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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중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2009년 12월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스케이트장에서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시험을 거부하고 스케이트를 타며 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전국 중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2009년 12월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스케이트장에서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시험을 거부하고 스케이트를 타며 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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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6시쯤, 경기 Y중 3학년 담임인 L교사는 일제고사(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 담당 부서인 교과부 학교정보기획과의 한 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통화 내용은 일제고사일인 12일을 포함해 체험학습을 신청한 한 학생에 관한 것이었다.

"교과부 직원이 그 학생 학부모의 '항의 전화를 받았다'면서 해당 학생은 무단결석으로 하지 말고 기타결석으로 처리하라고 요구했습니다."

L교사는 "교과부가 지침에서는 일제고사 당일 체험학습을 간 학생에 대해 무단결석 처리하도록 해놓고 학부모 항의를 받은 학생에 한해 전화로 '기타결석 처리'를 요구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일제고사가 뭐기에 학교장 권한인 결석 처리 방식에 대해서도 제멋대로 간섭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지침에서는 무단결석, 전화로는 기타결석?

무단결석은 태만이나 가출 등의 사유로 인한 결석인 반면, 기타결석은 학교장이 인정하는 사유에 따른 결석이기 때문에 상급학교 입시에서 불이익이 적다. 교과부는 올해 일제고사 지침에서 '일제고사 당일 학교에서 체험학습 승인을 불허하고, 시험에 응시하지 않을 경우 무단결석, 무단결과 처리'하도록 각 학교에 지시한 바 있다.

이 학교에 전화를 건 교과부 직원도 관련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학부모 민원사항이라 해당 학생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담임교사와 교장에게 전화를 걸었을 뿐이며 생활기록부 처리에 관련된 규정을 안내했다"고 해명했다.

반면, 서울 강남교육청 초등교육지원과 안아무개 장학사는 최근 이 지역 6학년 일제고사 담당 교사들에게 "시험 당일을 포함해 체험학습을 신청하면 체험학습 기간 전체를 무단결석 처리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일주일간 해외체험학습을 신청한 학생을 둔 한 교사의 질문을 받고 이같이 '일주일 전체를 무단결석 처리하라'고 한 것이다.

이처럼 일제고사 당일 체험학습과 결석 처리 방식을 놓고 일선 학교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교과부가 학생 출결관리에 대한 학교장의 권한을 무시하고 '체험학습 금지, 무단결석 처리'를 못 박은 지침을 일제히 내린 탓이다. 1만2000여 개의 초중고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경우를 하나의 잣대로 획일화하다 보니 일선 학교가 홍역을 치르게 된 것이다.

실제로 상당수의 학교는 일제고사 날을 앞두고 체험학습을 신청한 학부모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상태다. 경기 Y중의 경우도 일제고사 당일 3명의 학생이 태국과 제주 등지로 체험학습을 간다고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 강아무개 교장은 "당초 이들 학생에 대해 교과부 지침대로 '무단결석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교과부 직원의 전화 뒤 '기타결석'으로 하기로 했다"고 5일 전화통화에서 밝혔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 "일제고사 지침 때문에 대 혼란"

하지만 상당수의 학교는 체험학습 자체를 불허하거나 일제고사 당일 체험학습을 한 학생에 대해서는 무단결석 처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 지침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교과부에도 학부모들의 항의전화가 봇물을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과부 학교정보기획과 중견관리는 "시험 당일 체험학습에 대해 문의와 항의를 하는 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제고사를 앞둔 학교의 혼란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에서는 교직원들이 각종 위원회 회의 등을 거쳐 자율적으로 체험학습과 출결 처리 방식에 대해 결정해왔는데 교과부의 일제고사 지침 때문에 이런 자율성이 깨지면서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교과부가 실효성도 검증되지 않은 일제고사를 밀어붙이면서 잃는 것이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일제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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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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