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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2일 박자은 한대련 의장을 시작으로 광화문 광장 앞 반값등록금 실현 촉구를 위한 릴레이 1인시위가 계속되었다. 이 릴레이 시위에서 반값등록금을 원하는 대학생 참가자들은 물론 학부모들, 야당 정치인, 소셜테이너 등 각계 각층에서 피켓을 들었다. <청춘은 연대한다>는 Yess(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 소속 대학생들이 50일간 이 시위를 취재하여 쓴 글들을 모았다. 이에 더불어 반값등록금을 지지하는 선배들의 메시지도 전달한다. 이 책에서 필자가 뽑아낸 키워드는 다음의 다섯 가지이다.

 

[키워드 1] 우리가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던 이유

 

물론 등록금이 너무 비싸서이다. 잘 알려져 있듯 한국의 등록금은 OECD 국가들 중 두 번째로 높다. 하지만 등록금이 가장 비싼 미국의 경우 사립대가 약 33%인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사립대가 약 78%를 차지한다. 이와 더불어 GDP 대비하였을 때 서민들의 체감 등록금은 한국이 가장 높다.

 

그렇지만 등록금 문제가 비단 돈 문제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이 등록금 문제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과 꼭 닮아 있다. 등록금'쯤'이야 부담이 되지 않는 대학생들은 열심히 스펙도 쌓고 경험도 쌓고 놀 수도 있다. 하지만 등록금 때문에 가계에 부담이 되고, 부모님께 죄송하고, 결국 대출을 받는 대학생들은 열심히 알바를 할 수밖에 없다. 수업이 끝나면 곧장 일터로 달려가 일을 하고 다음날은 힘들어 공부도 놀기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생활이 반복된다. 그리고 결국은 삶을 포기 할 수밖에 없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모습은 슬프게도 우리 눈에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다. 시시껄렁한 드라마를 보더라도 돈 많은 사람들은 여유로운 삶을 즐긴다. 돈 없는 사람들은 치열한 삶을 살아간다. 물론 여유로움과 치열함에 대해 가치판단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치열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모습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대학생들은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등록금에 대한 소극적인 대처로는 자신의 삶이 더 이상 나아지지 않는 것을 자각해 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거리로 나섰다. '제발 도와달라. 우리는 벼랑 끝에 서있다. 벼랑 끝에 선 우리를 밀어버리지 말라. 공약을 이행해달라.' 비단 돈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라는 절박한 국민의 목소리인 것이다.

 

[키워드 2] 청춘은 진정 연대하고 있는가

 

하지만 모든 대학생들이 등록금 시위에 적극 동참하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97%의 대학생들이 '등록금이 비싸다.'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반값등록금을 원하지만 이를 위해 스스로 시위의 현장에 나가는 것을 꺼려하는 대학생들이 있다. 아니 어쩌면 '싫어한다'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수도 있다. 등록금 정책은 정부가 하는 일이지 그것을 꼭 대학생들이 정치 세력과 연합하여야 하냐는 의견이다.

 

이러한 대학생들의 정치적 무관심, 그보다는 정치로부터의 도피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이 유형의 친구들을 많이 접한 필자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감당하기 힘든 사회적 압박감' 쳇바퀴를 쉴 새 없이 굴리는 통 안의 다람쥐처럼 너나 할 것 없이 경쟁에 지친 대학생들. 그들도 물론 등록금 걱정을 한다. 아르바이트를 한다. 또 스펙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경쟁논리에 찌든 대학 사회 안에서 그들은 사회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없다. 그들은 이 압박감에서 도피하고자 보다 재밌는 유흥거리를 찾고 자극적인 것에 열광하며 술집으로 향할 뿐이다. 결국 대학가 술집 사장님의 형편만 나아질 뿐이고 대학생들의 현실은 나아지지 않는다.

 

물론 정말 등록금을 상관없어 하는 대학생들도 있다. 실제로 필자의 대학에서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비상총회를 열 때, 필자는 친구에게 같이 비상총회에 갈 것을 권유했다. 그러자 그 친구의 대답은 "우리 집은 등록금 안 내려도 상관없는데"라는 것이었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이런 대답을 하게 만들었는가. 왜 대학생들은 진정 연대하려 하지 않는가.

 

 

[키워드 3] 결국 교육의 공공성

 

등록금이 힘든 대학생들도, 등록금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학생들도, 등록금은 우리가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대학생들도, 등록금과 상관없다는 대학생들도 결국 한국 교육의 공공성과 관련 있다. 나아가 이는 현대 사회의 복지와 맞닿아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예산은 4조6000억 원으로 GDP의 0.6% 정도라고 한다. 이는 OECD 국가 평균에도 한참 부족한 액수이다. 교육예산을 늘려 등록금을 정부에서 반액 지원하라는 국민의 요구는 평균만이라도 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의 특성'상 국방비가 많이 소요되며 북유럽식의 복지는 우리나라에 맞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반값등록금에 반대하는 주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 '교육'이라는 것이 이것 봐주고 저것 봐주고 하여 저만치 뒤로 물러나 있어야 하는 후순위자라는 것인가에 대해 다시 반문하고 싶다. '한국의 특성'을 들어 말하더라도 현재 대한민국에서 대학은 소수의 사람들만 향유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어섰다. 이 상황에서 높은 대학진학률이 옳으냐, 그르냐의 논박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이미 그러한 한국 사회에서 교육의 공공성을 확립하는 일이다.

 

한국 사회의 교육 공공성이 얼마나 피폐해졌는가를 대변해 주는 일화가 있다. 모교의 한 교수님은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우리 학교의 대학생이라면 등록금 집회에 나가지 말아야 한다. 우리 학교를 졸업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큰 혜택을 받는데 등록금이 비싸다고 투덜대느냐"라는 논리였다.

 

더 이상 교육을 경제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기업 맞춤형 인재, 대학의 기업화, 인문학의 사망 문제는 국가가 교육관을 바꾸지 않으면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국가는 국민의 교육에 대한 의무가 있다. 국가의 발전을 위한 거름과도 같은 교육만큼은 악랄한 경제 논리가 범할 수 없는 성전으로 남아야 한다.

 

[키워드 4] 대학생들이 정치적이어서는 안 된다?

 

혹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반값등록금 주장은 2012년을 대비한 포퓰리즘이 아니냐', '대학생들을 이용한 선거 전략이 아니냐'라고 말이다. 그들 주장의 기저에는 대학생이 정치 세력화되는 것에 대한 거부 심리가 내재한다. '생각 없는 대학생들', '너희들이 낄 자리가 아니야'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진정 이런 것인가.

 

물론 오늘날의 대학생들의 사고와 가치관이 아주 훌륭한 것은 아니다. 1970, 1980년대 민주화를 이끌었던 386세대의 대학생들처럼 언제나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갈망하고 조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문화는 사라졌다. 하지만 오늘날의 대학생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이유에 대해 관심 가져주지도 않은 채, '무조건 너희는 안 돼'라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 해 보인다.

 

작년 한 케이블 방송의 토론 프로그램에서 '20대 개새끼론'과 관련한 논쟁이 있었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정치에 무관심한 대학생들을 비난하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대학생 옹호자의 주장으로 '오늘날의 대학생들은 다른 문제에 더 관심이 많다'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의 상황을 분석하는 것과 무엇이 옳은 일인가에 대해 말하는 것은 분명 다른 것이다.

 

분명 오늘날 정치에 무관심한 대학생들의 형태는 옳지 않다. 하지만 '그래서 너희는 안돼'라고 주홍글씨를 새기는 것은 더 옳지 않다. 반값등록금 문제는 조금씩 그리고 서서히 대학생들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 대학생들이 다시 정치세력화되어야 할 때가 왔다. 모이고 모여서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높이자. 대학생들의 투표율이 견제대상이 될 때까지 우리는 모여야 할 것이다.

 

[키워드 5]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희망

 

다시 우리가 거리로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흑색비방을 들어가며 거리로 나선 정치인들, 연예인이 무슨 사회적 발언이냐는 비난을 무릅쓰고 거리로 나선 연예인들, 그리고 시험기간에 책을 덮어가며, 알바하느라, 스펙 쌓느라, 공부하느라 없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거리로 나선 우리 대학생들. 그들은 왜 거리로 나왔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다. 그 가능성을 위해 오늘도 우리는 소리친다. 등록금 집회에서 나온 누군가의 발언처럼 "다같이 행복해야 행복한 거니까. 그래야 대한민국이 행복한 나라가 되니까."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해 그들은 오늘도 거리로 나설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청춘은 연대한다>(안치용 외 씀, 프로네시스 펴냄, 2011년, 11000원)
* 박의연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청춘은 연대한다 -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교육 평등을 꿈꾸며

안치용 외 지음, 프로네시스(웅진)(2011)


태그:#등록금, #청춘은 연대한다, #반값, #광화문, #1인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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