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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한진중공업 청문회 개최와 정리해고 철회, 전교조 공무원 정치탄압 중단, 정치자금법 개정, 유성기업 직장폐쇄 철회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하자,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과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권영길 의원,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농성장을 찾아 지지하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한진중공업 청문회 개최와 정리해고 철회, 전교조 공무원 정치탄압 중단, 정치자금법 개정, 유성기업 직장폐쇄 철회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하자,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과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권영길 의원,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농성장을 찾아 지지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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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게 말이야, 계~속 들이밀고 들어오는 식인 거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거지. 민노당 당권파는 자기들이 우위에 서서 받아들이는 거라 생각하겠지만…. 물론 참여당과 통합하면 내년 선거에서 정당지지도가 오르겠지. 비례대표 의석을 늘릴 수 있다고 봐요. 결국 그거 아니겠어요? 그러나, 진보통합을 그렇게만 본다면 이건 곤란한 거야."

한 진보정치인이 그간 마음속에 꾹꾹 눌러두었던 속내를 슬쩍 꺼냅니다. 겉은 최근 진보통합에 가장 적극적인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를 겨냥하는 것이지만, 속은 딜레마에 빠진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를 걱정하는 눈치입니다.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과 통합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민참여당과도 통합하겠다는 일종의 '동시패션' 전략을 세운 것 같은데 그건 결과적으로 죽도 밥도 아닌 게 될 수 있다는 우려인 것입니다.

딜레마에 빠진 이정희

제가 보기에 최근 진보통합에 가장 적극적인 사람은 유시민 대표입니다. 진보진영으로부터 끊임없이 의심을 받으니, 진심을 보여주겠다는 그는 계속 '벗습니다'. 지난 5일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을 찾아가 한미FTA 추진에 대해 "제가 대통령이었다면 한미FTA를 그렇게 하자고는 못했을 것 같다고 에둘러서 말씀 드린다"고 사과했습니다. 진보대통합에 합류하고자 하는 유 대표의 '의지'를 보여주는 일인 것이지요.

그가 전농을 찾아가 그런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친노 진영에서는 분루를 삼킵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굴욕적인 러브레터"라고 비판합니다. 유 대표가 어디까지 가는지 지켜볼 일이라며 이를 꽉 깨물기도 했지요.

그러나 진보진영은 이걸로 만족할 기세가 아닙니다. 김세균 진보교연 대표는 <프레시안> 기고에서 "유시민이 진보진영과 정말 함께 하고 싶다면 과거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차기 대선 후보 포기와 같은) 그런 반성의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나는 신자유주의자인 적도 없고 지금도 아니다'라는 말 한 마디로 진보와 신자유주의 경계를 허물려는 것은 정치적 사기"라고 비판했지요.

차기 대선후보 포기. 김 교수는 아킬레스건을 건드렸습니다. 조건을 걸었고, 그 조건을 받아들이면 반성이나 진정성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습니다. 유 대표는 그 조건을 흔쾌히 타고 넘습니다.

지난 14일 이정희 대표와 함께 한 대담집 <미래의 진보> 출판기념회에서 또 자기 고백을 했습니다. "차기 대선 출마 포기 같은 걸 하면 통합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저한테 피선거권은 있지만 무조건 출마하는 식의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겠다"고 말이죠.

진보 쪽에선 내심 '이 정도는 못 받을 것이야' 하지만, 유 대표는 그 조건을 타고 넘습니다. 조건을 걸고 자백을 받아내는 식이 좋은 것이냐 하는 것은 논외로 친다 하더라도 여기까지 흘러온 마당에 유 대표와 참여당을 진보진영이 외면할 수 있을까요?

▲ 강기갑 "고마 탁! 안아버리면 좋겠는데..." 이 동영상은 '국민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을 말한다' 행사 중 정치토크 1부의 내용을 담고 있다.
ⓒ 오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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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고마 탁! 안아버리면 좋겠는데 그 고백을 못하네!"

18일 오후 안양시청 대강당에서는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 경기본부(준)'이 주최하는 '국민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을 말한다' 정치토크쇼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 유시민 대표와 강기갑 민노당 의원이 참석했지요. 두 사람 진보통합을 두고 상당한 설전을 벌였습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지역에 가보면 국민참여당 활동가들, 와 이거 함께 하면 정말 좋겠다! 이런 분들이 상당히 많다"며 "그러나 지금 제일 고민스러운 게 우리 손잡고 멋지게 한번 해보십시다! 이런 말을 못하는 심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강 대표는 "참여당이 진보대통합에 도움을 주면 좋겠는데 상당히 어렵게 작동하고 있다"며 "참여당이 진보 대통합을 어렵게 하는 장애요인으로 작동하는 한, 수평적으로 동시 통합(진보신당-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하는 것은 아, 이건 아니다, 어렵구나, 이런 판단이 된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는 "아이구, 마. 우리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 하고 탁 안아 버리면 좋겠는데 그 고백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대중적 진보정당을 위한다면 우선 진보신당과의 선 통합을 도와줘서 깔끔하게 마무리하게 해주고, 그 뒤에 단계적인 대중진보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소위 '단계적 진보대통합론'입니다.

이에 유 대표는 "진보통합 관련 6개월 넘게 대화하면서 느낀 점 중 가장 가슴 아픈 것이 있다"며 "민주노동당 입장에서는 참여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이니까 가해자로 생각하지만 우리도 피해자이긴 마찬가지"라며 입을 뗐지요.

그는 "참여당 당원들 마음속에는 17대 국회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망하게 함으로써 당신들이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구심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쪽(참여당)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강기갑 의원이 참을 리 만무하지요. 곧바로 반격에 나섰습니다. 강 의원은 "당시 민주노동당이 노무현정권을 망하게 함으로써 상대적 이익을 누리려고 일부러 헐뜯었다니 그렇게 평가하면 안 된다"며 "분명히 말할 것은 당시 노동자와 농민들이 절규한 것은 우리 민중의 눈물과 한숨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무엇보다 강 의원은 "원수한테 배신 당하면 실망을 많이 하지 않지만, 동지에게 배신 당하면 엄청난 분노가 생긴다"며 "동지였던 참여정부에 대해 상대적으로 민중진영이 분개했던 건 사실이고, 또 마치 진보진영이 노무현정부를 망하게 하려는 것처럼 보였을지는 모르지만 실제 그런 생각을 갖고 반대하고 싸운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곧장 유 대표는 "강 의원님 말대로 그렇게 보였을 수 있지만 그런 마음은 아니었다는 말씀 진심으로 듣겠다"며 "우리도 설혹 노무현이 배신하고 신자유주의에 휩쓸려 해코지를 하는 것처럼 보였을 수 있지만 그렇게 하려고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겠다"고 답변했습니다.

▲ 유시민 "진보정당이 노무현정권을 망하게 함으로써 이익을..." 이 동영상은 '국민과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을 말한다' 행사 중 정치토크 2부의 내용을 담고 있다.
ⓒ 김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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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된 유시민 "너는 민주당에 가라 하는데"

양 진영 간의 오해가 풀리는 순간인 것일까요? 유 대표는 한 번 더 강조합니다. 아주 오래 전의 일을 꺼내서 말이지요. 들어보시겠습니다.

"사람들이 자꾸만 저한테 당신은 민주당 가서 하지 왜 자꾸 따로 나와서 그러느냐, 이렇게 말씀들 하십니다. 생각해보면 저도 1987년 평화민주당에 막 들어갔을 때, 그러니까 그때는 재야운동권들이 야당에 막 들어갈 때였지요. 김대중 총재께서 성수대교 아래 둔치에서 유세하면서, 재야운동권 여러분! 전부 평민당에 들어오세요! 그냥 맨바닥에서 시작하기 어렵고, 또 우리가 공천도 많이 줄 테니 경험 쌓고 실력 길러 자기의 당으로 가시라, 그랬습니다.

실제 DJ는 재야운동권에 공천을 많이 줬습니다. 20년 넘게 그 당에서 국회의원 수십 명이 배출됐고, 저도 국회의원도 해보고 장관도 해봤지만, 들어갔던 재야운동권들이 원래 하고 싶었던 진보당은 되지 않았어요. 민주당에서 해가지고는 더 이상 진보당은 못할 것 같다, 국정경험도 쌓았지만, 그건 아니다, 나도 이제 젊었을 때 내가 하고 싶었던 진보당을 하면 안될까. 맨바닥에서 건설해보려고 노력한 사람들과 국정경험도 쌓아본 우리가 힘을 합치면 어떨까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는 청중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날 정치토크쇼는 결과적으로 잘 마무리가 됐습니다. 이런저런 비판이 있기는 했고, 아직 못 미더워하는 여지도 남았지만, 그래도 큰 틀에서 함께 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만들어가는 중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진보진영입니다. 혹시 지금 진보통합의 스텝이 꼬인 건 아닐까요? 새로운 진보통합정당의 역사는 민주노동당 창당의 역사를 되짚어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건 아닐까요? 어디서부터 패가 꼬였는지 되짚어 보고, 꼬인 매듭을 찾아 풀어내고, 어느 지점에서 새로 합할 것인가 판단해야 하는 건 아닐까요?

9일 오후 부산역광장에서 열린 '희망과 연대의 콘서트'에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와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 국민의 명령 문성근 대표 등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노찾사(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광야에서'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
 9일 오후 부산역광장에서 열린 '희망과 연대의 콘서트'에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와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 국민의 명령 문성근 대표 등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노찾사(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광야에서'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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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진보통합정당, #강기갑, #유시민, #참여당, #민주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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