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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장관 출신으로 수천억의 적립금을 숨겨두고 자기 돈처럼 쓰고 있는 김종식의 명문대학이 등장하는 드라마 <시티헌터>
 교육부장관 출신으로 수천억의 적립금을 숨겨두고 자기 돈처럼 쓰고 있는 김종식의 명문대학이 등장하는 드라마 <시티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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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사부일체><공공의적2><시티 헌터>의 공통점은?

어렵지 않게 알아맞힐 수 있는 이 문제의 정답은, 비리 사학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영화 <두사부일체>에는 학생 성적을 조작하고 학교돈을 떼어먹는 상춘만의 상춘고가, 영화 <공공의적2>에는 정치인들과 유착하여 사학비리를 일삼는 거짓교육자 한상우의 명선재단이, 최근 방송되고 있는 SBS의 <시티헌터>에는 교육부장관 출신으로 수천억의 적립금을 숨겨두고 자기 돈처럼 쓰고 있는 김종식의 명문대학이 나온다.

이 영화나 드라마가 왜 인기가 있었을까?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사람치고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졸업을 하기까지 사립학교를 경험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또한 만연한 사학비리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크다는 점에서 <두사부일체>의 계두식(정준호 분), <공공의적2>의 강철중(설경구 분), 그리고 <시티 헌터>의 이윤성(이민호 분)이 비리사학의 이사장을 혼내 줄 때 우리 국민들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우리 국민들에게 영화와 드라마 속 상춘고와 명선재단, 명문대학으로 나타난 비리사학은 자신과 자녀들이 다녔던 학교일 수 있고, 그 이사장인 상춘만과 한상우 그리고 김종식은 가공인물이 아니라 2011년 대한민국의 현실에 살아있는 실존인물이라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연일 계속 터지는 사학비리의 끝은 어디인가?

서울교육청(곽노현 교육감)은 아버지, 어머니, 아들 2대가 이사장과 교장을 하면서 부정입학과 공금횡령 등 100억대 비리를 저지른 청숙학원(서울외고), 바지사장을 내세워 유령급식업체를 운영하면서 8억에 이르는 급식비를 횡령한 혐의로 기소되고 학교의 비리를 고발한 교사를 2번이나 파면시킨 상록학원(양천고), 아버지가 수억원을 횡령하여 감옥을 가면서 이사장에 앉은 아들이 다시 각종 부정과 학교 매각 의혹을 받고 있는 진명학원(진명여고), 학생 장학금을 목사 전별금으로 쓰고, 하지도 않은 공사를 한 것처럼 속여 국고 지원금을 횡령한 숭실학원(숭실중·고)에 대해 15일, 임원 취임승인 취소 처분을 결정했다.

지난 6월 7일 임원 전원에 대해 승인 취소 지적을 받은, 이사장 선친의 묘소에 교사들을 동원하면서 교수학습지원비라는 명목으로 학교 돈을 갖다 쓰고, 허위 서류를 꾸며 공사비를 횡령한 충암학원(충암중·고)는 이번 발표에선 빠졌다.

대학들은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14일 대법원은 부산의 대표적인 사학으로 알려져 있는 동아대(동아학숙) 정휘위 이사장에게 대학 병원장을 연임시키는 대가 등으로 1억원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억원의 유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지난 6월 민정당 국회의원과 장관을 지낸 정아무개씨가 설립한 여주대학(동신교육재단)의 아내와 아들은 이사장과 총장을 하면서 학교카드로 룸살롱 등 유흥업소 출입, 공항 면세점 쇼핑, 이사장 아버지 묘지 관리 등에 지출한 것이 적발되어 물의를 일으켰다. 이 대학 이사장(현 총장)은 이미 작년에도 학교돈 7억 횡령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에는 장관을 지낸 유아무개씨가 설립한 명지학원에서 아들 유영구씨가 이사장으로 재임하면서 횡령 등 2500억의 사학비리로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액수는 현재까지 기록된 사학비리 중 최고 금액으로, 명지대 학생들이 6년 동안 등록금을 내지 않고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금액이라고 한다.

4월 한국승강기대학은 한나라당 전 최고의원 출신인 이강두 이사장이 총장 선임 과정에서 1억원을 수수하고 학교재산 3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되는 등 8명이 조직적인 사학비리로 기소되었다. 뇌물 제공 후보를 누르고 취임한 이 학교 총장은 MB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이며, 현재까지 교육부 대학운영자율화위원회 위원과 대학선진화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는 'MB맨'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4월 한국외대 박철 총장이 연구비 1억을 횡령함 혐의로 수사 의뢰되고, 경남의 전 이사장이 의대 편입 대가로 44억, 대학 교수 채용 대가로 2억 수수하여 구속기소되고, 열린사이버대 전 이사장이 교비 88억을 횡령하여 인터넷 사설 경마장 운영한 혐의로 지난 4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사건도 있었다.

3월 평택 국제대에서는 학교돈 381억을 횡령한 혐의로 전 총장과 이사장이 동시에 구속되었는데, 이들은 사채로 학교를 인수하여 100억대 차익을 남기고 되팔아 먹은 이른바 '학교 먹튀' 사건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2월에는 교수채용 대가로 4억의 금품을 수수하고, 교비 36억 횡령한 전 성화대학 총장이 징역 1년6월에 추징금 4억원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었다(이 대학이 바로 최근 교수 월급 13만원으로 물의를 일으킨 학교이다).

정치권의 길고 긴 사학법 대립

2005년 12월 16일 오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사학법 강행처리 무효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 강재섭 원내대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촛불을 들고 나란히 서 있다.
 2005년 12월 16일 오후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사학법 강행처리 무효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 강재섭 원내대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촛불을 들고 나란히 서 있다.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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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달아 터지고 있는 사학비리와 천정부지 대학등록금 사태를 보면서 우리 시대를 풍미했한 4명의 정치지도자들이 떠오른다.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그리고 이명박 현 대통령과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다.

이 4명의 정치지도자들은 여러가지 문제로 대립했지만 가장 극명하게 입장이 달랐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사립학교법 문제였다. 영화 <두사부일체>의 소재가 된 상문고 사태가 터진 것을 계기로 교육계는 똘똘 뭉쳐 88%라는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비리사학 척결과 족벌사학 규제를 목적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한다.

2001년 DJ 국민의 정부 시절 16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사립학교법 개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국회입법을 시도하였으나 한나라당(당시 이회창 총재)과 보수적 사학법인들의 조직적 반대로 결국 16대 국회의 종료와 함께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자동폐기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후 탄핵 후폭풍으로 열린우리당이 대거 국회에 진출한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사립학교법 개정을 다시 시도하였다. 당시 한나라당(당시 박근혜 대표)과 보수사학들은 학교 폐쇄와 신입생 거부 선언을 할 정도로 훨씬 강하게 사학법 개정을 반대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포기하지 않고 "사립학교법 개정을 위해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선언하였고 2005년 12월 국회(당시 국회의장 김원기)에서 몸싸움을 거쳐 직권상정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개방이사제와 예결산 공개, 족벌사학 규제, 교장 임기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한 개정 사학법에 대해서 박근혜 대표는 "송충이 한 마리가 온 산을 붉게 물들인다"면서 1월부터 아예 국회등원을 거부하고 장외 투쟁에 돌입하였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박근혜 의원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돈 10원도 내지 않고 영남대의 교주(校主)로 지금도 영남대 정관에 남아있고, 그 역시 최연소 사립학교 이사장으로 영남대 이사장과 이사를 지냈으며 지금은 그가 추천한 인물들이 영남대 이사장과 이사를 하고 있는 등 사립학교의 직접적 이해 당사자이다.

MB대통령도 박근혜 대표와 함께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 그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야간 촛불집회에 참가했다. 그들이 들이댄 기준에 의하면 명백한 불법이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박근혜 의원과 MB는 촛불을 들고 개정 사립학교법 반대의 최선두에 있었다. 당시 일부 개신교 목사들은 바퀴 달린 십자가를 끌고 거리로 나섰으며, 삭발을 하여 불교로 개종했냐는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사학법 논란 어떻게 결론날까

그러나 2005년 그토록 어렵게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제대로 시행도 해보기 전에 2007년 폐기되어 재개정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이것도 모자라 한나라당은 지난 총선에서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리고 지난 12월에 조전혁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사립학교법 전부 개정안을 제출했고 이군현 의원 등은 지금도 공약대로 사립학교법을 최소 2005년 이전으로 재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사학법인들은 아예 사학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압도적 우위로 보였던 사학법 논쟁이 반값등록금 논쟁으로 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사립학교의 등록금이 천문학적 액수의 사학비리와 수천억씩 쌓아놓은 적립금, 사학이 최소한의 법적 의무도 부담하지 않는 법정전입금 미납 문제 그리고 투명하지 못한 회계와 학교 운영 등의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음을 학생들과 국민들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의원은 이런 관점에서 사학법 개정을 그토록 반대하던 박근혜 전 대표의 책임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의 완승으로 끝나는 듯 했던 사학법 논쟁은 다시 안개 속으로 들어가는 듯하다. 부패사학 척결과 족벌사학 규제라는 교육공공성 강화를 주장해온 DJ와 노무현 전 대통령, 사립학교의 건학이념과 자율성 강화를 주장하며 대립해온 이들의 최종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DJ와 노(盧) 두 사람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MB는 현재권력으로, 박근혜 의원은 미래권력으로 불리며 남아있다. DJ 국민의정부와 노(盧) 참여정부 10년 과제로 길고 긴 한나라당과의 대립을 이어온 사립학교법 논쟁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론날까?


태그:#노무현, #사립학교법, #시티헌터, #박근혜,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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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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