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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부터 시행되는 재외국민선거를 앞두고 3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총영사관을 비롯해 전 세계 108개국, 158개 공관에서 동시에 2차 모의 재외선거가 실시됐다. 진승엽 뉴욕 재외선거관은 "이번 모의 선거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심도 있게 분석해 내년 총선과 대선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부터 시행되는 재외국민선거를 앞두고 3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총영사관을 비롯해 전 세계 108개국, 158개 공관에서 동시에 2차 모의 재외선거가 실시됐다. 진승엽 뉴욕 재외선거관은 "이번 모의 선거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심도 있게 분석해 내년 총선과 대선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뉴욕 총영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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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람이 서울에 가서 투표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2012년 4월 총선부터 시행되는 재외국민선거를 앞두고 30일(현지 시간) 전 세계 108개국, 158개 공관에서 동시에 2차 모의 재외선거가 실시됐지만 투표 참여율이나 공정성 문제에 대한 해법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진승엽(53) 뉴욕 재외선거관은 "적게는 몇 십 킬로미터, 많게는 몇 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사는 재외국민이 선거에 참여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며 "이런 제도 문제가 선결이 안 된 상태에서 재외국민의 투표 참여율을 높이기는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자동차로 8시간... 이런 식이면 100분의 1도 투표 못할 것"

진세동(58.용커스)씨가 뉴욕 총영사관에서 진행된 2차 모의 재외국민선거에서 마지막 54번째로 투표를 하고 있다.
 진세동(58.용커스)씨가 뉴욕 총영사관에서 진행된 2차 모의 재외국민선거에서 마지막 54번째로 투표를 하고 있다.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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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날 뉴욕 총영사관에서 진행된 모의 재외선거에서 54번째로 가장 마지막에 투표를 한 진세동(58)씨는 "해외 동포들에게 참정권의 기회를 준 한국 입법기관과 정부에 감사하다"면서도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재외국민 중) 100분의 1도 투표를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씨는 뉴욕시의 북쪽 교외주거지 중 하나인 용커스에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이날 투표를 하기 위해 일부러 가게 문을 일찍 닫고 지하철을 탔지만, 투표소가 있는 총영사관까지 오는 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는 "자동차로 8시간이 걸리는 업스테이트 뉴욕에서는 아예 올 엄두를 못 낸다"며 "게다가 한인들은 대부분 자영업을 하기 때문에 평일 낮에 생업을 포기하고 투표하러 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진승엽 재외선거관은 "우편투표제에 대해 (정치권에서) 합의가 되기 어렵다고 본다"며 "우편투표 자체는 대리투표 가능성이 있고, 매표행위 등 부정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진승엽 선거관은 특히 "공정성 확보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이번 재외선거의 초점"이라며 "미국 국적 동포들, 즉 시민권자들이 불법 선거운동을 했을 때 마땅히 처벌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없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동포사회의 과열뿐만 아니라 분열, 그에 따른 국가 위신의 추락 등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우려되고 있다"며 "재외국민들이 스스로 시민권자들의 불법 선거운동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자정 결의를 통해 재외선거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승엽 재외선거관은 지난 4월 뉴욕 총영사관으로 파견됐다. 중앙선관위는 28개국 55개 공관에 선관위 직원을 파견했다. 진승엽 선거관과의 인터뷰는 이날 오후 뉴욕 총영사관 투표소에서 1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다음은 진승엽 선거관과의 일문일답 요지.

"재외국민의 실질적인 참정권 보장, 아직 요원"

내년 총선부터 시행되는 재외국민선거를 앞두고 3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총영사관을 비롯해 전 세계 108개국, 158개 공관에서 동시에 2차 모의 재외선거가 실시됐다. 진승엽 뉴욕 재외선거관은 "이번 모의 선거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심도 있게 분석해 내년 총선과 대선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부터 시행되는 재외국민선거를 앞두고 3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총영사관을 비롯해 전 세계 108개국, 158개 공관에서 동시에 2차 모의 재외선거가 실시됐다. 진승엽 뉴욕 재외선거관은 "이번 모의 선거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심도 있게 분석해 내년 총선과 대선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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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재외국민선거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정치, 사회, 문화, 금융 등 세계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뉴욕의 경우 영사관의 업무가 상당히 과중하다. 그런 가운데 재외국민선거를 성공적으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공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또한 재외국민이 선거에 참여하는 데 따르는 여러 가지 어려움은 제도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부분이다. 이 문제가 선결이 안 된 상태에서 재외국민의 투표 참여율을 높이는 것은 쉽지 않다. 동포사회에서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고, 국회 정개특위에서도 여야 간 협상 중이지만, 재외국민의 실질적인 참정권 보장 방안은 아직 요원하다.

적게는 몇 십 킬로, 많게는 몇 백 킬로 떨어진 곳에 사는 재외국민이 선거에 참여하는 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게다가 재외부재자 신고하러 한 번, 투표하러 또 한 번, 이렇게 두 번씩 공관에 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극히 일부 재외국민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부산 사람이 서울에 가서 투표 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그래서 우편투표제나 인터넷 투표 얘기가 나오는데, 그것에 대한 국내 합의 기반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 영사관의 기존 업무도 과중한데, 선거 업무까지 더해졌고, 재외국민 참정권 보장이라는 취지와 맞지 않게 투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물론 공관이 아무리 바빠도 선거는 국가 사무이기 때문에 선거와 관련해 필요한 공관의 협조나 지원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처음 법이 만들어질 당시 재외국민의 투표 참여 편의보다는 선거의 공정성에 역점을 뒀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는 문제다. 다만, 처음 제도를 도입하면서 재외국민의 요구를 완벽하게 충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동포사회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고 본다.

순회 투표소나 추가 투표소 설치, 재외부재자 등록·신고 기간 연장 및 절차 간소화 등의 방안이 있을 수 있다. 현재 여러 가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법 개정이 이뤄질지는 상당히 의문이 되고, 아직까지 합의된 것은 없다."

- 동포사회에서 요구하고 있는 우편투표제 도입은 현실적으로 어려운가?
"우편투표제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 합의가 되기 어렵다고 본다. 우편투표 자체는 대리투표 가능성이 있고, 우편투표로 인한 매표행위 등 부정적인 요소가 있다. 만일 우편투표제를 도입하려면 대리투표를 허용한다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가능하다. 우편투표제를 도입한 나라는 대부분 대리투표를 허용하고 있다. 당분간 우편투표제는 공관에 와서 투표할 수 없는 파월 장병 등 극히 일부에 대해서만 허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우편투표제에 대한 선관위의 공식 입장은 무엇인가?
"우리는 국회에서 입법을 하면 그 제도를 집행하고 관리만 한다. 정치권에서 의견을 물어와도 대리투표, 매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정도만 제시한다. 동포사회에서 그렇게 요구하는데 우리가 정면으로 반대한다고 할 수 있겠나."

"미국 국적 동포의 불법 선거운동, 처벌할 수 있는 법 조항 없어" 

- 투표 참여율 문제와 함께 선거 공정성에 대한 우려도 심각한데.
"LA에서는 벌써부터 동포사회가 분열되고 선거 분위기가 과열되었다는 보도를 봤는데, 뉴욕의 경우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선거 분위기는 아직 차분하다. 과열·혼탁 선거에 대한 우려가 다른 지역에 비해 덜한 편이다. 한인사회 각 단체의 지도자급 인사들도 공정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

그래도 선거가 임박할수록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미국 국적 동포들, 즉 시민권자들이 불법 선거운동을 했을 때 마땅히 처벌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없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동포사회의 과열뿐만 아니라 분열, 그에 따른 국가 위신의 추락 등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우려되고 있다. 재외선거가 도입될 때 반대론자들이 줄기차게 문제제기했던 부분이 만약에 드러난다면 국가 위신이 추락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 공정성 확보 방안은?
"이번 선거를 통해서 동포사회가 통합되고 민주주의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동포사회, 한인단체, 여론 주도층이 그런 공감대를 갖고, 시민권자들, 미국 국적 동포가 불법 선거운동을 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 자정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바람직하지 않겠나.

그런데 일부 동포들은 '미국 시민권자가 나름대로 정치적인 의사표현을 하고 선거운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 국내법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의견을 내놓더라. 그런 것을 보면서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 언론사 뿐 아니라 동포 단체와 긴밀하게 협조를 해 나가고, 불법 선거에 대해서는 오는 10월 14일 구성되는 재외선거관리위원회와 힘을 모아서 신고·제보 네트워크를 구성해서 미리 예방하고 자정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 국내법으로 미국 시민권자의 불법 선거운동을 처벌할 수 없다면, 선거 공정성 담보는 어렵지 않을까?
"공정성 확보가 이번 재외선거에서 상당히 중요하고, 공정성 확보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이번 재외선거의 초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문제는 단속의 실효성 확보다. 국내의 경우 조사권을 갖는 선관위 직원이 조사를 하고, 수사권을 갖고 있는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를 해서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등 법적인 장치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만약 미국 국적 동포, 즉 시민권자가 불법 선거운동을 했을 때 조사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그 자체가 외교 마찰을 불러올 수 있고, 주권 침해 문제와 결부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조사 및 단속을 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시민권자가 불법 선거운동을 할 경우 국내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는 등 실효성 있는 행정 조치를 하려고 한다."

- 하지만 불법 선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조사가 필수적이다. 결국 시민권자에 의한 불법 선거운동은 제재 방법이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 그래서 공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무래도 재외동포 사회는 공관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런 불법 선거에 대해 뚜렷한 단속이나 제재는 할 수 없더라도, 공관을 통해서 그 해당 후보나 당에 불이익이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홍보하려고 한다."

-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특정 정당과 재외동포 사회 유력 인사들 사이에서 비례대표 자리가 거래되는 등 잡음이 들리고 있는데.
"아마도 동포단체 지도자분들은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특정 후보나 정당에 호소하려는 일부 시민권자들이 그렇게 법을 어겨가면서 불법 선거운동을 할 개연성이 없지는 않다. 정당측에 자제를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 만약 재외선거에서 불법·부정 선거가 발생하고, 선관위나 재외공관에서 제도적인 한계 때문에 이를 제지하지 못한다면 국내에서 선거 불복 사태까지 벌어지지 않겠나?
"선거의 절차적인 부분에 대한 공정성은 100% 완벽하다고 장담한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미국 국적 동포들의 광범위한 불법 선거운동이다. 이것이 선거 절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지만, 그것으로 인해 동포 사회의 분열이 우려될 수는 있어도, 그것 때문에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 움직임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선거에서 오류가 발생해도, 선거 결과를 바꿀 정도의 영향이 없다고 판단되면 법원에서 선거 무효 판결을 안 했다."

- LA에서는 최경희 한나라당 의원이 재외국민을 상대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뉴욕의 경우 지금까지 선거 사범이 한 건도 없었나?
"한 달 전 미국 국적의 재외동포 한 분이 특정 입후보자를 홍보하는 광고를 게재했다. 그래서 '국내 선거법에 접촉이 되니까, 향후 이런 행위를 다시 했을 경우 국내에 입국할 때 입국 금지를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전달했다. 그 분은 선거법에 접촉되는지 몰랐고, 변호사에게 자문까지 받았다고 하더라. 이 소식을 접한 시민권자들이 '선거법 위반하면 국내 입국 금지되는 것이냐'며 저에게 많이 문의해왔다."

- 재외동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재외선거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재외선거관리위원회나 공관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언론사나 한인동포단체, 재외국민들이 스스로 우리 지역에서는 불법 선거운동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자정 결의를 통해서 재외선거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재외선거가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부터 처음 도입이 되는데, 이번 재외선거를 통해서 동포사회가 단합되고 국가의 격이 한 단계 상승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태그:#재외국민선거, #재외동포 참정권, #재외동포선거, #뉴욕 총영사관, #2차 모의 재외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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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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