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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머리 가격이 어떻게 책정되는지 궁금하다
 소비자는 머리 가격이 어떻게 책정되는지 궁금하다
ⓒ 윤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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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머리를 하러 미용실에 갔다. 곱슬머리인 나는 늘 '볼륨 매직'을 한다. 지금까지 여러 번 볼륨매직을 했었고 늘 8만 원 코스를 받았다. 그러나 며칠 전엔 달랐다. 헤어 디자이너가 "손님 머릿결이 너무 상해서 이대로는 안 돼요"라며 12만 원 코스를 추천했다. 난 늘 해왔던 8만 원 코스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디자이너는 숨겨왔던 화술을 뽐내며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손님, 지금 손님 머릿결은 너무 수분이 부족한 상태라서 암모니아가 들어간 시술을 받으면 더 건조해질 거예요. 그러니까 암모니아 없는 펌으로 하시고, 영양을 한 번 받아보세요" '암모니아? 과학시간에 배웠던 그 암모니아?' 디자이너의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지만 그날 난 12만 원 코스를 받았다.

머리를 한 일주일 쯤 지났고 난 아직도 4만 원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디자이너의 추천을 받아서 더 높은 금액을 지불했지만 소비자는 그 차이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미용실에서 소비자는 '정보적 약자'이다. 디자이너가 전문적인 용어를 써가며 설득하면 당해낼 도리가 없다. 도대체 미용실의 머리 가격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궁금했다.

"우린 좋은 약 써요. 그래서 비싸요"

얼마 전 머리를 했던 미용실에 찾아갔다. 머리 가격이 어떻게 책정되는지 물었다. 매니저는 "가격에 대해서는 어떤 것도 말해줄 수 없어요. 이거 가격 공개되면 손님들이 항의 할 텐데 어떻게 알려줘요"라며 곤란함을 표했다. 그래도 궁금했다. 머리 가격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부분은 어떤 부분인지 물었다. 매니저는 "약이에요. 우린 좋은 약, 비싼 약 써요. 그래서 비싼 거예요"라고 성급히 말을 줄였다.

친구의 친구 등 아는 사람을 총 동원해서 헤어 디자이너 두 명과 '미용실 머리 가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 아무개: 흔히 말하는 동네 미용실 근무/2년차]
[하 아무개: 디자이너 10명 이상의 브랜드 미용실 근무/1년차]

김씨는 동네 미용실의 머리 가격에는 '기준 금액'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내가 다니는 미용실은 어깨 기장이면 파마는 6만 원, 매직 스트레이트는 7만 원이에요"라며 "보통 지역 미용실은 기준금액이 있어서 그 이하로는 잘 안 내려가요"라고 말했다.

반면 하씨가 다니는 미용실은 달랐다. 하씨는 "내가 다니는 곳에 '기준 금액'은 없다"며  "금액은 머리 기장에 따라 달라지고, 두피 마사지나 목 마사지 같은 서비스가 추가될 때 마다 달라져요"라고 말했다.

'기준 금액'의 존재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보였지만 "약 값이 머리 가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김씨와 하씨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저렴한 약도 있고 비싼 약도 있지만 보통 동네 미용실에서는 1만 원 이하의 약을 사용한다"며 "약 보다는 기술의 차이가 더 크다"고 말했다. 하씨 역시 "미용실에서 약 값이 머리 가격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약 값의 10배는 받아야 운영이 돼요"

하씨는 "머리의 가격을 원가로 따지는 것은 정말 어렵지만 약값을 기준으로 따져보자면, 미용실은 약 값의 10배 정도를 받아야 운영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용실 운영에는 임대료와 인건비, 수도세 같은 필수 운영비와 디자이너와 스텝들을 가르치는 교육비가 필요하다"며 "이런 것들을 포함 했을 때, 약값의 10배 정도가 머리 가격으로 책정된다"고 이야기 했다.

머리 가격에 대한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또 한 가지 궁금한 점을 이야기 했다. 미용실에서 영양을 받으라고 권유하는데 영양이 확실히 효과가 있는지 여부이다.

김씨는 "영양은 대체로 파마 등 손상이 많이 되는 머리를 하는 손님에게 권유한다"며 "전문가인 우리가 보기에는 분명 효과가 있지만 손님들이 피부로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하씨도 '영양'에 대해서는 확실히 말하지 못했다. 그는 "대부분의 미용실에서 영양을 권유할 경우 효과가 있는 것이 맞지만, 간혹 이를 속이는 미용실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또 헤어디자이너들은 왜 손님에게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시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는지도 궁금해졌다.

김씨는 "손님들은 설명해 줘도 잘 모르니까 먼저 말 안 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어려운 용어를 써가며 말하면 손님들도 귀찮아하기 때문에 물어보지 않는 이상 먼저 말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반면 하씨는 본인이 다니는 미용실에서는 시술 방법과 시술 시간 등을 잘 말해준다고 이야기했다. 하씨는 "요즘에는 시술 방법이나 시술 약에 대해 물어보는 손님들이 많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시술 시간과 방법 등을 설명해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미용실 근무자와 이야기를 나눈 결과, 대부분의 미용실들이 각기 다른 정책으로 운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비자들의 혼란이 증가하는 것도 이렇게 정책이 표준화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나의 기준으로 표준화하기는 힘들어"

박은준 서경대 미용예술학과 교수에게 미용실의 가격 정책을 물었다. 박 교수는 "머리 가격에 거품이 있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머리를 하는 것은 디자이너에 의해 창조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가격을 숫자로 환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예전과는 다르게 전문 교육을 받은 미용인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전문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은준 교수에게 소비자들이 체감하기 쉽게 머리 가격에 대한 '표준화' 방안은 없는지 물었다. 박 교수는 "실질적으로 머리의 가격을 표준화 하기는 쉽지 않다"며 그 이유로 "미용실의 크기와, 디자이너의 연차·실력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한 가지 기준으로 측정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 교수는 미용실에서 시술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도 노력을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며 "프랜차이즈 미용실을 시작으로 시술 방법이나 시술 시간에 대해 안내하고 있는 미용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윤성원기자는 오마이뉴스 14기 대학생 인턴기자 입니다.



태그:#미용실, #머리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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