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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에코피스 아시아'가 현대자동차 그룹의 후원을 받아 4년째 진행하고 있는 차깐노르 사막화 방지 사업을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취재하고 왔다.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차깐노르 호수 등 내몽고자치구의 마른 호수들은 매해 봄마다 찾아오는 '불청객' 황사의 발원지로 알려졌다. [편집자말]
여의도 면적 15배에 달하던 차깐노르 '큰' 호수는 지난 2002년 경 완전히 말랐다. 빗물은 소금기로 덮인 땅에 젖어들지 못하고 흘러간다. 알칼리성 토양을 견디는 감봉이 빗물이 흐른 흔적을 따라 싹을 틔웠다.
 여의도 면적 15배에 달하던 차깐노르 '큰' 호수는 지난 2002년 경 완전히 말랐다. 빗물은 소금기로 덮인 땅에 젖어들지 못하고 흘러간다. 알칼리성 토양을 견디는 감봉이 빗물이 흐른 흔적을 따라 싹을 틔웠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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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기가 하얗게 올라와 있었다. 수차례 발로 땅을 굴러봤지만 딱딱하게 굳은 하얀 대지는 깨지지 않았다. 중국 내몽고자치구 시린꺼러멍 아빠까치의 차깐노르 호수. 40년 전만 해도 물이 가득 차 있던 호수가 황량한 밑바닥을 드러냈다. 호수를 둘러싸고 펼쳐진 광활한 녹색초원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차깐노르 호수는 현재 제방에 의해 두 개의 호수로 나뉘어져 있다. 모두 합치면 여의도 면적의 24배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였다. 그러나 이 중 총 면적 80㎢의 '큰' 호수는 바짝 말라버렸다. 총 면적 30㎢의 '작은' 호수의 수위도 점차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주민들은 1960년대 후반만 해도 큰 호수의 수심이 약 10m 정도였다고 기억했다. 평생을 이 지역에서 산 우윈고아(50)씨는 "양과 소, 사람이 물을 마실 수 있었고 물고기도 잡고 멱도 감던 곳"이라며 "아주 오래 전에는 매년 6월 말 나담 축제(몽골족 전통 축제)가 열릴 때 은괴를 호수신에게 바쳤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지역민에게 신성시되던 호수가 마르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다. 점차 낮아지던 큰 호수의 수위는 2000~2002년 3년 간 가뭄이 지속되면서 완전히 말라버렸다. 중국 내몽고자치구의 급격한 산업화와 온난화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문제는 호수 바닥 위로 드러난 하얀 소금기, 즉 알칼리성 호분(鎬粉)이다. 매해 황사가 발생할 때마다 알칼리성 호분이 흙먼지와 함께 섞여 북경과 한반도로 날아든다. 차깐노르 호수만이 아니다. 차깐노르 호수처럼 사막화 된 동우치의 우라까이꺼삐 호수, 허베이성의 안꾸리노르 호수, 시린꺼러멍의 달리노리 호수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베이징사범대학과 중국지리과학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황사는 식생 저하, 성장 장애 등을 초래하는 이른바, '소금 황사(알칼리성 황사)'다.

과거 시런꺼러 초원, 쿤산다크 사지와 함께 황사를 막았던 동아시아의 '생태 장벽' 차깐노르 호수가 이제 주변의 초원을 파괴하는 '황사의 진원지'가 돼 버린 것이다.

"까만 옷을 입고 나가면 하얗게 돼서 집에 돌아왔다"

박상호(43) 에코피스 아시아 중국사무소 소장이 위성사진을 이용해 차깐노르 호수의 사막화와 파종사업 진행 정도를 설명하고 있다. 하얗게 보이는 곳이 완전히 말라버린 차깐노르 큰 호수다.
 박상호(43) 에코피스 아시아 중국사무소 소장이 위성사진을 이용해 차깐노르 호수의 사막화와 파종사업 진행 정도를 설명하고 있다. 하얗게 보이는 곳이 완전히 말라버린 차깐노르 큰 호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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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황사를 가장 먼저 맞는 이들은 현지 목축민이다. 차깐노르 호수가 위치한, 홍치 가차(촌락)장 이떨꽁(34)씨는 "황사가 부는 4~5월 경 까만 옷을 입고 나가면 하얗게 돼서 집에 돌아온다"며 "얼굴에도 하얗게 분진이 묻고 눈도 벌겋게 충혈된다"고 말했다.

소금 황사는 초원의 식생도 악화시켰다. 이씨는 "하얀 분진이 시멘트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땅은 비가 오더라도 바로 흡수하지 못한다, 빗물이 지표수처럼 흘러간다"며 "차깐노르 호수가 거의 말라버린) 2000~2001년경부터 알칼리성 분진이 날아왔다"고 기억했다.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은 몇 년 전부터 시작됐다. 에코피스 아시아는 지난 2008년부터 현대자동차 그룹의 후원을 받아 차깐노르의 마른 호수에 내염 식물인 감봉(나문재속 식물, 한국의 방석나물과 유사)을 심고 있다. 해안가나 갯벌 등 알칼리성 토양에서도 뿌리를 내리는 감봉을 심어 말라버린 호수를 초지로 바꾸려는 장구한 생태복원 계획이다. 에코피스 아시아는 오는 2012년까지 말라버린 호수 전체 면적 80㎢ 중 50㎢에 감봉을 심을 계획이다.

에코피스 아시아의 작업은 현지 목축민들과 공동으로 진행된다. 현지 목축민들이 겨우내 얼었던 땅이 봄에 녹아 부드러워지면 감봉을 파종한다. 1년생인 감봉은 최대 80㎝까지 자라나 줄기만 남기고 씨앗을 주변으로 흩뿌린다.

감봉은 말라버린 호수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흙·모래 등이 황사에 쓸려 날아가지 않도록 붙잡는 역할을 한다. 수명을 다한 뿌리와 줄기도 모래바람을 막고 주변에 토양을 쌓는 데 도움을 준다. 감봉 외 다른 초원의 풀씨도 안착시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에코피스 아시아는 이같은 감봉의 효과를 증대시키기 위해 '사장(沙障)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쿤산다크 사지의 죽은 버드나무 가지를 이용해 감봉의 역할을 대신할 바람벽을 세우는 것. 에코피스 아시아는 지난 2008년부터 한국대학생들로 구성된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과 함께 파종 및 사장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13일부터 8박 9일 동안 100여 명의 한국 대학생들이 사장작업에 참여했다.

에코피스 아시아와 현지 목축민들이 지난 2010년 파종한 감봉이 스스로 씨앗을 퍼뜨려 군집을 이루고 있다. 군데군데 보이는 마른 줄기들이 모래바람을 막는 장벽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푸른 감봉과 하얀 소금땅이 뚜렷하게 대비를 이룬다.
 에코피스 아시아와 현지 목축민들이 지난 2010년 파종한 감봉이 스스로 씨앗을 퍼뜨려 군집을 이루고 있다. 군데군데 보이는 마른 줄기들이 모래바람을 막는 장벽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푸른 감봉과 하얀 소금땅이 뚜렷하게 대비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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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성과는 눈으로 쉽게 확인됐다. 최근 2~3년 간 파종을 한 지역에는 감봉이 줄지어 무수히 자라나 있었다. 감봉 사이로 보이는 하얀 소금기가 무색할 정도였다. 처음 싹을 틔웠던 감봉이 이후 스스로 씨앗을 주변에 퍼뜨려 피어낸 결과였다.

물론 사업 초기엔 시행착오 과정도 적지 않았다. 에코피스 아시아 측은 사업 기지로 형성한 게르(몽골 전통 가옥) 지역과 가까운 호수 남서쪽에 감봉을 파종을 했다가 황사 바람에 종자를 다 날려보내기도 했다. 현지 목축민들이 기르는 낙타들이 감봉을 뜯어먹거나 짓밟는 일도 있었다. 

쩡바이위(64) 에코피스 아시아 중국 자문위원은 "파종 초기에는 바람이 너무 세서 종자를 뿌려도 다 날아가기 일쑤였다"며 "그러나 사장 작업을 시작한 이후 모래와 흙이 많이 쌓여 감봉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에코피스 아시아는 1단계 사업으로 감봉을 활착시킨 뒤, 2단계 사업으로 다년초인 감모초 파종에 나설 계획이다. 다년초인 감모초의 경우, 같은 내염 식물이면서도 뿌리만 있으면 몇 년 간 생존이 가능하다.

성공률 낮은 '나무심기' 대체할 수 있는 사막화 방지 방법 될까

차깐노르 사막화 방지 프로젝트를 후원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그룹의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 소속 한국 대학생들이 사장(沙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차깐노르 사막화 방지 프로젝트를 후원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그룹의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 소속 한국 대학생들이 사장(沙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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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현지의 토종 식생(감봉)을 이용한 에코피스 아시아의 사막화 방지 프로그램은 지난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방풍림·방사림 조성사업을 대체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막의 주변부에 대규모의 나무를 심는 기존의 방식은 지속적인 수량 공급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지금 조성된 방풍림·방사림의 활착률도 상당히 낮은 편이다. 타지의 생태종 유입으로 현지의 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에코피스 아시아는 현지의 토종 식생을 이용한 사막화 방지 사업의 새로운 전범을 보이고 있다. 에코피스 아시아가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감봉을 파종한 지역은 약 26㎢, 이 중 감봉이 성공적으로 활착한 지역은 약 19.8㎢ 정도 된다. 즉 기존의 조림사업에 비해 '활착률 75%'의 높은 성과를 거둔 셈이다. 

박상호(43) 에코피스 아시아 중국사무소 소장은 "사막에 나무를 심는 게 아니라 초원을 사막화되지 않도록 보존하는 게 올바른 사막화·황사 방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식생이 자랄 수 없게 된 사막이 아니라 초원을 보존하면서 '방어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방풍림·방사림 조성에 힘을 쏟고 있는 중국 정부가 기존 정책의 방향을 전환할 때 우리의 사례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에코피스 아시아는 현재 중국 및 몽골지역에서 사막화 방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국내·외 NGO와의 교류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삼열(70) 에코피스 아시아 이사장은 "이 사업은 다른 사막화 방지 프로젝트에 비해 실험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며 "중국·내몽고 지역의 사막화, 특히 마른 호수의 사막화를 방지하는 결정적인 열쇠를 풀 수 있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열릴 경남 창원 UN사막화방지협약 당사자총회가 주요한 무대라고 생각된다"며 "우리는 차깐노르 사막화 방지 프로젝트의 성과를 중간보고 한다는 계획으로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태그:#사막화, #황사, #차깐노르 호수, #에코피스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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