명백해지니 말 바꾸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한나라당 당원 명부를 공개한다면....

정당에게 당원 숫자가 그 정당의 영향력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이듯 노동조합에게 조합원 수가 중요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정당은 당원을, 노동조합은 조합원을, 학부모단체는 회원 확대를 위해 노력한다.

한나라당이 당원명부를 공개하기로 결정하면 새로 가입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고, 또 당원 중에 나갈 사람은 얼마나 될까? 얼마 전 한나라당 지도부를 뽑는 당내 선거에서 한나라당 대의원 중에서도 당원이 아닌 사람, 이미 사망한 사람, 탈당한 사람 등이 여럿 있어 문제가 된 적 있다. 전체 당원 명부를 공개한다고 하면 훨씬 더 많은 탈당이 있을 것이고, 가입하겠다던 사람도 가입을 망설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힘들다.

교원단체 역시 마찬가지다. 법원이 판시한 바와 같이 교사가 교원단체에 가입하는 것은 공무와 상관없는 사적인 행동임이 분명한데 이런 것까지 공개해야 한다면 단결권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는 부당노동행위다. 실제로, 당시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등은 사설까지 동원해 명단공개로 전교조 조합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조 의원 본인도 한 언론사의 인터뷰에서 '교원노조에 가입해 있는 교사들이 탈퇴한다면?'이라는 질문에 대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겠다. 만약 어떤 교사가 해당 단체를 탈퇴하고 소속 교육청의 장학사 등을 통해 (명단 삭제를) 요청하면 명단에서 빼주겠다"고 해 명단 공개와 전교조 조합원 탈퇴의 관계를 부정하지 않았다.

실제로 명단이 공개된 후 어떤 학부모단체는 수천만 원을 들여서 전교조 전 조합원에게 탈퇴하라는 서신을 보냈다. 또 다른 학부모단체는 전교조 교사들이 근무하는 학교에 와서 탈퇴하라는 집회를 하고 학생들에게 전교조를 비방하는 선전물을 나누어주기도 했다.


태그:#조전혁, #한나라당, #전교조, #명단공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