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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 병천면 가전1리 용연마을
 천안시 병천면 가전1리 용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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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시 병천면 가전리 일부 주민이 수백 년 이어온 주거지에서 대책없이 내쫓길 처지에 몰렸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또 이들은 천안시와 경찰 등 행정기관이 건설사의 불법행위를 감싸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병천면 가전1리 용연마을. 이 마을 주민은 조상 대대로 수백 년 또는 수십 년간 이곳에 터를 잡고 대를 이어 살아오고 있다. 하지만 이 마을 37가구 중 10여 가구 주민은 요즘 하루하루를 한숨과 불안 속에 지내고 있다. 해당 마을 주민은 오래 전부터 토지주인 회덕황씨종중에 매년 토지사용료(도지)를 내고 집을 짓고 농사를 지어왔다.

파괴되는 수백 년 거주지... 왜?

그러던 중 주민들은 지난 2007년 어느 날 토지주가 회덕황씨종중에서 (주)부경으로 변경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주)부경은 천안시에 있는 건설사다. 확인결과 이 회사는 지난 2005년 마을 토지와 임야 등 약 10만 평을 회덕황씨종중에게 사들였다. 이어 건설사가 사들인 토지에 '전원주택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주민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건설회사가 사들인 땅에는 주민 13가구 거주지와 논밭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임야 또한 마을주민이 직접 나무를 심어 가꿨다.

얼마 뒤 주민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마을주민에 따르면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고 지난 2008년 2월 당시 (주)부경 측이 주민에게 빌라를 제공하며 남은 것에 대해서는 일반분양을 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토지소유주가 바뀌면서 해당 건설사와 마을주민들이 갈등을 빚고 있는 천안시 병천면 가전리 마을
 토지소유주가 바뀌면서 해당 건설사와 마을주민들이 갈등을 빚고 있는 천안시 병천면 가전리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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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주)부경은 지난해 10월,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벌였다. 마을주민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건설사는 마을 삼거리에 설치된 가로등을 일방적으로 철거했다. 또 마을을 오가는 관습도로에 흙을 쌓아놓기도 했다.

주민에 따르면 회사 측은 한 주택을 사들여 현장사무소를 설치했다. 이어 A씨 집 주변에 심어놓은 나무를 무단으로 베어냈다. B씨 집 앞 도로에는 한때 웅덩이를 파놓았다. C씨가 거주하는 건물을 무단 철거하고 집 앞 도로에 나무를 쌓아놓았다. D씨 소유 차고를 무단으로 철거하고 수도시설을 피괴하는 한편 유실수를 베어냈다. E씨와 F씨의 집 담장을 마음대로 철거했고, G씨와 H씨 집 뒤편에 있는 오가피나무와 보리수를 베어냈다. 지난해 11월 24일에는 마을에서 공동관리하는 상여집과 상여마저 철거했다.

올 1월에는 주민이 거주하는 담장과 집 본체 등에 붉은 페인트로 '철거' 등 글씨를 큼지막하게 써놓았다. 이때에도 한 주민의 집 주변 은행나무와 살구나무가 무단으로 잘렸다. 

건설사측이 마을 입구에 게시해 놓은 경고문
 건설사측이 마을 입구에 게시해 놓은 경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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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은 "건설사 측이 지난 2008년 마을주민에게 집단택지 공급과 이주비 보상 등 약속 사실에 대해서도 '그런 일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건설사 측은 부동산신탁회사와 각각 지난해 11월 마을 주민 10여 명을 상대로 퇴거와 건물 철거, 토지인도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한마디로 거주하고 있는 집에서 나갈 것과 사용하고 있는 토지를 인도하라는 것.

한 주민에게는 분묘를 옮기라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건설사 측은 소장을 통해 "추후 필요한 경우 철거와 퇴거 등을 이행할 때까지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회사 측은 이후 주민과의 협의과정에서 '회사가 조성한 부지 중 일부를 무이자 7년 거치 상환 조건으로 평당 150~170만 원에 매입을 하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해당 마을의 시세는 평당 20∼30만 원 정도다.

"건설사가 가로등 철거, 도로 파괴, 유실수 절단"

주민은 "건설회사가 3년 전엔 이주대책을 마련해 주겠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 막무가내로 수십 년간 거주했던 곳에서 무조건 나가라고 한다"며 "독거노인과 장애인 부부 등을 포함, 오갈 데 없는 사람들도 많은데 어디 가서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5년 전부터 주민에게 철거 요청을 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아 소송하게 됐다"며 "관습도로 폐쇄 문제는 법원의 결정으로 끝이 난 상태며 가로등 철거, 상여집 파손 등은 무혐의로 밝혀졌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주민에게 이주대책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지만 무작정 높은 보상을 요구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마을주민의 담장이 건설사에 의해 허물어져 있다.
 한 마을주민의 담장이 건설사에 의해 허물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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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은 이 문제를 대하는 경찰과 천안시의 태도에 분개하고 있다. 주민은 지난 2월 건설사 측의 가로등 무단손괴행위 및 상여집 훼손 등 불법행위에 대해 경찰에 고소했다.

이에 대해 건설사 측은 경찰에 "상여집은 소유자 또는 점유자가 확인되지 않는 상태로 흉물스럽게 방치된 것을 철거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흙을 파서 도로 통행을 방해한 혐의에 대해서도 "사람과 차량 통행이 충분히 가능해 통행을 방해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주민은 "상여집과 상여를 점유자가 확인되지 않아서 철거했고 집 앞 도로에 크게 웅덩이를 파 놓았는데 통행에 방해가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주인 몰래 베어진 나무만 수십 그루"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천안서북경찰서는 건설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증거불충분'으로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주민은 경찰의 무혐의처분에 반발, 건설사 측의 불법혐의에 대해 재고소한 상태다.

주민은 행정기관이 보여준 태도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행정기관 "가로등 파괴와 도로 폐쇄... 이해당사자가 해결하라"

천안시는 적법한 지하수시설에 대해서도 원상회복 명령을 내렸다.
 천안시는 적법한 지하수시설에 대해서도 원상회복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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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천안시 동남구청은 가로등 파괴에 대한 주민의 진정에 대해 지난 3월 "마을주민과 건설업체와 약속이 이행되지 않아 발생한 사항으로 우리 구에서는 수선이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세금이 들어간 시설임에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이다.

건설사 측의 관습도로 폐쇄에 대해서도 "개인사유지에 있는 도로를 폐쇄한 것에 대해서는 강제적인 행정조치가 불가하다"며 "이해당사자 간 원만하게 해결하라"고 덧붙였다.

천안시는 지난 1월과 2월 두 차례에 걸쳐 마을주민 6명에게 공문을 보내 "사용하고 있는 지하수는 허가받지 않은 불법시설"이라며 "토지주의 토지사용승낙을 받아 이용신고하든지 아니면 폐쇄(원상회복)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주민은 선대 때부터 사용해온 관정으로 불법시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주민은 "천안시 지하수관리팀 관계자에게 '지하수를 폐쇄하면 어떻게 사느냐'고 하소연하니 '물을 사 먹으면 되지 않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분개했다. 천안시는 불법 지하수 사용에 대해 벌금 500만 원을 부과하겠다고 '경고' 하기도 했다.

주민은 천안시를 오가며 지하수 시설이 천안시의 지원과 허가를 받은 시설임을 입증하는 관련 서류를 찾아내 합법시설임을 겨우 입증했다. 그런데도 천안시는 잘못된 행정처리에 단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은 채 사실과 다른 행정명령을 취소하는 공문을 보내지 않고 있다. 

천안시 지하수관리팀 관계자는 "관정을 사용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나다 보니 그동안 지번 일부가 바뀌고 관정 사용자도 다른 가족들로 변경돼 신고가 안 된 불법시설로 오인했다"고 말했다.   

천안시, 적법한 지하수 시설과 주택에도 '폐쇄' '철거' 명령

천안시 병천면사무소는 적법한 건축물을 불법 건축물이라며 철거조치 공문을 발송했다.
 천안시 병천면사무소는 적법한 건축물을 불법 건축물이라며 철거조치 공문을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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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 동남구 병천면사무소는 지난 1월 이 마을 이장에게 농지에 불법으로 주택을 지어 사용하고 있다며 주택 철거명령을 내렸다. 살고 있는 주택을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농지불법 전용으로 고발조치돼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경고문도 추가됐다.

해당 마을이장은 행정기관에 불법건축물이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마을이장은 여러 관청을 돌며 관련 서류를 찾아 헤맨 끝에 자신의 주택이 행정기관의 허가를 받은 합법시설물임을 겨우 입증했다.

이에 대해 병천면사무소 측은 "전임자가 시행한 일이어서 잘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민이 합법 시설임을 입증하지 못 했다면 살고 있는 집과 수도시설이 철거당할 뻔한 셈이다.

주민은 "행정기관이 건설회사 측의 불법에는 눈 감거나 관대하면서 수십 년 동안 터전을 지켜온 주민에게는 없는 사실도 만들어 불이익을 주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은 건설회사에 대해서도 "지역사회에서 활동해온 기업이 마을주민을 무작정 내쫓으려 하니 실망과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이해할 만한 이주보상대책 마련에 나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태그:#천안, #가전리, #전원주택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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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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