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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신 보강 : 4일 오후 9시 58분]

사망 장병들 시신 부대 떠나...'애끓는' 유가족들

강화군 길상면 해병대 2사단 해안초소에서 4일 오전 11시 50분경 김아무개 상병이 총기를 난사해 4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김아무개 상병 포함)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군인의 부축을 받는 한 유가족이 오열하며 사고 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강화군 길상면 해병대 2사단 해안초소에서 4일 오전 11시 50분경 김아무개 상병이 총기를 난사해 4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김아무개 상병 포함)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군인의 부축을 받는 한 유가족이 오열하며 사고 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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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8시께 총기 난사 사건으로 생명을 잃은 장병들의 시신이 부대를 떠났다. 유족들이 도착한 지 3시간 가까이 지나서였다.

유족들은 오후 5시 45분과 7시 19분 등 두 번에 걸쳐 부대에 들어왔다. 모두 군용 미니버스에 올라탄 채였다. 차창에 친 커튼에 가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유족들의 애끓는 심정은 막사 앞에서 드러났다. 부축을 받아 버스에서 내린 한 할머니가 부대 막사 앞에서 갑자기 주저앉았다. 부대 주변에서는 하얀 마스크를 착용한 사병들과 하얀 가운을 입은 검시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군의 통제는 철저했다. 부대 앞 공터가 내려다보이는 좁은 도로 옆길만 허용했다. 막사로 접근할 수 있는 나머지 경로는 경계를 세워 차단했다. 통제를 지휘하고 있던 한 하사관은 "군 부대시설인 만큼 촬영이나 출입이 통제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건 때문이 아니라 평시에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주민 10여 명도 취재진과 함께 장시간 사고 장소를 지켜봤다. 주로 언론을 보고 사고 소식을 알게 된 인근 지역 주민들이었다. 이들 중 일부는 "우리 동네에서 일어난 일인데 공개해야지 문은 왜 닫았나", "동네 사람들 불안해서 살 수 있겠나"라며 군 관계자들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한 중년 남성은 "요즘은 사고만 발생하면 해병대다"라며 혀를 끌끌 차기도 했다.

사고 경위는 아직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사고 직전 "군인들끼리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는 증언이 나와 관심이 쏠린다.

소초 바로 뒤쪽 민가에 사는 주민 김아무개씨는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집에서 책을 보고 있었는데 군인들이 욕하고 소리 지르며 싸우는 것 같더니 갑자기 커다란 총성이 들렸다"며 "마지막 총소리를 듣고 집에서 나와 담 넘어 막사쪽을 봤는데 쓰러진 1명의 몸에서 왼쪽으로 피가 흐르고 있었고 다른 1명이 심장 마사지를 해주고 있었다"고 말했다.

시신 운구를 위해 들것이 사고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시신 운구를 위해 들것이 사고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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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 주변에 군인들이 배치되어 외부인들의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부대 주변에 군인들이 배치되어 외부인들의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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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총기 난사사건을 벌인 김 상병은 당일 근무자가 아니었으며 취침 시간인 오전 10시경 주간 2직(4시~8시) 근무자 교대시 상황실 총기 보관소에서 K-2 소총과 실탄, 수류탄을 훔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병대는 밝혔다.

김 상병은 병원으로 후송 도중 심하게 난동을 부려 진정제가 투여됐으며 의식은 또렷하지만 조사과정에서 진술을 거부하고 있고, 툭하면 난동을 부리려는 자세를 보여 군 당국이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총기 난사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고 이승렬(20) 상병은 고종사촌인 개그맨 임혁필씨의 권유로 해병대에 입대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해병대 708기인 임씨는 이날 저녁 이 상병의 시신이 안치된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승렬이는 막내 고모의 외아들"이라며 "해병대에 들어갈 때 나한테 많이 물어봐 멋진 곳이라고 말해줬는데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임씨는 "해병대는 소신이 있어야 지원하고 갈 수 있는 곳인데 결과적으로 이렇게 돼 해병대 선배이자 친척 형으로서 미안하고 안타깝다"며 고 이 상병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3신 : 4일 오후 5시 50분]

인근 주민 "타이어 터지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총기 난사 사고가 발생한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의 해병대 2사단 해안초소의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군 관계자들은 4일 오후 5시 30분 현재 사고조사반 및 부대관계자, 유가족을 제외한 외부인들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사고조사반 및 유가족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사고 발생 후 약 5시간 째 부대에 안치돼 있던 시신들도 곧 운구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사고 발생 직후 나온, "막사 지붕이 무너졌다"는 목격자 진술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육안으로 확인 결과, 해당 막사에는 외관상 파손이 없었다. 오히려 인근 주민들도 사고 발생 당시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부대 맞은편에서 살고 있는 한아무개(80)씨는 "처음엔 새총 쏘는 소리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세 번째 총소리가 제법 컸지만 군부대이고 하니 사격훈련이 있는지 알았다"며 "(그런 사고가 발생할지) 생각이나 했겠나"라고 반문했다. 한씨는 이어 "부대 앞으로 119 구급차가 오고하면서야 비로소 뭔 일이 터졌구나 싶었다"며 "집 앞에 있는 부대에서 이런 일이 생겨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부대 근처에서 한약방을 운영 중인 유아무개(74)씨 역시 처음 사고 발생을 인지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는 "사고가 난 부대가 여기가 맞냐"고 되물었다. 유씨는 "오전 11시를 좀 넘어서 타이어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며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한약방 주변만 확인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를 보니 총을 네 발이나 쐈다고 하는데 무언가 감정이 있었는가보다"라며 "젊은 사람이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대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군 관계자들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부대를 통제하고 있는 병력들은 인근의 다른 부대에서 차출된 이들이다.

한 부사관은 "총을 쏜 병사가 상병이라고 들었다, 제대도 얼마 남지 않았을 텐데 왜 그랬을까"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특히 해병들은 자원해서 오는 부대이기 때문에 이런 사고가 날 가능성이 드물다"며 "해병대도 이번 사고 때문에 어안이 벙벙해져있는 상태일 것이다, 지금 여기 있는 우리도 비통하다"고 말했다. 

유가족이 부축을 받으며 사고 현장에 도착하고 있다.
 유가족이 부축을 받으며 사고 현장에 도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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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운구에 나선 병사들이 사망자들을 태운 구급차로 걸어가고 있다.
 시신 운구에 나선 병사들이 사망자들을 태운 구급차로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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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보강 : 4신 오후 5시 10분]

총기 난사 상병, 수류탄 터트려 자살 시도

김태은 해병대 공보실장은 이날 오후 총기 난사 사건 관련 브리핑을 열고 "오전 11시 50분 경 해병대 2사단 강화도 남쪽에 위치한 경계작전 수행부대에서 총기사고로 4명이 사망하고 사고자를 포함 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현재 사망자는 이승훈 하사(25), 이승렬 상병(20), 권승혁 일병(20)이며 후송도중 박치현 상병(21)이 사망, 총 4명으로 집계됐다. 부상자는 총기를 난사한 김아무개 상병(19)를 포함 권혁 이병(19) 등 2명이다. 부상자들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병대가 밝힌 사고경위에 따르면 김아무개 상병은 이날 오전 생활관에 K-2총기를 난사한 뒤 밖에 위치한 격실에서 수류탄 1발을 터트려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생활관에 있던 장병들의 인원과 상황은 알려진 것이 없으며 해당 부대는 30명이 생활하는 소대단위 부대로 알려졌다. 또한 사고시간을 유추한 결과 당시 장병들 일부는 경계근무하거나 생활관 내부에서 관련 업무를 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사고 당시 김 상병이 몇 발의 총탄을 발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통상 경계근무시에 K-2 소총 탄창에는 공포탄을 포함 15발을 장착하게 되어있다.

해병대는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된 것이 없다"며 "해병대 사령관을 단장으로한 사고조사단이 구성되어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대원들을 태운 소형버스가 부대를 떠나고 있다.
 부대원들을 태운 소형버스가 부대를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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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김태은 실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현장 상황을 설명해달라.
"현장에서 K-2 총기 발사를 한 뒤 수류탄이 한 발 폭파한 것을 확인했다. 수류탄은 밖에 있는 별도의 공간에서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공간의 정확한 용도는 알 수 없으나 생활관과 떨어진 별도의 격실로, (총기를 발사한) 김 상병 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 조사 상황은.
"(총기를 발사한) 사고자로 추정되는 김 아무개 상병의 신병을 확보했다. 당시 현장 근무자 전원을 조사하고 있으며 부상자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치료가 끝나면 바로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 별도의 팀을 구성, 해군본부 감식반이 현장에서 조사 중이다. 해병대 사령관이 사고조사반장을 맡고 있다. 아직 가해자나 피해자의 최초 진술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했다. 당시 현장 인원, 신병 확보 인원, 발사 수 등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

- 부상자 상태에 대해 설명해 달라.
"권혁 일병과 김아무개 상병 모두 의식이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김 상병은 수류탄 폭발 시 파편에 맞은 것으로 알고 있다."

- 사건 당시 내무반 상황은.
"소대장을 포함해 전체 30여 명 정도 근무하고 있다. 당시 장병들의 과업 내용이나 내무반 상황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 김 상병의 평상시 생활은 어떠했나.
"평상시 김 상병이 남달리 관리됐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 조사가 어느 정도 진행돼서 결과가 나와야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 평상시 총기 관리는 어떻게 하나.
"탄창에는 기본적으로 20발이 들어간다. 통상적으로 공포탄을 포함해 15발씩 채우고 있다. 근무하지 않을 때 실탄은 병기고에 보관하게 돼 있다."

- 이전에도 비슷한 사건 있었나.
"총기사고는 해병대에서는 최근에 없었다."

[1신 : 4일 오후 2시 20분]

강화군 해병대 부대에서 총기 난사 사고 발생

4일 인천시 강화군 해병대 제2사단 8연대 예하 해안소초에서 김아무개 상병이 총기를 난사해 부사관 등 4명이 사망하고 병사 2명이 부상했다고 군 관계자가 밝혔다.

이 관계자는 "4일 오전 11시 50분경 김상병이 총기를 난사해서 하사와 상병, 이병 등 4명이 사망하고, 김아무개 상명과 이병 1명 등 2명이 부상해서 인근 강화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범인은 소초 생활관에서 총기를 난사했으며, 해당 부대에서 범인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해병대는 사고 조사반을 구성해 현장에 투입,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해병대는 이날 오후 3시 30분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사고 경위를 설명할 예정이다.

다음은 사망자와 부상자 명단이다

사망자
이승훈 하사(25), 이승렬 상병(20), 박치현 상병(21), 권승혁 일병(20)

부상
권 혁 이병(19), 김아무개 상병(19)


태그:#총기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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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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