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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문디 자슥아. 니 뭐한다꼬 사서 고생하노?"

"엄마는 참! 젊으니까네 사서도 고생 해봐야제"

 

위의 대화는 흰돌리마을에 방문한 YGK(통일국토대장정)의 한 청년의 말이다. 국토대장정 하면서 자신의 엄마와 통화한 내용을 들려준 거다. 그렇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엄마 입장에선 어디 그런가.

 

사서 고생하는 거 맞았다

 

자세히 보니 남 청년들은 물론이고, 여 청년들의 발에도 파스와 붕대가 여기저기 붙어 있다. 하루에 25km씩 걸었으니 무리도 아니다. 샤워도 제대로 못해서 땀 냄새가 진동을 한다. 틈만 나면 칼잠, 새우잠, 쪽잠 등을 잔다.

 

한 청년은 내리막을 내려오다 굴렀단다. 안성의 서쪽 입구인 배티고개를 넘다가 내리막에서 다리가 풀려 일어난 일이다. 그 청년은 다리가 삐어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완주하겠다"며 의지를 밝힌다.

 

이렇게 사서 고생하는 젊은이들은 7월 11일에 통영에서 출발했다. 안성에 도착한 오늘이 14일 째다. 이제 남녀를 무론하고 노숙은 단련되었고, 거리 식사는 기본이 된듯하다.

 

3일차에 40여명이 중도 하차하기도 해.

 

"3일차가 최고 고비였어요. 머무를 학교에 한 시간 먼저 도착한 게 화근이었어요. 낮 12시의 폭염 속에 1시까지 주위를 맴돌다가 픽픽 쓰러지는 청년이 나왔죠. 그 많은 인원이 쉴 그늘이 절실했었요. 겨우 오후 1시에 학교 문이 열렸지만, 대원들의 원망은 하늘에 다다랐고. 결국 그 날을 기점으로 40 여명이 중도하차했죠. 최대 고비였습니다."

 

이 말을 하는 이 팀의 조용현 대장은 아직도 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은 듯하다. 책임지고 인도하는 리더의 고독함을 이날 200% 맛본 셈이다. 처음 통영에서 224명이 출발했다가 이젠 180명 정도가 남았다.

 

이 행사에 참가하는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스텝이 되어 사전 기획을 한다. 모두 개인 전화나 가정전화로 대학교, 직장 등에 홍보와 섭외를 한다. 그러다보니 실수 연발이다. 국토대장정 할 때는 순간순간 의외의 상황도 다가온다. 리더와 스텝은 매순간이 긴장의 연속이다. 하지만 실수하면 어떠랴. 그게 청년들의 아름다운 권리가 아니던가.

 

 

"이젠 온 게 아까워서라도 포기 못해"

 

땅바닥에 앉아 쉬고 있는 두 여 청년에게 물었다.

 

"왜 이 짓하느냐?". 

"젊었을 때 사서 고생하고 싶어서다."

임미진 양이 서두에 말한 남 청년과 대답이 똑같다.

"그만두고 싶지 않느냐?"

"매일 순간순간 그렇다"

"그런데 왜 포기하지 않느냐"

"쉬는 시간엔 잊어버린다. 그리고 온 게 아까워서라도 이젠 포기 못한다."

김다솜 양의 대답이다.

 

7월 30일이면 남쪽에서 10개 루터를 통해 출발한 2400여명의 대원들이 서울에 집결한다. 통영 출발 팀은 10개 팀 중 한 팀이다. 자그마치 10개 팀이 대한민국 남단의 각자 다른 코스에서 출발해서 서울에 집결해 함께 임진각을 간다는 시나리오다.

 

통영 출발 팀도 틈만 나면 공연 준비다. 그들은 국토대장정의 애환을 담은 뮤지컬을 공연할 예정이다. 한 여 청년이 노래를 부른다.

"그래요 난 할 수 있어요. 저 무거운 배낭도 난 묶을 순 없죠. 임진각(최종 목적지)에서 만날 그날을 위해"

가요 '거위의 꿈'을 패러디한 가사다. 난 할 수 있다는 가사에 결연한 의지가 보인다.

 

"여러분에게 삶의 터닝 포인트가 있나요. 어찌됐건 터닝 포인트는 여러분이 만드는 거예요"라는 한 청년의 대사는 그들의 각오를 담았다. 이 국토대장정을 통해 삶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보겠다는 거 아닌가. 

 

"이거 하고 나면 철들어요"

 

조용현 대장의 말에 의하면 이거 하고나면 철든단다. 자신의 삶을 개척하려는 의지도 강해지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많아진다고. 벌써 각오가 남다르고, 몸으로 고생하니 철만 들겠는가. 이제 어떤 일이라도 해낼 자신감이 왕창 붙지 않았을까.

 

이날 안성 흰돌리마을을 방문한 그들은 옥수수 수확, 마을 길 풀뽑기 등의 봉사를 하고는 다음 장소로 떠나갔다. 8월 2일이면 최종목적지인 임진각에서 2400여명이 모여 통일을 기원한다하니 한마디로 "너희들 정말 멋있다".

 

한편, 현재 통일국토대장정 10기를 추가모집하고 있다. 원하는 20대 젊은이들은 지금 바로 YGK 홈페이지(http://www.ygk.kr/)에 문을 두드려라. 성질 급한 청년은 전화 (02-786-7142)로 해보라. 10기가 굳이 아니더라도 11기가 있을 것이니 일단 사서 고생할 준비를 해보라.

 

 

덧붙이는 글 | 이 방문은 지난 7월 25일에 이루어졌다


태그:#국토대장정, #YGK, #안성, #흰돌리마을, #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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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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